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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 예능으로 간 스타배우들의 손익계산서
입력 2017-04-05 08:44    수정 2017-04-05 08:53

▲이서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액션이건 멜로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안 될 게 없는 이서진은 요즘 ‘예능인’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 ‘꽃보다 할배’를 통해 처음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한 뒤 ‘삼시세끼’에 이어 ‘윤식당’까지 내달리며 마치 나영석 PD의 페르소나이자 tvN의 간판 예능인을 작정한 듯하다.

그가 4년 전 ‘꽃보다 할배’에 출연할 때만 해도 인지도 등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케이블TV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건 사실이다. 이젠 거의 동등하다 못해 특정적인 차별성면에서 일각의 호감도가 감지될 정도다. 이서진이 조금이라도 기여한 건 사실이다. ‘삼시세끼’엔 차승원 유해진 에릭도 있었다.

김수로는 ‘점쟁이들’(2012)과 ‘톱스타’(2013) 이후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다. 대신 SBS 건강한 식사장려 예능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로 1년 반 넘게 일요일 늦잠 잔 시청자들의 ‘아점’ 식욕을 자극한 데 이어 KBS2 ‘노래싸움-승부’까지 지평을 넓혔다.

한때 영화흥행의 보증수표였던 차태현은 ‘슬로우 비디오’(2014) ‘엽기적인 그녀 2’(2016) ‘사랑하기 때문에’(2016) 등의 잇단 흥행참패로 자존심이 구겨지긴 했지만 대신 KBS2 대표 예능 ‘1박2일’의 제2의 전성기 구축에 앞장서며 예능인이란 새로운 영역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이미지 관리에 엄격한 소수의 정상급 영화배우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스타배우가 앞 다퉈 예능의 고정을 노린다. 주로 영화 위주로 활동한 배우라면 그걸 희소가치란 프리미엄으로 활용한다. 목적은 뭐고, 또 그에 따른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나올까?

김주혁은 ‘한국의 휴 그랜트’란 별명을 지녔다. 소지섭의 반항기나, 조인성의 조각 같은 완성형 미모나, 송강호의 다양한 스펙트럼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빈틈없어 보이는 댄디한 매력을 앞세워 데뷔직후 영화 ‘세이 예스’의 주인공을 맡은 이래 줄곧 주인공 역할을 꿰찼다.

그런데 2013년 전격적으로 ‘1박2일’의 멤버에 합류했다. 모두들 의아해했지만 답은 곧바로 드러났다. 강원도를 찾은 멤버들은 주민들을 상대로 자신을 홍보하고 지지를 이끄는 미션을 벌였는데 김주혁은 참패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

톰 크루즈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다. 별 중에 별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프리카 오지에 가도 스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극장은커녕 TV조차 흔치 않은 네팔 시골에서 그들을 알아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솔로 데뷔 후 ‘걸 크러시’와 섹스어필의 대표아이콘이 된 이효리가 갑자기 KBS2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에서 망가지고,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멤버들의 밥을 지어주며 고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부정적 이미지 쇄신과 새로운 긍정아이콘의 정립이다. 이런 장기간의 작업을 통해 그녀는 기신기신 신비감과 친근감을 혼융하는 가운데 자신을 향해 ‘건방지다’ ‘세다’라고 봤던 일부 홉뜬 시선들을 포용한 것이다.

영화 '공조'의 흥행의 일등공신은 현빈이고, 그를 더욱더 잘생기고 멋있게끔 돋보이도록 거든 인물이 유해진이라면, 두 사람의 존재의 이유의 당위성을 오롯이 혼자 책임진 인물이 테러리스트 차기성 역의 김주혁이었다. ‘1박2일’의 ‘구탱이형’과 차기성은 김주혁이란 배우의 스펙트럼을 이루는 최소대립쌍이자, 다른 배우들과의 경쟁력을 향한 변별성이다. 다소 침체상태였던 ‘배우’ 김주혁에게 ‘1박2일’이 전환점이 된 확실한 증거다.

대한민국 인구는 5171만여 명이다. ‘1박2일’의 시청률이 매회 10% 이상이니 2년 동안 매주 500만 명 이상이 김주혁을 봤다는 얘기다. 물론 시청자가 많이 겹치긴 하지만 인지도와 친근감에선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에 비췄을 때 그가 예능으로 간 이유는 간단하게 산출된다.

영화 한 편에 수억 원을 받는 영화배우들이 그보다 100분의 1 안팎의 출연료밖에 안 되는 예능에 출연하는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영화 1편에 쏟는 기간이 1년이고, 예능이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단순노동’이란 점 등의 1차원적 비교도 있을 수 있지만 진정한 프로라면 확실한 목표만 있다면 ‘인건비’와 ‘작품의 경중’은 대차대조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윤식당'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 신구(사진=tvN)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출연료가 높은 것도, 연기자로서의 예술성이나 희소가치와 변별성을 인정받는 것도 아닌데 예능으로 가는 이유는 이미지 쇄신, 답보상태 혹은 슬럼프를 타개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자 하는 데 있다. 단 주연배우에 한해서다.

그렇다면 안성기와 송강호는 왜 ‘온리 무비’일까? 최민식 정우성 이정재 등은 드라마를 통해 발판을 마련했는데 왜 드라마는 물론 예능과 거리를 두는 것일까?

배우는 직업이다. 생계다. 모든 사회인들이 꿈꾸는 직업관은 돈 성취감(명예) 노후대책의 삼위일체다.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그 업무를 통해 세상의 이치와 삼라만상을 사유(思惟)하며, 그럼으로써 최대한의 지적이고 육체적인 만족도를 누리면서 경제적 풍요를 함께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안성기가 일찍이 선언했고, 송강호와 최민식이 무언의 동참을 하는 영화 일변도의 고집은 영화에 대한 철학인 동시에 매우 단순한 직업관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다변화와 채널의 포화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를 인식하는 대중의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굳이 영화냐, 드라마냐를 구분하는 게 프로로서 무책임다고 책망할 수도 있지만 절심하다고 이해할 필요도 있다. 당연히 예능은 아예 기준의 외곽이다.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스타배우들이 영화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당위성의 근거가 된다. 그뿐인가? 한때 단정한 옷차림으로 애절한 발라드나 점잖은 메시지의 음악을 들려주던 윤종신과 유희열 같은 가수들까지 대거 시청자를 웃기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마당이니!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떨어지는 배우들의 예능 진입은 지극히 당연한 등급상승의 활로 모색이다. 라미란은 ‘신 스틸러’로서 한참 뜨겁던 때 MBC ‘진짜 사나이’ 출연을 화룡점정 삼아 KBS2 ‘월계수양복점신사들’로 초기 대비 출연료 100% 인상의 신화를 썼다. 엄현경은 SBS 드라마 ‘피고인’보다 KBS2 ‘해피투게더3’로 더 많이 회자되며 32살에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유명인사만 출연할 수 있었던 MBC ‘명랑운동회’나 KBS1 ‘가족오락관’, 지명도가 높거나 공채 혈통인 개그맨(코미디언)만 출연할 수 있었던 ‘웃으면 복이 와요’나 ‘유머일번지’가 고작이었던 예능이 매우 버라이어티한 포맷과 그만큼 많은 프로그램으로 활성화돼 방송사 수익의 일등공신으로 부상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다양하고 수많은 잠재적 예능인에게 문호가 활짝 개방됐기에 함께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예능이 배우는 물론 가수와 더불어 스타를 꿈꾸는 ‘어중간한’ 연예인의 신분상승에 기여하고, 동시에 시청자들의 고통을 위무하는 가운데 신산한 삶속에서 소소한 희망을 찾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는 사회적 현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상념의 깊이를 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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