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픽미' 원하냐? '프로듀스101 시즌2' 생존 법칙 5
입력 2017-04-21 20:00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국민 프로듀서(시청자)의 투표에 의해 최종 데뷔 여부가 결정되는 프로그램이다. 노래나 랩을 잘하거나 춤을 잘 추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표심을 움직이는 것은 참가자 개인의 매력이고, 매력은 실력에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회 방송 종료 이후 발표된 순위를 기준으로 비즈엔터가 ‘프로듀스101 시즌2’ 연습생들의 생존법을 분석했다.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라이관린(왼쪽), 유선호(사진=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수칙1> 잘생겨라.
국민 프로듀서 가라사대, 실력은 늘어도 외모는 늘지 않는다.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프로듀싱 실력 또한 뛰어난 브랜뉴뮤직 소속 이대휘가 “내가 17세처럼 보이지 않나 보다. 난 왜 이렇게 삭은 거지?”라고 자책한 것이나, 에스하우 소속 정동수가 “잘생긴 사람들만 아이돌하는 건가”라고 불안해한 것은 참가자들의 외모가 순위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D 등급의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라이관린과 F 등급의 크래커 소속 주학년은 지난 1, 2회 방송에서 얼굴 빼고 보여준 게 없지만 2주 연속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라이관린은 초반 퍼포먼스에서, 심지어 주학년의 무대는 프로그램에서 ‘통편집’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2차 순위에서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했다. “안 그래야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계속 답답하고 짜증났다”고 털어놓은 C9엔터터테인먼트 소속 배진영은 12위에 안착했으며, ‘까치발 소년’으로 이름을 알렸던 HIM엔터테인먼트 소속 박성우는 미션 평가에서 F 등급을 받았지만 13위를 기록했다.

▲즉석 '픽 미' 댄스로 방송분량을 확보한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안형섭(사진=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수칙2> ‘깡’은 때로 실력보다 진하다.
‘프로듀스101 시즌2’의 분량 수혜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는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소속 안형섭이다. 기획사의 인지도가 높지도, 데뷔 혹은 방송 경력이 있지도 않았던 그가 단박에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첫 레벨 평가 당시, 무대에 튀어나가 ‘픽미(Pick Me)’ 안무를 보여준 ‘깡다구’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안무를 숙지하고 있었지만 무대에 오를 용기를 낸 것은 안형섭 뿐. 레벨은 D 등급에 그쳤지만, 분량은 톡톡히 챙겼다. 2회 방송 이후 그가 받아든 점수는 7위. 자수성가의 좋은 예다.

▲그룹 뉴이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플레디스 소속 연습생들 (사진=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수칙3> 고정 팬덤을 모아라. 가능하면 빨리.
‘프로듀스101’은 데뷔의 자리를 놓고 누가 더 많은 표를 모으느냐의 싸움이다. 그룹 뉴이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플레디스 소속 4인의 연습생들(황민현, 김종현, 최민기, 강동호)은 때문에 출발부터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뉴이스트 시절 확보해놓은 팬덤은 투표는 물론, 마보이 이벤트(시청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후원을 받은 연습생들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기에는 미리 팬덤을 모으지 못한 참가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키위미디어그룹 소속 김동빈은 “팬층이 있는 분들이니 내가 불리한 것 같다”고 말했고 MMO엔터테인먼트 소속 윤지성은 “솔직히 형평성에는 어긋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가장 공평무사한 방법은 모든 참가자들이 똑같이 0명의 팬에서 시작하는 것이겠지만, Mnet에게 공정성을 바라다니. 너무 순진하다.

▲오앤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장문복 연습생(사진=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수칙4>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라. 가능한 한 ‘짠내’나게.
오앤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장문복이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얻은 별명은 ‘엠넷의 프린스(왕자)’다. Mnet ‘슈퍼스타K2’를 통해 얻은 ‘힙통령’ 캐릭터 덕분에 단박에 데뷔 유력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긴 머리를 흩날리며 입술을 깨무는 ‘나야 나’ 엔딩 모습은 아이돌 그룹 멤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실력과 무관하게 장문복은 가장 압도적인 지지층을 누린 인물 중 한 명이다.

단순한 유명세는 아니다. ‘슈퍼스타K2’ 이후 그에게는 엄청난 악플과 조롱이 쏟아졌고, 장문복은 “당시에는 속으로 많이 삭혔다. 나에게 비난하는 건 ‘내가 랩을 못했구나’ 생각하면 되는데, 욕이나 안 좋은 말들이 어머니 귀에 들어가니까 너무 죄송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민 프로듀서들이 장문복에게 표를 던지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성장 드라마에 감복했기 때문이다.

제 2의 김소혜를 연상시키는 참가자들 역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데뷔 경력이 있음에도 기대한 것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플레디스 소속 연습생들이나 ‘나야 나’ 안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2차 평가에서 거의 내내 고개 숙인 채 서 있던 YG케이플러스 소속 권현빈은 방송 분량을 두둑해 챙기며 20등 안쪽에 안착했다. 정작 권현빈을 비롯한 F등급 학생들에게 안무 선생님을 자처했던 위드메이 소속 김예현이 93위에 머무르는 비극이 발생했지만, 어쩌겠나. 하늘같은 PD님께서 “촬영부터가 경쟁이다. 자신의 매력을 얼마나 어필하냐가 포인트”라는데. 물론, PD가 생각하는 ‘매력’의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마루기획 소속 연습생 박지훈은 2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방송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사진=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수칙5> 그냥, 버텨라
‘나야 나’ 무대에서 카메라를 향해 응시하는 모습이 무사히 전파를 탄 것은 마루기획 소속 박지훈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윙크 소년’을 향해 쏟아졌던 호기심은 방송 이후 고스란히 표심으로 이어졌고, 박지훈은 1, 2회 방송에서 모두 1순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흥미로운 것은 박지훈의 방송 분량이다. 5위 권 안에 이름을 올린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김사무엘, 브랜뉴뮤직 소속 이대휘, 판타지오 소속 옹성우와 비교하면 박지훈의 분량은 쥐오줌만 하다. 1회 방송에서 등급 평가 미션을 받는 모습이 전부였고 2회는 더욱 처참하다. 순위가 공개된 이후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백텀블링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터뷰한 장면이, 2시간 동안의 방송에서 박지훈에게 허락된 분량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박지훈의 인기를 떨어뜨려 2-4위 연습생들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한 PD의 의도적인 편집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PD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의 눈에는 박지훈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연출자가 생각하는 매력의 기준이 대다수 국민 프로듀서들과 다르다면 그 또한 문제다. 어찌됐든 박지훈은 지금 그냥 버티고 있다. 달리 무슨 수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