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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트랜스포머5’ 욕해도/말려도 볼 거면서
입력 2017-06-22 10:06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차피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관객이 원하는 것은 유려한 내러티브가 아니다. 당연하지! 아마도 마이클 베이가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인 1순위는 시각적 스펙터클의 향연일 것이다. 당연하지! 그러니 볼거리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플롯의 엉성함을 공격해 봤자 소용 없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플롯의 엉성함을 양보하고, 구멍 난 개연성을 눈감은 후, 두 로봇 진영의 전투에 집중하면 ‘트랜스포머: 최후의 전쟁’(이하 ‘트렌스포머5’)을 신나게 즐길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건 당연하지가 안 된다. 스펙터클이 유성처럼 후두두둑 떨어지는 장면들마저 놀랍도록 심드렁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이클 베이가 하차를 번복하고 다시 찍은 ‘트랜스포머5’는 시리즈에 남아있던 일말의 미덕(?)마저도 산산이 깨부수는 결과물이다. 그것도 장장 150분 동안이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트랜스포머들의 창조주를 만나 사이버트론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에 있는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옵’대장의 변심이 포인트1, 고대 유물을 유일하게 매만질 수 있는 후손의 등장이 포인트2다. 이 과정에서 영화엔 ‘인디아나 존스’와 ‘반지의 제왕’이 스리슬쩍 스치기도 한다.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더 시끄럽게! 4편에 이르는 동안 ‘속편의 법칙’을 단 한 번도 거스르지 않았던 마이클 베이는 이번에도 시각적 볼거리의 총량을 늘리고 늘리고 늘려 시청각을 난타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토록 거대하고 미끈하고 화려하게 한탕 싸움이 펼쳐지는데, 흥이 나지 않는다. 액션 편집의 리듬이 별로라는 얘기다. 4편에서 개선됐다 생각했던 ‘싸우고 있는 저 로봇이 내 편인지 네 편인지 혼동됐던’ 단점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명백한 후퇴다. 시각적 쾌감이 뒤로 갈수록 점차 효력을 잃어가는 한계효용체감의법칙도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후퇴한 또 하나는 유머와 배우들의 연기다. 그래도 지난 시리즈들은 유머에 있어 어느 정도 높은 타율을 선보인바 있다.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을 맡았던 1편의 경우 그 유머감각이 특히나 탁월했다. 그러나 이번 편에서의 유머구사능력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느닷없는 러브라인에선 살짝 민망해질 정도. 무엇보다 관록의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마저도 로봇들의 병풍으로 만드는 마이클 베이의 재능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물론 누군가가 ‘욕해도/말려도’ 누군가는 이 영화를 찾을 것이다. 애증의 시리즈란, 이런 것이니까. 욕하면서 본다는,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