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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①] ‘펜타포트’의 ‘선택 2017’
입력 2017-08-14 15:13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사진=예스컴)

실험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록(Rock)’ 페스티벌의 순수성을 가장 잘 지켜온 것으로 평가받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올해에는 다소 도전적인 라인업을 보여줬다.

12-14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 공원에서는 ‘2017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가 열렸다. 사흘간 이어진 페스티벌에는 7만 6000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8만 6000여 명이 방문한 전년과 비교하면 다소 주춤한 추세다.

록 시장의 규모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EDM 페스티벌이 젊은 음악 팬들의 새로운 집결지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펜타포트’는 뚝심 있게 헤비니스 밴드들을 무대 위에 올려왔다. 당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스웨이드(Suede), 위저(Weezer) 등의 록 밴드를 헤드라이너로 앞세웠다.

하지만 올해에는 다소간의 변화가 감지됐다. 서사무엘X김아일, 자이언티 등 알엔비 힙합 아티스트가 전면에 나섰고, 찰리 XCX, 두아 리파와 같은 팝 아티스트도 등장했다. 하이네켄 그린 스테이지에서는 낮부터 저녁까지 클럽 음악이 흘러나왔다.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고자 하는 ‘펜타포트’ 측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프랑스 출신 DJ듀오 저스티스(사진=예스컴)

프랑스 출신 DJ 듀오 저스티스가 마지막날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다는 점은 ‘펜타포트’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앞서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밸리록)’이 2년 연속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을 헤드라이너로 세우며 정체성을 의심받았던 것을 ‘펜타포트’ 또한 모르지 않을 터. ‘밸리록’과 함께 긴 시간 국내 록 페스티벌의 양대 산맥을 이뤄오던 ‘펜타포트’가 그들과 비슷한 노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의미 있다. 록 팬들의 반발은 불가피한 수순인데, ‘펜타포트’가 올해의 실험적 라인업을 어떻게 자평할지 그리고 이것이 내년 라인업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이것이 ‘펜타포트’가 헤비니스 록을 외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첫날 슬램존을 시원하게 열어젖힌 일본의 메탈코어 밴드 허 네임 인 블러드(Her Name In Blood)를 필두로 크리스탈 레이크(Crystal Lake), 이슈스(Issues), 유 미 앳 식스(You Me At Six) 등이 들끓는 연주를 들려줬다. 국내 밴드 중에는 아시안체어샷, 피아, 쏜애플, 솔루션스 등이 관객들을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다.

펑키 록 밴드 DNCE는 헤드라이너 못지않은 기세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만화영화 ‘라이언킹’ 테마곡으로 관객들을 끌어 모은 뒤 ‘네이키드(Naked)’ ‘DNCE’ ‘올모스트(Alomost)’ ‘투스브러쉬(Tooth Brush)’ ‘키싱 스트레인저스(Kissing Strangers)’ ‘케이크 바이 디 오션(Cake by the Ocean)’ 등을 연주하며 속된 말로 ‘약 빤’ 듯한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베이시스트 콜 휘틀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괴상망측한 의상과 괴상망측한 퍼포먼스의 조화가 대단했다. 한 남성 관객은 “이 쯤 되면 연주는 부업”이라는 말로 그의 활약상을 설명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등장한 '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다' 깃발(사진=비즈엔터)

마지막날 열린 이디오테잎의 공연은 말 그대로 ‘광란’의 연속이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 위로 희고 파란 조명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 앞 쪽 관객들이 일사분란하게 뜀박질을 해댔다면 뒤쪽에서는 한 바탕 ‘춤 판’이 벌어졌다. 관객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조달된 물세례가 더위를 식혀줬고, 스탠딩존 중반쯤에서 시작된 슬램은 점점 규모가 커져 마침내 뒤쪽 관객들까지 흡수했다. 하늘에는 각종 밴드들의 이름을 내건 깃발들이 나부꼈다. 두 달 전 영국 글래스톤베리에서 휘날렸던 ‘이게 다 문재인덕분이다’ 깃발은 ‘펜타포트’에도 등장했다. 장관이었다.

한편, 올해 ‘펜타포트’에는 11일 2만 3000명, 12일 3만 1000명, 13일 2만 2000 명이 운집했다. 주최사 예스컴 측은 올 해 인천 펜타포트를 찾은 관객들이 아무 사고 없이 성숙한 관객 매너로 사고 없이 페스티벌 종료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올해도 성숙한 관객들이 펜타포트를 만들었다. 2018년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관객편의 및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