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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말 성의 없는 공연을 했을까
입력 2017-08-16 08:12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사진=현대카드)

올해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았지만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은 2017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내한 행사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논란의 쟁점이 ‘성의’의 문제라니 더욱 어렵다. 궁예에 빙의해 당사자의 속내를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진실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말, 한국에서 성의 없는 공연을 했을까.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단독 공연 ‘덴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였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 공연인데다가 앞서 영국 맨체스터 시티 공연 당시 발생한 테러 사건, 그리고 이후 아리아나 그란데가 보여준 영웅적 행동들이 그녀의 방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공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름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했고 티켓은 순식간에 동났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향한 국내 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고 또한 열렬했다.

하지만 그녀가 공연을 불과 세 시간 여 앞두고 입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선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냉담하다 못해 적대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공연 하루 전 불거진 입국 거부 의혹은, 그녀가 공연을 세 시간 앞두고 입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성의 논란으로 커졌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공연장 인근 화장실에서 목을 푸는 영상은 조롱의 대상이 됐고 한 온라인 매체는 해당 소식 보도하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을 전하며 ‘호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사진=현대카드)

입국이 늦어진 탓에 리허설을 못했다고는 하지만, 공연은 사고는커녕 눈에 띄는 실수 하나 없이 끝났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해 발매한 세 번째 정규음반 타이틀곡 ‘그리디(Greedy)’를 비롯해 ‘사이드 투 사이드(Side To Side)’, ‘뱅뱅(Bang Bang)’, ‘인투 유(INTO YOU)’, ‘문라이트(Moonlight)’ 등의 히트곡, 그리고 맨체스터 테러 희상자를 추모하는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SOMEWHERE OVER THE RAINBOW)’까지 총 24개 곡을 불렀다.

가창력에 대해서야, 이견이 있을 수 있으랴. 시원한 고음이나 고척돔을 호령하던 성량, 매끈한 그루브까지 완벽에 가까운 가창을 들려줬다. 살인적으로 높은 음역대의 ‘프러블럼(Problem)’에서부터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의 고전적인 감성까지 막힘없이 소화했다. ‘문라이트(Moonlight)’에서 들려준 소울풀한 보컬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영역이 비단 팝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팝의 요정’과 같은 수식어나 그녀를 둘러싼 스캔들이 모두 무의미해지고 오직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아리아나 그란데가 빛나던 순간들이었다.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사진=현대카드)

그러나 결점이 전혀 없는 공연은 아니었다. 우선 고척돔의 고질적인 문제인 음향이 이날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 갔지만 공연 초반에는 소리가 지나치게 울리거나 라이브 보컬과 코러스 라인, 악기 소리 등이 뭉쳐 귀에 피로를 안기기도 했다. 기타 연주는 드럼 소리에 묻혀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푸른색과 자주색으로 일관된 조명 또한 공연 규모를 감안하면 다소 안일한 연출로 보였다.

무엇보다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리아나 그란데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연 종료 후 65만 원 상당의 VIP 티켓 예매자 가운데서는 예매 당시 약속받았던 특전 중 일부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관객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공연장에 늦은 탓에 약속된 팬미팅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의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금전적인 보상까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러가 우리를 분열시킬 수 없다. 증오가 이기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맨체스터 시티 테러 이후 이렇게 말했다.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투어를 지속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내린 결정일 게다. 하지만 이번 내한 공연 이후 ‘테러가 무서우면 투어를 하지 말라’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과하게 몸을 사린 걸까, 아니면 팬들에게 이해심이 부족한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이번 내한으로 인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욱 크다는 점이다. 테러 이후 아리아나 그란데가 보여줬던 놀라운 용기를 떠올리면 작금의 사태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