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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2017년 9월 18일, 날씨 맑음. 아이유 ‘가을아침’
입력 2017-09-18 11:33    수정 2017-09-18 11:33

▲아이유 '가을아침' 음반 커버(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2017년 9월 18일. 서울, 날씨 맑음. 미세먼지 수치, 좋음. 하늘은… 더없이 청명. 오늘의 신곡 아이유의 ‘가을아침’.

1991년 발표된 양희은의 ‘가을아침’이 30여 년의 시간을 달려왔다. 마흔 살 양희은의 넉넉한 목소리는 스물네 살 아이유의 새된 목소리로 바뀌었다. 이병우가 간질이던 기타는 정성하에게 몸을 맡겨 한층 경쾌한 소리를 들려준다. 하림이 부는 틴 휘슬은 이국적인 전원의 풍경을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데뷔 초부터 조숙한 감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던 아이유는 ‘가을아침’에서 오히려 소녀 같은 목소리를 꺼냈다. 웃음을 머금었다가 ‘뽕끼’를 내보이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돌연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곡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그러나 원곡을 따라잡으려 하지도 않는 의도가 곳곳엣 포착된다.

‘가을아침’은 아이유가 출연하는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음원의 일부가 처음 공개됐다.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는 예명이 아닌 ‘지은이’로 불린다. ‘가을아침’이 가수 아이유가 부르는 것이 아닌, ‘이지은’이 흥얼대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가 아마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노래는 아이유가 민박에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 사귀었을 때의 즐거움이나 제주도에서 느낀 고즈넉함, 또는 “왠지 모를 슬픈 표정”(이효리가 아이유를 보며 쓴 가사 中)을 모두 안고 불어온다.

아이유는 ‘가을아침’을 발표하며 “팬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맞다. ‘가을아침’은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되는 노래다. 비록 리메이크 곡이지만 노래는 지금의 아이유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남긴다. 그래서 ‘가을아침’을 듣는 것은 팬들에게 커다란 기쁨이다.

한 가지 더. 음원은 사전 프로모션 없이 오전 7시 기습적으로 공개됐다. 전날 방송을 통해 높아진 기대와 관심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데다가 데뷔 당일 발표돼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명분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가창만큼이나 영리한 마케팅. 이지은의 목소리와 감성에 즐거워 하다가 아이유의 유능함에 새삼 놀라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