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Z시선] 시대와 눈 맞춘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 셀프’
입력 2017-09-22 13:12    수정 2017-09-22 16:34

▲그룹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19일 서울 소공동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록곡 ‘고민보다 고(GO)’를 소개하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방탄소년단의 음반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 방탄소년단은 정식데뷔 전 발표한 믹스테잎에서 학교 내 왕따 문제를 지적한 ‘학교의 눈물’을 시작으로, ‘쩔어’ ‘엠 아이 롱(AM I LONG)’ 등의 노래에 사회 현상을 투영하고 그에 대한 일갈은 담았다.

방탄소년단의 사회 비판곡은 동세대 청년들과의 연대 의식을 강조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한다고 지적하는 ‘쩔어’나 ‘탕진잼’(소소한 사치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에 빠진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 ‘고민보다 고’가 대표적이다. 슈가는 ‘고민보다 고’에 대해 “왜 젊은이들이 ‘탕진잼’ 같은 단어를 쓰는지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것 같아 그 이유를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해 곡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득권 바깥의 목소리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던 방탄소년단은 새 프로젝트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에서 보다 노골적으로 약자와 눈 맞춤을 시도한다. 지난달 공개된 하이라이트 릴 영상에서 멤버 정국은 휠체어를 탄 채 등장하고 제이홉은 회상 장면을 통해 가족에게 버림 받은 과거가 있음을 암시한다. 방탄소년단은 스스로를 약자로 설정해 ‘러브 유어 셀프’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 셀프' 하이라이트릴 영상(사진=화면 캡처)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신체적 결함이나 유기 등 당사자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경험을 다루는 데 있어서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 SNS 유저는 “빅히트는 청춘으로 표방되는 캐릭터마다 불행요소를 설정해 이를 청춘이 겪는 시련 등으로 낭만화 해 서사를 펼치고 있다”면서 “실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지닌 특성을 단순히 불행 요소로만 해석하고 낭만화하는 것은 당사자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전제의 상당 부분이 추측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누리꾼의 논리가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특정한 그룹에만 해당하는 문제 또한 아니다. 가수 현아가 속한혼성 프로젝트 그룹 트리플H는 올해 5월 발표한 ‘365프레쉬’ 뮤직비디오를 통해 ‘잃을 것 없는 세 명의 청춘이 만나 비로소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각종 범죄와 자살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사용돼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방황하는 청춘’을 표현하는 수단이 약자성과 범법적 행위에 의지하는 편향된 상상력은 K팝 구성원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슈가는 “우리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접근이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세대의 이야기,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신중하게 접근해서 많은 분들로부터 관심과 고민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의도를 생각하면서 지켜봐주신다면 멋지고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러브 유어 셀프’는 ‘우리’ 안에서 펼쳐졌던 방탄소년단의 이야기가 ‘너희’의 세계로 침투하고 확장되는 과정에 놓여 있는 음반인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랑하면서 분노와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에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적 인식을 담은 아티스트적 접근이 성공 비결”이라던 빌보드의 분석이 또 한 번 맞아 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