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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우리에겐 더 많은 윤종신이 필요하다.
입력 2017-10-15 15:24   

(사진=JTBC, KBS 제공)
올해 8월 정식 데뷔한 보이그룹 온앤오프는 데뷔의 감흥이 가시기도 전에 JT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 출연을 확정했다. ‘믹스나인’은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전국의 연예 기획사를 직접 방문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형태의 프로그램. 온앤오프 외에도 바시티, 이달의 소녀, 페이버릿, 마이틴 등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인 그룹이 대거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KBS2는 아예 ‘뜨지 못한 아이돌’을 주요 출연자로 삼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유닛’을 론칭한다. Mnet ‘프로듀스10F1 시즌2’에 출연해 대세 보이그룹으로 거듭난 뉴이스트의 사례를 인상 깊게 본 듯한 포맷이다. 10년 차 보컬그룹 미스에스 출신 강민희부터 올해 5월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에이스(A.C.E)까지 다양한 경력의 가수들이 출연을 확정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은 시청률과 화제성에 상응하는 유명세를 얻는다. 최종 데뷔 멤버로 발탁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들의 성공 가능성은 프로그램 출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다. 그래서 ‘믹스나인’이나 ‘더 유닛’은 가요계와 방송계의 상생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에게 한정되는 얘기다. 프로그램 바깥의 가요계는 지옥이다. 우원재는 실력 있는 래퍼지만, 그가 Mnet ‘쇼미더머니6’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의 노래 ‘시차’가 차트에서 1위를 할 수 있었을까. 반대로, 우원재만큼 실력 있는 래퍼이지만 ‘쇼미더머니6’에 나오지 않아 없는 가수 취급을 당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믹스나인’이나 ‘더 유닛’은 ‘상생’이 아닌 ‘의존’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 좋은 음악이 보장해주지 못한 성공을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가져다준다. 그것도 훨씬 빠른 시간 안에, 훨씬 더 어마어마한 크기로.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것이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두 프로그램의 첫 방송을 기다리면서 문득 윤종신의 ‘좋니’를 다시 듣는다. 발매 당시 별다른 화제를 모으지 못했지만 노래방에서 자주 불리며 입소문을 타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에서 1위까지 차지한 곡이다. 윤종신은 ‘좋니’가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0위 안에 진입했을 무렵 자신의 SNS에 “역주행이 정상”이라는 글을 남겼다. 맞다. 과거에는 그랬다. 노래는 라디오를 통해, 입소문을 통해 퍼졌다. ‘컴백과 동시에 1위’는 희귀했지만 한 달 동안 꾸준히 인기를 높여가는 노래는 흔했다. 유명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보다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만큼 활동 시기가 짧은 아이돌 그룹마저 다시 서바이벌 무대에 서야 하는 가요계. 우리에겐 더 많은 윤종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