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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태민, 날아오르다
입력 2017-10-15 18:54   

▲그룹 샤이니 태민(사진=SM엔터테인먼트)

검은 무대. 검은 스크린. 한 남자가 어둠을 가로지른 핀 조명 안에서 노래한다. 낯선 멜로디. 아직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이 노래의 제목은 ‘라이즈(Rise)’, 우리말로는 ‘떠오르다’. 그룹 샤이니 태민이 어디를 향해 움직이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마 ‘라이즈’가 되지 않을까. 문득 생각했다.

태민은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완결판 ‘오프 식 – 온 트랙(OFF SICK – on track)’을 열고 150여 분 간 무대를 달궜다. 14-15일 양일간 진행된 공연에는 약 1만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공연 부제 ‘온 트랙’은 ‘궤도에 오른’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태민이 16일 발매하는 새 음반 ‘무브(MOVE)’의 제목과 함께 ‘태민이 궤도에 올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완성한다. 태민의 솔로 컴백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장치겠지만, 한편으로는 수 년 간 태민이 만들어온 자신만의 궤도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룹 샤이니 태민(사진=SM엔터테인먼트)

‘라이즈’로 시작된 공연은 ‘드립 드롭(Drip Drop)’, ‘게스 후(Guess Who)’, ‘섹슈얼리티(Sexuality)’로 이어졌다. 하얀 핀 조명 안에서 나타난 태민은 돌출 무대 중앙부로 자리를 옮겼다. 무대는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해 끝내 태민을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다 놓았다. 2, 3층 관객들과 눈을 맞출 만큼 높이 떠오른 태민은 무용을 하듯 섬세하게 팔과 다리를 움직이다가 록킹하게 고개를 흔들다가 팝핍을 하듯이 몸을 튕겨냈다. 묘한 해방감이 객석까지 전해졌다.

조명과 레이저는 매 무대 적절한 색깔로 빛을 냈고, 적지 않은 인원의 댄서들이 무대 뒤를 채웠으며,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었음이 분명한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공연을 완성한 것은 태민 한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섹슈얼한 긴장감으로 공기를 팽팽하게 당기던 ‘미스터리 러버(Mistery Lover)’나 모놀로그를 보는 것 같았던 ‘미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 ‘플레임 오브 러브(Flame of Love)’ 등 태민은 무대마다 그 자체로 온전한 쇼를 만들었다.

태민의 퍼포먼스는 시대나 장르의 경계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피비 알엔비 장르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신곡 ‘설스티(Thirsty)’나 복고적인 분위기의 ‘소나타’, 펑키한 ‘거절할게’, 심지어 발라드 넘버 ‘솔져(Soldier)’에서 보여준 절창까지 태민을 통해 무대에 그려진 모든 것들이 ‘태민의 색깔’을 완성했다.

▲그룹 샤이니 태민(사진=SM엔터테인먼트)

공연은 ‘프리티 보이(Pretty Boy)’, ‘타이거(Tiger)’, ‘괴도’, ‘도어(Door)’를 거치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드럼은 빠른 속도로 내달렸고 기타는 거칠게 몸을 긁었다. 태민은 놀이를 하듯이 춤을 췄다. 흔히 노래 잘하는 가수에게 ‘목소리를 갖고 논다’는 찬사를 보내곤 하는데, 태민은 몸을 갖고 노는 것 같았다.

앙코르 무대는 새 음반 타이틀곡 ‘무브’로 시작됐다. 태민은 “이 곡으로 활동하게 됐다. 여러분과 함께 따뜻한 가을을 만들고 싶다”면서 “여러분에게 신곡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서 내게도 의미가 있었다. 처음 보는 충격이 있지 않느냐. 같이 즐기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여러분들이 보시면서 ‘와! 새로운 거다!’하시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고(故)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태민은 이날 고인을 연상시키는 볼레로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그러고 보니 첫 솔로곡 ‘괴도’에서도 그는 고인의 퍼포먼스를 오마주한 동작을 보여줬더랬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건대, 이날 태민이 입은 반짝이는 검은 재킷 외에 마이클 잭슨을 닮으려고 노력했다거나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은 없었다. 이제 태민은 자신의 이름으로만 설명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미 태민은 자신만의 이상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