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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썰] 이지형 리웨이 대표 “‘청춘시대2’ OST, 미드처럼 만들고 싶었죠”
입력 2017-10-31 09:38   

(사진=JTBC 제공)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 · 문화 이야기.

‘청춘시대’는 JTBC의 첫 시즌제 드라마다. 시작은 미미했다. 화려한 스타 한 명 등장하지 않았고, 여느 드라마보다 짧은 12부작으로 만들어졌지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오늘날 청춘의 고민과 애환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는 금세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1년 만에 어엿한 16부작으로 시즌2가 제작됐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비단 공감 가는 이야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남연 음악감독이 참여한 OST는 ‘청춘시대’ 만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데 주효했다.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의 노래들도 화면 위를 겉돌지 않았다.

시즌2에서는 좀 더 파격적인 시도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를 위해 삽입곡을 새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청춘시대2’에서는 OST 전체를 기존에 있던 곡으로 채웠다. 각 노래의 저작권과 관련해 만만찮은 품이 들었을 터였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뮤직 슈퍼바이저’ 역할을 한 인물이 리웨이뮤직앤미디어의 이지형 대표다.

“미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이미 발표된 곡들을 삽입하는데요, 최근에는 1980년대 명곡들을 고르는 것이 트렌드고요. ‘미드처럼 해 보자’고 했던 건 이남연 감독님의 아이디어였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죠. ‘청춘시대2’ OST를 할 때는 JTBC 측의 도움도 컸습니다. 저작권 문제 처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하려는 노력이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방송사와 음악감독, 뮤직 슈퍼바이저가 함께 했던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지형(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좋아 뮤직 비즈니스의 길을 걷게 됐다는 이지형 대표는 지난 2007년 리웨이뮤직앤미디어를 설립했다. 음악 저작권 매니지먼트 및 컨설팅, 아티스트 발굴 및 기획, 음반 제작 및 유통 등을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겨울연가’ 이후 한국에서도 OST 시장이 커졌고, 저도 영상 음악 쪽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아이리스’ 때부터 저작권 위탁 관리를 시작했죠. 우리나라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고, 유튜브 등의 글로벌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음악계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중요해졌어요.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저작권법 관련 문제가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쪽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슈퍼바이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지형 대표는 음악계 환경의 변화 만큼 저작권법의 형태도 빠르고 복잡하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측하지 못했던 기술이 사회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이 타국의 것보다 잘 정비돼 있다고 평했다. 저작권자의 권리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편리까지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춘시대’ 두 시즌을 이남연 감독, JTBC와 함께 해 오며 선곡 작업부터 드라마 삽입곡 저작권 승인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도맡았다. 모든 음악 작업을 음악감독 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우리나라 영화계 및 드라마계 제작 환경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용 절감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

“‘한한령’의 영향도 있지만, 드라마 OST 시장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예요. 제작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곡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죠. 기존의 노래를 갖다 쓰면 비용 절감 효과는 있습니다. 대신 저작권을 확보하는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지죠. 그렇지만 있는 곡을 골라 쓰는 경우가 좋은 결과를 낳을 때도 있죠.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음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대사가 많지 않아도 극 중 배경이 되는 시대에 몰입하기가 쉬웠죠.”

리웨이뮤직앤미디어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와 광고 음악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세 매체를 동시에 진행하는 기획사는 많지 않다. 덕분에 각 영상 매체 음악을 다루는 데 있어 세분화된 대응책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해외로 수출합니다. 이 과정이 짧으면 3개월, 길면 몇 년이 걸리죠. 한국 드라마는 보통 70분 정도 분량인데 해외는 40분 정도니까 새롭게 영상을 편집해야 해요. 해외는 국내 저작권법의 저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는 곡들은 교체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예 초기 제작 단계부터 안전하게 음악을 사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죠. JTBC는 미리 그런 작업을 준비한 것이고요.

영화는 준비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긴 편이고, 시나리오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죠. 가장 시간이 촉박한 것이 광고예요. 작업의 난이도로 본다면 제일 어려운 분야죠. 또 영화나 드라마는 저작권자들이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광고는 지극히 상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용 조건이 까다로워지기도 해요.”

음악을 고르는 기준도 콘텐츠에 따라 달라진다. 광고 음악의 경우 아티스트 보다는 노래를 본다. 영상 자체가 짧기 때문에 곡의 기-승-전-결이 중요하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는 곡 전체를 잘 만들어야 한다. 사운드, 장르나 일관된 정서의 가사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지형(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세간에서는 한류가 사그라들었다고 말하지만, 이지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고, 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는 과거 일본이 J-POP을 장르화했듯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최근 그가 싱가포르와 한국의 인디 아티스트 사이 가교 역할을 했던 이벤트 ‘단짠 데이트’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류가 정말 세 지고 있습니다. 아이돌 위주의 K-POP이 얼마나 갈까 싶었지만, 댄스 음악부터 R&B, 발라드, 인디까지 한국 음악들이 크게 사랑받고 있어요. 지난해 싱가포르 국립청소년위원회에서 한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됐어요. 현지 음반사 주최가 아니었죠. 싱가포르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한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나 사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기 때문에 싱가포르와 한국의 인디 뮤지션이 만나게 해서 하나의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죠. 페스티벌이다보니까 아시아 각국 음악 관계자들이 많이 왔는데, 자신들의 나라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고 관심을 보여 왔어요.”

이지형 대표는 해외 뮤지션이나 숨겨진 좋은 곡들을 찾는 데 유튜브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인디 음악을 발굴하는 것의 어려움 때문에 독일과 캐나다에 지사까지 설립했었지만, 유튜브가 탄생한 이후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이었다.

국내 음원 유통과 관련해서는 낙관적이지만 모두가 상생을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국내에는 멜론, 엠넷, KT, 벅스 등을 비롯해 일곱 개 정도의 뮤직스토어가 건재한데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이런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멜론, KT, 엠넷의 지분이 크기는 하지만 독과점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전부 치열하게 경쟁 중이죠. 글로벌 스탠다드 뮤직스토어라고 할 수 있는 스포티파이나 아이튠즈가 국내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도 이례적입니다. 다만 권리자들에게 불리한 수익구조가 아쉽죠.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리자들의 수익 배분을 단계별로 조정 중인데, 우리나라도 그 과정에 있죠. 뮤직스토어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상생하는 건전한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같이 잘 돼야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