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장기용 “감을 잃지 않게,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입력 2017-12-07 08:41   

▲장기용(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 정도면 가히 성공적인 발견이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의 풋풋한 드러머에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 KBS2 ‘고백부부’ 남길 선배로의 변신을 너무도 잘 마쳤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순정 또한 그만의 눈빛으로 제대로 표현해냈다. 첫사랑 이미지에 열광하는 여성 팬들도 대거 생겼다. 배우 장기용이 올해 들어 거둔 성과는, 이토록 달콤하다. 변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온 장기용이 앞으로 나아갈 배우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도, 내년도 ‘잘’ 하고 싶다는 장기용의 포부를 들여다봤다.

Q. 지난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선배들과 함께 했어요. 소감도 남다를 것 같은데.
장기용:
좋은 작품의 좋은 배역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어요. 지난번에는 또래들과 함께 해서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좋은 선배님들 밑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으면서 하니 긴장한 것도 풀리고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물론, 저는 배역 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포함되진 않았지만요(웃음).

Q. ‘고백부부’ 현장이 분위기 좋은 걸로 정평이 나있었는데, 남길 캐릭터는 매번 한편에서 다른 캐릭터를 지켜보는 모습이곤 했죠.
장기용:
맞아요. 저는 항상 혼자 촬영하거나 장나라 누나와 둘이 촬영하곤 했어요. 외로운 캐릭터였죠. 어렸을 때 아픔도 있는 친구인데, 초반부에는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요. 왜 혼자 다니고 왜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는지, 왜 새엄마가 있는 건지도 전부 궁금해서 감독님 작가님께 물어보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어요.

Q. 극 중 장나라(마진주 역)와의 호흡이 돋보였어요. 둘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는데, 가장 설렜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장기용:
설레려고 노력한 장면이 있어요. 호프집에서 진주를 바라보는 장면이었죠.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바라보며 대사를 할지부터 시작해서 연애의 분위기를 많이 살리려 했어요.

▲장기용(사진=YG엔터테인먼트)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거였을지도 궁금해요.
장기용:
마지막 회에서 그네를 타고 진주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에요.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안 될 것 같다고 직시하고, 너무 사랑해서 보내줄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이었거든요. 남길이가 진주를 정말 사랑해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진주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혼자 가다가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눈빛도 이제 앞으론 못 볼 사람이라 생각해서 더 슬펐어요.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장면이기도 했죠.

Q. 장나라 외에도 손호준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도 많았어요.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연적이 됐었죠.
장기용:
손호준 형이 나오는 작품을 많이 봐서 그런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게 정말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고요. 준비한 건 있어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커서 잠도 설쳤었는데, 막상 해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 싶더라고요. 형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시고 카메라 리허설 전부터도 합을 맞춰주셨어요. 저를 많이 배려해주셔서 저도 형을 믿고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Q. 남길 캐릭터의 인기가 컸어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장기용:
아무래도 첫사랑 이미지였으니까요. 저도 이런 역할을 처음 해보는 거고, 연기도 전 작품에 비해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첫사랑 이미지에 제복까지 입고 나오는, 여러모로 멋지게 나오는 캐릭터여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 모습을 시청자 분들이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가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요.

Q. 충분히 잘한 것 같은데.
장기용:
제가 봐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거든요. 잘한 부분이 있어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돌아보면 생각대로 안 된 부분이 있어요. 제가 준비했던 게 현장에서 다 발현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이 있어요.

Q. ‘그거너사’ 때와는 확실히 반응이 달라요. 인기, 실감하고 있나요(웃음).
장기용:
인기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고백부부’를 통해 저라는 배우를 많이 알아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제가 인기가 올랐다거나 차세대 유망주로 올랐다는 말은 신경 쓰지 않고 있거든요. 물론 기분은 좋죠. 주위 사람이나 엄마 아빠 모두가 좋아하지만, 그 말을 신경 쓰기보다는 이 말이 진짜이게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쉬기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요.

▲장기용(사진=YG엔터테인먼트)

Q. 정남길 캐릭터와 본인은 비슷한 편인가요?
장기용:
외형적으론 비슷하지만 스타일은 달라요. 학창시절의 저는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었어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무서워하고 싫어해서 회피했죠. 많진 않았지만 저를 좋아하는 이성친구들이 초콜릿이나 편지를 갖다 주면 화장실로 숨기도 했어요. 그만큼 내성적인 친구였죠. 연애도 많이 못 해봤어요. 한 번 만나면 오래 만나는 편이어서요.

Q. 실제 연애스타일도 ‘돌직구’ 형인 정남길과는 다르겠네요.
장기용:
남길이처럼 키다리아저씨마냥 바라봐주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애교도 없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거든요. 상황을 일단 지켜보는 편이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짚고 대화하는 편이고요. 하지만 돌직구로 고백하는 남길이의 모습은 저와 정반대예요.

Q. ‘고백부부’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보고 싶어요?
장기용:
돌아가기엔 제가 너무 어려서요. 가본다면 학창시절이요. 남중-남고를 나왔는데, 어렸을 때의 패기 있고 아무 걱정 없던 그때가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좋아요.

Q. 지금은 장기용 본인에겐 어떤 때 같나요.
장기용:
제가 올해 초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게 있는데요. 올해가 가기 전까지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요. 보람되고 감사한 때죠. 내년은 더 보람되고 감사한 해를 만들고 싶어요.

Q. 어떻게 하면 더 보람되고 감사한 해가 될까요.
장기용:
그게 조금 고민이에요. 제가 잘 소화할 수 있고 잘 흡수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분량을 따지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정남길 같은 첫사랑 이미지를 또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한 번 해봤으니 그 캐릭터를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아니면 아예 첫사랑과는 정반대인 이미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고백부부’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열정이 더 불타올랐어요. 빠른 시일 내에 더 일을 하고 싶어졌거든요.

▲장기용(사진=YG엔터테인먼트)

Q. ‘모델’ 장기용에서 ‘연기자’ 장기용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두 직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궁금해요.
장기용:
둘 다 매력적인 직업이라 어느 하나 고를 수가 없을 정도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 장기용과 모델 장기용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관리를 잘 해야겠죠?(웃음). 세월이 흘러도 만약 여건이 되고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고 제 모습이 관리가 잘 돼있다면 배우 장기용으로서도, 모델 장기용으로서도 좋은 선배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Q. 모델에 대한 애착도 큰 것 같아요. 일전에는 밀라노에서 한 브랜드의 쇼에 모델로 섰죠.
장기용:
모델 일은 재밌어요. 쇼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해서 화보 촬영도 즐겁거든요.

이번에 밀란 패션위크에 간 것도 제가 그동안 모델을 하면서 해외를 못 가본 게 아쉬웠는데 한 브랜드에서 섭외 연락이 와서 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패션위크 기간이 ‘고백부부’ 팀에서 정남길 캐릭터 미팅 연락을 받았던 때였거든요. 하지만 미리 정해놨던 패션위크 스케줄과 겹쳐서 결국 미팅을 못 하고 쇼를 하러 가게 됐죠. 그랬는데, 쇼를 마치고 한국에 오니 ‘고백부부’ 제작진이 연락을 다시 주셨어요. 그래서 잘 준비해서 미팅을 하게 됐죠.

Q. 드라마틱하네요. 운이 술술 풀리는 느낌인데요.
장기용:
이번 작품은 저라는 배우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던 좋은 기회였어요. 전에는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배우 장기용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저라는 사람을 잘 보여줄지를 생각하게 돼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죠. 상승세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요. 올해도, 내년도 정말 잘 하고 싶어요.

▲장기용(사진=YG엔터테인먼트)

Q. 배우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진입한 것 같아요.
장기용:
그런 만큼 좋은 작품들만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진 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 색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진 걸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작품과 좋은 감독님을 만나고 싶어요.

Q. 일단 ‘고백부부’라는 좋은 작품을 만난 건 확실해요. 그 속에서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요.
장기용:
맞아요. 장나라 누나와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어요. 항상 감사할 뿐이죠. 나중에 꼭 제가 잘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병훈 감독님과 권혜주 작가님, 손호준 형과 장나라 누나 모두가 저를 믿어준 사람들이잖아요. 옛날의 서툴렀던 그 시절을 함께했던 선배님들에게도 시간이 흐른 뒤, ‘빨리’가 아닌 ‘천천히’라도, 그 언제가 됐더라도 잘 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 ‘잘’이 중요한 것 같아요(웃음).

Q. 여러 길을 제시해준 ‘고백부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요.
장기용: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의 전환점이 됐어요. 생각하는 것도 많이 바뀌었고 그만큼 더 많이 배웠거든요. ‘고백부부’는 배우로서 확실한 전환점이에요. 앞으로도 이 좋은 기운을 받아서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이자 임무예요.

▲장기용(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