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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초점] KBS, 멈췄던 예능국 재가동…2018년 성공할까
입력 2018-01-19 16:06   

▲KBS 총파업 출정식(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멈춰 있던 KBS 예능국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에서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총파업의 여파로 짧게는 7주, 길게는 10주까지 ‘해피투게더3’‘유희열의 스케치북’‘해피선데이’ 등의 주요 예능들이 결방 수순을 밟았다. 외주 비율이 높은 드라마국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예능국은 달랐다. 총파업 초기에는 편집 작업에 간부급 PD들까지 총동원될 만큼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었다. 프로그램의 결방 및 파행은 물론이고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마저 열리지 못한 상황이다.

KBS노동조합(이하 구노조)가 2017년 11월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으며 업무에 복귀한 후에도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KBS 개국 이래 최장 기간이다. 그런데 줄곧 얼어 붙어 있던 KBS 예능국에 해동의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새노조가 1월1일 부로 예능 및 드라마PD에 한해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KBS노조 파업 참여 대표자(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물꼬를 튼 것은 ‘해피선데이’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1박2일’은 기존에 녹화를 마쳤지만 전파를 타지 못했던 방송분을 지난해 12월 31일 내보냈다.

뒤이어 지난 3일에는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던 ‘살림하는 남자들2’의 본 방송도 시청자들과 만났다. ‘배틀트립’‘해피투게더3’‘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차례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특히 KBS 예능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결방됐던 ‘안녕하세요’도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2018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새노조 측이 일부 노조원의 파업 잠정 중단이라고 초강수를 둔 데는 이유가 있다. 강규형 전 KBS 이사가 해임되며 고 사장의 퇴진도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임명됐던 강 전 이사는 2017년 이사회를 상대로 시행된 감사에서 재직 당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들통났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해임 건의를 의결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면서 강 전 이사는 자리에서 쫓겨났다.

보궐이사로는 기독교계 원로인 김상근 목사가 임명됐다. 이로써 KBS 이사회는 여권 추천 6명, 야권 추천 5명으로 재편, 새노조에 유리한 형국이다. 앞서 정상화에 돌입한 MBC 역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야권 이사가 사퇴한 자리에 여권 이사가 임명된 덕에 김장겸 전 사장의 퇴진이 가능했다.

새노조는 고대영 체제가 조만간 붕괴될 것임을 예상하고 KBS 정상화를 일찌감치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1월 넷째 주까지 고 사장이 퇴진하지 않는다면 다시 노조원들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랜만에 안방을 찾은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도 썩 나쁘지 않다. 긴 결방 기간에도 방송 시간만 되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던 ‘안녕하세요’의 15일 방송은 되레 파업 전보다 시청률이 올랐다. 주말 예능 1위를 굳건히 지켰던 ‘해피선데이’는 방송 재개 2주 만에 다시 왕좌에 올랐다. 2018년 1월, KBS 예능국의 예열이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