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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의 음악본능] 대중음악의 조상 ‘디스코’
입력 2018-08-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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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최근에는 정말이지 무덥고 습해서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어코 외출을 감행한다. 냉방 잘 되는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여유를 즐긴다. 밀린 공부나 리포트를 쓰는 사람도 보이고, 누군가는 스마트 폰에 얼굴을 파묻고 드라마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시원하기로 따지자면 전국에서 방송국이 최고다. 글쎄. 은행 정도는 되어야 겨우 경쟁상대로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값비싼 방송 장비가 열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여름에 지독히도 약한 나는 오늘도 기계’느님’의 은총 아래 시원함을 만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라디오 생방송 중 가끔씩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고는 한다. “시원해지는 음악 좀 틀어주세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실내 온도의 하강에 음악은 조금도 기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청취자들은 기어코 외출을 감행하는 것과 비슷하게 신청곡을 보내고야 만다. 뭐 어쩌겠나. 어떻게든 그럴싸한 근거를 대면서 음악을 틀어주는 건, 음악 방송 일하는 사람의 숙명 아닐까 싶다. 물론 큰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라디오 만화 ‘파도여 들어다오’의 대사에도 나오듯이 “라디오의 좋은 점은 청취자들이 기본적으로 호의적”이라는데 있는 덕분이다.

청취자들의 요구는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하다. 아무래도 좀 빠른 곡이 당기는데 너무 빨라서는 안 된다는 것. 멜로디도 선명해야 하는데 발라드처럼 과하게 굴곡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하나의 장르가 답안지로 도출될 수밖에 없다. 바로 디스코다.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디스코는 여름용 사운드트랙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매년 여름만 되면 각종 음악 전문지가 ‘디스코 음악 톱 50’ 같은 리스트를 발표하는 이유다. 이번 여름에도 빌보드가 이미 ‘최고의 디스코 35곡’을 선정해 공개한 바 있다. 빌보드에 들어가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우선, 디스코는 흑인 음악이다. 8비트를 단순하게 반복하는 리듬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그 위에 복잡하지는 않지만 귀에 잘 들리는 멜로디를 얹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디스코가 처음 붐을 이루기 시작한 때는 베트남 전쟁이 막을 내린 이후부터였다. 자, 상상해보라. 전쟁은 마침내 막을 내렸고, 미국 경제는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떤 음악이 필요하겠나. 감상용이 아닌 파티용 음악 아니겠나. 이런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디스코는 ‘리듬’을 강조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음악에 있어 멜로디가 정신이라면, 리듬은 육체다. 디스코는 리듬을 멜로디보다 우선시한 역사상 최초의 장르였다. 춤추기에 적당한 리듬을 지닌 디스코는 몸을 서로 뒤섞고 부딪히는 클럽을 중심으로 당대 미국 사회를 완전히 평정해버렸다. 1970년대 중반 즈음에 벌어진 현상이다.

디스코 음악의 주된 질료는 신시사이저였다. 간단하게, 신시사이저는 실제 연주 없이도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 기계다. 이런 측면에서 디스코의 진정한 출발이라 정의할 수 있는 곡은 도나 서머(Donna Summer)의 1977년 히트곡 ‘I Feel Love’다. 위대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이 곡의 반주를 신시사이저로만 완성해낸 그 순간, 디스코의 역사는 혁신적인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도나 서머는 이 곡과 비슷한 시기에 ‘Hot Stuff’, ‘Bad Girls’ 등의 히트곡을 줄줄이 발표하면서 디스코의 여왕(The Queen of Disco)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보통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에는 블루스가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요즘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는 음악에서 블루스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빌보드와 국내 차트 20위권 내에 있는 음악을 쭉 감상해보라.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나 존 메이어(John Mayer)의 터치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나? 블루스는 고사하고, 로큰롤 비트도 들어보기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 차트 상위권 음악으로만 한정하자면, 연주자 없이 신시사이저로만 모든 소리를 뽑아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일례로, 첨단을 달리는 이미지를 지닌 2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2013년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에서 괜히 디스코를 차용했겠나. 1970년대만 해도 디스코는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진지한 음악 마니아와 평론가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현대 대중음악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언급된다. 한치 앞을 모르는 건 비단 우리 인생뿐만이 아니다. 장르도 그렇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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