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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안시성’, 액션블록버스터 누릴 관객들의 최대 ‘호사’
입력 2018-09-18 16:42    수정 2018-09-21 20:24

(사진=NEW)

오랜만에 블록버스터로서 제 사명을 다하는 한국영화가 등장,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흔치 않은 고구려 배경의 사극을 배경으로 승리의 역사를 담았고, ‘액션 영화’로 장르를 확실하게 정한 만큼 뛰어난 액션신들이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

약 1400년 전, 당 태종 이세민(박성웅 분)이 20만 대군을 이끌고 5천만밖에 되지 않는 고구려를 공격한 가운데, 고구려의 연개소문(유오성 분)은 자신의 명에 굴복하지 않은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조인성 분)을 배반자로 낙인찍는다. 이에 사물(남주혁 분)은 연개소문의 명을 받들어 안시성의 성주를 죽이기 위해 안시성으로 향한다. 안팎으로 공격받는 안시성,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88일 후 어떻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는지 그려낸 작품이다.

(사진=NEW)

영화는 불가능한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로 성주 양만춘을 조명한다. 안시성 사람들은 성주를 존경심과 친근함으로 바라보고, 사물은 바깥에서와 다른 평가를 받는 양만춘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망설임 없이 전쟁터에 뛰어 들어가는 양만춘과 “이건 미친 짓이야”라며 홀로 이 전쟁에 회의적인 이방인 사물, 두 주인공의 상반된 모습은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주며 긴장감 있게 서사를 이끌어 간다.

조인성이 안시성 그 자체로서 극의 중심을 잡는다면, 남주혁은 관객들과 실질적으로 호흡하는 인물이다. 그가 연기한 사물은 극 안에 있는 관객이자 서술자다. 반대자였다가 의문을 던지다가 마침내 안시성 사람들에게 녹아드는 사물의 모습은 외부인이었던 관객마저 극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다. 남주혁은 어린 소년의 얼굴부터 고단함까지 담아내며 첫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낸다.

설현의 연기 및 액션도 인상 깊다. 백하(설현 분)는 양만춘의 동생이자 기마부대장 파소(엄태구 분)의 연인일뿐만 아니라 궁수로써 백하부대 대장 역할을 다 하는 인물. 설현은 후반부 중요신을 홀로 담당하기까지 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독무를 추는 듯 우아하면서도 강렬하다. 그와 연인 호흡을 맞춘 엄태구는 상업영화 사상 처음으로 꿀 떨어지는 눈빛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생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다른 여배우 정은채는 신녀 역할을 맡아 신비로운 얼굴만으로 영화의 미장센을 담당한다. 신녀를 인질로 잡고 고구려에 쳐들어온 당나라의 이세민 역을 맡은 박성웅은 중국어를 소화하며 배까지 기른 수염과 치켜 올린 눈썹 등으로 독특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배성우, 박병은, 오대환 등은 능청스러움과 함께 강렬한 액션신으로 게임 캐릭터인 냥 활약한다.

(사진=NEW)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무기를 들고 출격한 만큼,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액션신이다. 200억이 투입되어 보조출연자만 6500여명, 7만평 부지에 11미터 수직성벽세트 등이 제작되는 등 엄청난 스케일을 배경으로 한 액션신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스케일로 그려지는 4번의 전투, 주필산 전투와 2번의 공성전, 토산전투까지 웅장한 전쟁 장면이 135분 동안 기승전결로 펼쳐진다.

영화 내내 전쟁신이 계속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으나 감독은 다양한 전쟁 무기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카메라 기법을 구현하며 지루함을 타파한다. 액션신을 클로즈업해 잡아 격렬한 타격감을 선사하면서도 슬로우모션, 광활한 와이드샷 또한 적절히 섞어 웅장한 전투신을 생생하게 담은 것이다. 스카이워커 장비로 360도 촬영, 드론, 로봇암, 팬텀, 러시안암 등 최첨단 촬영 장비로 그려낸 이 모든 액션신은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직접 만끽할 수 있는 ‘호사’다.

단순히 큰 스케일만 과시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동시에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을 하나씩 담아내며 섬세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승리의 역사지만, 그 승리를 위해 바탕이 되었던 누군가의 희생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주목하기에 단순히 액션영화로만 그치지 않는다. 특히 무언가에 대한 신념이라기보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감동을 안긴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각종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어수선해질 수 있는 부분을 잘 정리하며 조합해 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오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