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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엄마”...‘뷰티풀데이즈’, 이나영의 의미있는 복귀작(종합)
입력 2018-10-04 18:24   

▲전양준, 윤재호, 이유준, 이나영, 장동윤, 오광록, 서현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조선족과 탈북민의 생존을 담은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관객과 처음 만났다. 배우 이나영은 6년만의 복귀작으로 ‘뷰티풀 데이즈’를 선택, 출산 이후 생긴 ‘엄마’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뷰티풀 데이즈’ 기자회견에서는 윤재호 감독, 배우 이나영, 장동윤, 오광록, 이유준, 서현우가 참석했다. 모더레이터는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뷰티풀 데이즈’는 한 젊은이(장동윤 분)가 엄마(이나영 분)를 만나러 한국을 찾고, 그 과정을 통해 엄마의 과거가 드러나는 영화다.

부산 출신의 윤재호 감독은 앞서 단편 ‘히치하이커’(2016)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다큐멘터리 ‘마담B’(2016)로 모스크바영화제와 취리히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실력 있는 신인 감독으로, ‘뷰티풀 데이즈’는 그의 첫 장편 극영화다.

오랫동안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왔던 윤재호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에서도 경계선에 있는 ‘분단 문제’나 ‘가족의 해체와 화합’을 담았다. 그는 “프랑스 살 때 민박집 하던 조선족 어머니가 있었다. 중국에 아들이 있는데 9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하더라. 내가 직접 중국에 가서 아들을 만났다. 당시 탈북한 사람도 만났는데 그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3년 동안 찍기도 했다. 그때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집필을 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내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극영화를 통해 은유적인 표현으로 심어놓고 싶었다”라며 시나리오 탄생 배경을 밝혔다.

▲이나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이나영은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이나영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간’이자 ‘여성’의 이야기를 표현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이나영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시간에도 연기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다.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조금은 자신 있게 관객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았는데, 본의 아니게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도 ‘뷰티풀 데이즈’ 같이 마음에 쏙 드는 시나리오를 만나서 이번에 찾아뵐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하면서, 자신이 연기한 ‘엄마’ 캐릭터에 대해 “여러 비극적인 상황을 거쳤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라며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인 배우 장동윤은 첫 영화인 이번 작품에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14년 만에 찾으며 혼란을 느끼는 청년 젠첸 역을 맡았다.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 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 등을 자유롭게 구사해 주목 받았다.

장동윤은 짧은 촬영 기간에 앞서 따로 대림동을 찾아 언어를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먹을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대림동에 중국 음식을 먹으러 많이 다녔는데, 영화를 하기로 한 후 자주 가는 중국 슈퍼마켓에 가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분을 찾았다. 언어뿐만 아니라 그쪽 동네 가면 분위기나 사고하는 방식이 다른데, 그런 것들도 익히려고 했다”고 이야기 했다.

극중 ‘엄마’의 남편이자, 젠첸의 아빠 역은 오광록이 연기했다. 오광록은 ‘뷰티풀 데이즈’에 가장 먼저 참여를 결정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우연히 윤재호 감독의 단편영화 ‘약속’을 보았다. 너무 좋아서 가슴에 은빛 종소리 같은 게 울리더라. 윤 감독에게 관심을 보였고, 그 뒤로 서로 간간히 연락을 해오다가 2년 전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받았다.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고 고맙다”며 윤재호 감독에 대한 믿음을 표현했다.

특히 ‘뷰티풀 데이즈’에서 남과 북, 그리고 조선족과 탈북민의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해외 외신에게 남북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란 주제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재호 감독은 “이 영화의 엔딩을 보면 ‘이제 시작’ 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 관계가 안 좋아졌을 때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일단 만나는 게 첫 번째 단계라는 거다”라며 “남북 관계도 이제 시작인데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고 영화의 엔딩과 남북관계를 연결시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한편, ‘뷰티풀 데이즈’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택됐으며, 오는 11월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