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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지혜 “만족스러운 한해, 내년엔 더 열심히 달릴게요”
입력 2018-11-30 08:00   

배우 서지혜가 첫 의학 드라마로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은 의사로서의 사명과 개인으로서의 사연이 충돌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절박한 흉부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서지혜는 극중 서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유능한 의사 윤수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의학 드라마에 처음 도전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적으로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능숙하게 외과의사 캐릭터를 소화하며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완벽한 연기 뒤에는 서지혜의 똑부러지는 노력이 있었다. ‘흉부외과’ 종영 기념 인터뷰를 통해 만난 서지혜는 매 작품 열과 성을 다하는 뜨거운 열정에 대해 털어놓으며 ‘천생 배우’임을 드러냈다. ‘흉부외과’에서도 마찬가지. 어떻게든 능숙한 ‘진짜 의사’처럼 보이고 싶었다는 그는 뒤돌면 까먹는 의학용어들을 적어놓고 틈날 때마다 계속 외우는 것은 물론 수술신은 2시간씩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서지혜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연기하는 게 직업이니까”라는 겸손한 말로 다시금 진짜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더불어 최근 팬클럽으로부터 역대 연기했던 캐릭터 사진을 모아놓은 앨범을 선물로 받았다는 일화를 전하며, 이를 통해 다시금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앞으로 (연기)할 날이 많다”며 그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좋은 캐릭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지혜. 그가 다음 작품을 통해서는 또 어떤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새로 쓸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 데뷔 후 첫 의학 드라마였다.

“심지어 데뷔 후 처음으로 제안 들어온 것이었다. 걱정이 많이 됐다. 부담스럽고 무섭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초반에는 출연을 고민 했다. 그냥 연기하는 것도 부담되고 벅찬데 의사라는 직업을 연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우리 드라마는 진짜 메디컬 드라마니까 진짜 의사처럼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 더 부담됐다. 그런데 대본을 4부까지 읽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히더라.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의학 드라마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왕이면 빨리 해보자 해서 결정하게 됐다.”

- 의학 드라마, 전문 용어 등 연기가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지 않나.

“정말 그렇다. 할 게 너무 많아서 준비하는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수술 동영상도 보곤 했는데 모자이크 처리 안 된 리얼한 영상들이라 처음에는 징그럽기도 했고, 수처(바느질)나 타이 메는 것도 어려웠다. 에크모라는 심장을 대신해 피를 돌게 해주는 기계가 있는데, 드라마 속에 그 기계를 환자에게 연결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처음에는 연결 순서 외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수술 장면 촬영도 2시간 정도 리허설을 하고 들어가는데, 촬영 자체도 한 번 찍기 시작하면 7~8시간을 찍는다. 체력적으로도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한 결과로 중반부부터는 그런 것들이 다 익숙해져서 저도 모르게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 또 저희 드라마를 보신 많은 의사분들이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 중 가장 리얼한 드라마라고 평가해 주시니까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했다.”

- 극 초반 윤수연에 대해 ‘민폐 캐릭터’라는 혹평도 있었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극 전체 스토리로 봤을 때 그런 설정이 들어간 이유는 단순히 유능했던 의사에서 인간적인면을 갖추게 되는 한 층 더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한 장치였다. 저 역시도 에피소드에 따라서는 민폐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자만심을 갖고 있던 의사에서 친근하게 환자에게 다가가는 의사로, 성장을 그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반응에 대해 속상함이나 섭섭함은 없었다.”

- 전작 ‘흑기사’에서 화려한 패션을 선보였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의사 가운 혹은 수술복만 입고 등장했다.

“이번에는 단벌신사였다. 신발도 고무신발 하나만 신었다. 촬영 3개월 내내 그것만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게 어색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벗기 싫을 정도로 너무 편했고, 그 옷 입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복장으로 매일 밥먹으러 나가고 했으니까.(웃음) 부수적인 게 없으니까 오히려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 이번 작품에선 러브라인도 없었다.

“처음엔 정말 아쉬웠다. 감독님한테 계속 물어봤다. 정말 없냐고. 근데 주변에서 제가 의학 드라마를 한다고 했더니 다들 멜로가 있냐고 물어봐서 ‘불행히도 없다’고 했더니 다행이다 하더라.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멜로가 있으면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 수술하는 장면 환자 사연이나 이런게 더 보고싶지 남녀주인공의 꽁냥꽁냥은 별로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중에는 오히려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멜로와 의학 밸런스가 잘 맞는 있어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사건 위주로 많이 가다보니까 수현이의 개인사가 많이 나오진 않아.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 전 집도 없고 방도 없었다.(웃음) 맨날 병원에만 살았다. 병원에서는 시크하고 냉정한 수연인데 사복을 입은 사생활에서는 어떨지 그런 부분들이 많이 드러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그런 게 좀 아쉬웠다. 연기적으로는 매 작품이 끝나면 항상 나의 장단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단점이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면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장점 극대화하려고 노력 많이 하고.

- 데뷔 1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매번 연기적 아쉬움이 남나.

“배우한테 만족이라는 단어는 거의 없다고 본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선후배 동료 배우들과 얘기해보면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다는 배우는 거의 없다. 창피한 게 아니더라. 저희 직업에 어느 정도 틀은 있어도 정답은 없으니까. 그래서인지 불안함이 생기는 것도 있고 아쉽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가끔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고 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연기는 어떻게 보면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다.”

- 검사에 아나운서, 이번엔 의사까지, ‘전문직 달인’이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달인까진 아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전문직을 맡았던 것 같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닌데 약간 차가워보이거나 하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왔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에는 무직인 캐릭터가 어떨까 싶다.(웃음) 사실 실제 성격은 정말 밝은데 계속 그런 역할을 하다보니 시크해지고 차가워지는 경우도 있더라. 밝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전문직 달인’에 ‘다작 요정’이기도 하다.

“딱히 다작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냥 일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꾸준함이 답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쉰다고 해서 좋은 작품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계속 한다고 매번 잘 되는 것도 아니지만 배우니까, 연기 하는게 직업이니까 꾸준히 연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일 해온 것 같다.”

-올 한해는 서지혜에게 어떤 해였나.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열심히 달려온 결과가 스스로 만족스럽다. 시청률이나 그런 것 보다 일년에 세 작품 하기 힘든데 되게 열심히 살아왔구나 싶어 그냥 제 나름대로 만족감이 큰 해였다. 내년엔 더 많이 달려야겠다는 의지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