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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지킬앤하이드’, 지킬 VS 하이드의 완벽한 이중창
입력 2018-12-07 08:00   

(사진=오디컴퍼니)

한 배우의 양극단을 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는 배우의 연기 끝과 끝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일 것이다.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으로 자신의 영혼을 파괴한 헨리 지킬이 하이드가 되는 순간, 관중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데이빗 스완)는 1886년 초판된 영국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지킬’과 ‘하이드’로 표현되는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올해로 9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역대급 지킬ㆍ하이드와 새로운 루시ㆍ엠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역대 지킬하이드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 조승우ㆍ홍광호ㆍ박은태가 다시 한 번 나서 확고한 신념을 품은 의사 ‘지킬’과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는 ‘하이드’의 양면을 연기했고, 하이드의 사랑을 받으며 고통받는 비극적 로맨스의 주인공 루시 역의 윤공주ㆍ아이비ㆍ해나, 지킬의 약혼녀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엠마 역의 이정화ㆍ민경아 등은 처음으로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했다.

(사진=오디컴퍼니)

지킬 조승우는 첫 등장부터 관중을 극으로 흡입시킨다. ‘Lost in the darkness(그대 향한 길)’ ‘I need to know(알아야 해)’ 등 묵직한 지킬의 솔로 넘버들은 지킬이 맞이한 안타까운 상황을 표현한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병환에 괴로워하고, 정신질환 환자를 위해 사람의 정신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는 실험에 몰두한다. 그리고 드디어 임상 실험 단계에 이르게 되지만 이사회의 반대와 맞닥뜨린다.

유일하게 지킬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약혼자 엠마다. 기품 있는 캐릭터 엠마 역의 이정화는 달콤한 목소리로 지킬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행복감을 선사한다. 특히 ‘I must go on (내가 걷는 길)’ ‘Take me as I am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 등 지킬과 엠마 두 사람이 만드는 앙상블은 무대를 따뜻한 무드로 가득 채워놓는다.

또한 지킬을 사랑하는 또 다른 여자 주인공 루시. 그는 엠마와 정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루시 아이비는 다크한 무대에 등장해 도발적이면서도 상처받은 연기를 선보인다. ‘Bring on the men(뜨겁게 온몸이 불타올랐어)’ 등을 통해 루시는 고통스러운 삶이 주는 한을 뜨거운 목소리로 담아낸다.

(사진=오디컴퍼니)

이들의 평화로운 생활은 하이드가 등장하면서 무너진다. 지킬은 원하는 대로 선과 악을 분리해 지킬과 하이드 두 사람이 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통제불능한 하이드에게 잠식되고 만다. ‘지킬앤하이드’의 대표곡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부터 ‘The transformation(변화)’ ‘Alive(얼라이브)’까지 이어지는 넘버를 통해 지킬은 하이드로 변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발성은 물론 숨소리부터 달라지는 조승우의 모습은 알고 봐도 충격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다정했던 지킬이 난폭하고 극단적인 하이드가 되어 짐승처럼 거칠게 숨을 내뱉을 때, 관객석에서는 가장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온다.

특히 흰 조명과 푸른 조명 아래에서 지킬과 하이드 두 캐릭터가 순간순간 왔다갔다 하는 신은 ‘지킬앤하이드’의 하이라이트로, 이때 지킬과 하이드가 부르는 ‘The Confrontation(대결)’은 한 명의 배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듀엣곡’이라 불러야 할 넘버다. 어떤 두 사람이 부른 것 이상의 듀엣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 순간의 배경이 되는 무대는 1800여 개의 메스실린더가 담긴 5m 높이의 거대한 실험실 세트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가 ‘지킬앤하이드’의 하이라이트 신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사진=오디컴퍼니)

해당 무대뿐만 아니라 ‘지킬앤하이드’는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용극장 롯데씨어터를 잘 활용해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단조롭기 쉬운 다른 뮤지컬과 달리 ‘지킬앤하이드’는 새로운 막이 오를 때마다 매번 무대 장치들을 변화시켜 감탄을 자아낸다. 2층 구조의 백그라운드와 다이아몬드형의 메인 무대는 객석의 몰입감을 높이며, 스포트라이트마저 캐릭터-이야기와 어우러져 영리하게 사용된다.

이외에도 ‘지킬앤하이드’는 인상 깊은 단체 넘버들이 많다. 곡의 전체적인 주제를 압축한 ‘Facade(가면)’, 후반 긴장감을 높이는 ‘Mrder, Murder(살인 살인)’, 지킬-어터슨 변호사-엠마-엠마 아버지 덴버스경이 지킬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부르는 ‘His work and nothing more(기도하네)’, 지킬-엠마-어터슨 변호사의 ‘Once upon a dream(한 때는 꿈에)’, 지킬-엠마-루시의 ‘In His eyes(그의 눈에서)’ 등. 배우와 군무와 노래, 그리고 무대까지 어느 것 하나 이질감 없이 완성형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한편, ‘지킬앤하이드’는 지난 2004년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14년째 한국 뮤지컬 역사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누적 공연 횟수 1100회, 누적 관객 수 120만 명, 2018년 공연은 1차 티켓 오픈 당시 2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오는 2019년 5월 19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