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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민호 감독이 밝힌, ‘마약왕’을 음미하는 방법
입력 2018-12-31 14:12   

(사진=쇼박스)

영화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동안 ‘택시운전사’ ‘변호인’ ‘괴물’ 등에서 소시민의 모습으로 관객의 옆에 다가간 배우 송강호가 ‘마약왕’에서는 범죄자 이두삼으로 분했다. 우민호 감독은 친근한 송강호의 얼굴을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본적 없는 송강호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끄집어냈다.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1970년대 실제 마약 밀매 사건들과 당시의 분위기다. 우민호 감독은 이두삼의 일대기와 다양한 캐릭터를 사회상과 촘촘하게 직조해내며 10년의 세월을 파노라마처럼 유려하게 펼쳐냈다.

‘내부자들’을 통해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봤던 우민호 감독이 1970년대 마약 유통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단 한 장의 사진과 기사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의 시작이 된 기사를 직접 판넬로 만들어 기자들 앞에 꺼내 보였다. 자신이 받은 충격에 공감하길 바라는 우민호 감독의 열정은 영화만큼 뜨거운 것이었다.

<이하 우민호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Q. ‘내부자들’ 이후 3년 만에 새 작품을 내놓게 되었다. 소감을 말해 달라.

A. 부담감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부담감으로 영화를 찍을 순 없으니까 빨리 떨쳐내려고 했다.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까 설레고 긴장이 된다. 특히 이 영화는 말이다.

Q. ‘특히’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한국 스탠다드 상업영화와 다른 지점이 있어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Q. 처음부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예상을 한 건가?

A. 소재 자체도 그렇고, 한 인물의 서사를 2시간 내내 다룬다는 점, 착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상업영화로서 쉽지 않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좋아할 영화는 아닌 걸 알고 출발했다,

Q. ‘내부자들’에서도 정치적인 문제를 다뤘지만, 배경은 최근의 것이었다. ‘마약왕’으로 1970년대에 간 이유는 무엇인가?

A. ‘마약왕’은 내가 실존 사건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고 만든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건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 자료를 꺼내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사진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대로 쓰였다. 이두삼을 검거하려고 경찰들이 총격전을 펼치는데, 이 부분이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실제다. 처음에 경찰들이 무장도 하지 않고 갔는데 이두삼이 총을 쐈다고 하더라. 깜짝 놀라서 특공대 35명이 다시 가서 대치를 했다. 마약왕이 당시 70억 원의 마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돈으론 1000억 이상으로 봐야할 거다. 어떻게 강력한 유신정권 아래서 이런 사람이 나올 수 있나 싶었다. 그게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사진=비즈엔터DB)

Q.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그대로 썼다 하더라도 영화적으로 만들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텐데.

A. 인물의 10년의 서사를 2시간짜리 영화로 담아야 하는 게 어려웠다. 어떤 지점을 담고 어떤 지점을 버려야 할지 고민했다. 이두삼이 소시민에서 히로뽕(필로폰)에 손에 대다가 마약왕이 되기까지. 한 톤으로 갈 수 없어서 어려웠다.

Q. 러닝타임은 만족하나?

A. 러닝타임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고, 줄일 수 있었으면 줄였을 거다. 송강호 배우의 압도적인 ‘뽕 연기’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호불호 갈릴 테지만, 길게 갔다. 어떻게 자멸해 가는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두삼은 외부적인 갈등이나 대립으로 파멸해 가는 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관객들은 익숙하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두삼은 자멸해 간다. 헛된 욕망을 맹렬히 쫓아가다가 점점 미쳐가는 ‘리어왕’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후반부, 별장에서의 장면을 ‘리어왕’의 연극적인 장면처럼 찍어냈다.

Q. ‘내부자들’처럼 감독판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나?

A. 감독판은 안 나올 거다. 지금 또 촬영 중(‘남산의 부장들’)이라 하고 싶어도 못 한다.(웃음) ‘내부자들’은 영화 끝나고 쉬고 있을 때라 할 수 있었던 거다.

Q. 실존인물을 봤을 텐데 왜 송강호를 떠올렸나?

A. 실존인물을 보고 송강호를 떠올렸다기보다 이런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누굴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송강호밖에 없었다. 10년의 이야기를 얼굴로 담을 수 있는 배우다. 송강호 선배에게 시나리오를 드렸고 ‘어렵지만 해보자’고 하시더라. 아마 송강호는 현장에서 무척 외로웠을 거다. 아무도 도움을 아무도 줄 수가 없다. 이겨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기를 하시는 것을 보고 ‘그래서 송강호구나’ 싶었다.

(사진=쇼박스)

Q. 청불 영화의 새 역사를 쓴 ‘내부자들’ 이후 작품인데다 ‘천만 배우’ 송강호와 함께 했다.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나?

A. 흥행에 있어서 기대는 안 한다. ‘내부자들’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져서 그렇게 된 거지, 청불이 900만 되는 건 하늘의 별의 별을 따는 거나 마찬가지다. 청불은 200만 넘기도 쉽지 않다.

Q. ‘마약왕’이 ‘내부자들’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A. 솔직히 모르겠다.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결도 다르고 결말도 다르다. ‘마약왕’은 통쾌한 영화가 아니다. 끝이 시원하지도 않다. ‘내부자들’은 화법 자체가 직선적이었다면, ‘마약왕’은 곳곳에 은유와 상징을 숨겨 놨다. ‘내부자들’은 “이거야” 하고 던져줬다면 이번엔 음미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부자들’과 다르기 때문에 실망할 수 있지만, 나도 벗어나야 한다.

(※ 아래 글에는 ‘마약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이두삼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두삼에게 ‘왕’이란 칭호를 붙여주고, 초반에 그가 히어로처럼 소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두삼이 마지막에 자멸하는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인가?

A. 그것도 맞는 말이다. 우선 우리 영화가 1970년대의 시작부터 그리는데 당시가 희망에 부풀어 있는 시대였지 않나. 그래서 초반엔 활기차다. ‘우리도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점점 잘못된 시대로 흘러간다. 중반부터 유신 시대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어두워지는 사회를 그리면서 궤적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 같다.

Q.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내가 15년형 받았지만, 다시 나온다”는 뜻의 표정이다.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서 또 이두삼 같은 인물이 나온다는 거다. 은유적인 엔딩으로 이야기를 했다. 엔딩에서 이두삼이 잡혀 들어가고, 김인구(조정석 분)가 새마을 운동 당시 경제 성장을 대변하는 미싱 공장에서 ‘메이드인코리아’ 딱지를 뗀다. 딱지를 떼어내는 건 1970년대를 떼어내자는 의미이다. 미싱공장이 풀샷으로 잡히고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나오는 건, 1970년대의 진정한 아름다운 얼굴들을 보인 거다. 하지만 그 선량한 얼굴들 사이에서 다시 이두삼의 얼굴이 디졸브로 쑥 들어온다. 그리고 “이두삼이 대법원에서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 마약과가 신설되었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는데, 이두삼이 이상한 얼굴로 웃는다. 이 부분은 ‘내부자들’과 비슷하다. 단지 ‘마약왕’은 주인공이 나쁜놈이고, ‘내부자’들은 착한놈이라는 게 다르다. 은유를 읽어내면 더 재밌을 것이다.

(사진=쇼박스)

Q. 이두삼 주변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분량은 많지 않다. 조정석 역시 영화가 시작한지 1시간 만에 등장한다.

A. 이두삼은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다. 그저 이두삼의 모험담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뿐이다. 조정석이 뒷부분에 등장하는 것으로 결정한 건, 이 영화를 대결 영화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결이었다면 두 사람의 대결로 가져가고 관객도 익숙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Q. 김소진과 배두나의 경우, 송강호 앞에서도 카리스마가 밀리지 않더라. ‘내부자들’보다는 여성 캐릭터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A. 김소진, 배두나 둘 다 워낙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다. 잘 하는 배우다. 내가 그만큼 충분히 잘 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성 캐릭터는) 앞으로 내가 더 노력해야 할 지점이다. 내가 계속 남자들 영화를 하고 있는데, 나도 여성 캐릭터를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약왕’에서 부족했던 지점들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더 채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남산의 부장들’에도 김소진이 출연한다.

Q. 조우진과 김대명 등도 ‘내부자들’ 이후에 또 캐스팅했다. ‘마약왕’을 위해 조우진은 전신 문신 분장을 했고, 김대명은 살을 많이 찌웠다.

A. 조우진은 ‘내부자들’ 전엔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내부자들’ 캐스팅 당시 연출부가 오디션 영상을 보여줘서 만났다. 조우진 덕분에 영화에도 좋았지만, 조우진의 커리어에도 디딤돌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커리어를 잘 쌓고 있는데, 그래서 특별히 애정이 있다. 나와 잘 맞기도 하다. 전신 문신 분장도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 김대명 역시 ‘내부자들’ 당시 호흡이 좋아서 나중에 더 강력한 역할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번엔 ‘약쟁이’ 캐릭터를 잘 해줬다. 살찌운 건 내가 주문한 건 아니고 본인 스스로 먼저 얘기를 했다. 찌웠다가 나중에 빼야 하는데, 배우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그래도 해보겠다 하더라.

Q. ‘내부자들’ 이병헌과 ‘마약왕’ 김소진은 ‘남산의 부장들’에도 캐스팅을 했다. 같이 해본 사람과 계속 일을 하는 게 편한가?

A. 해본 사람과 일하는 게 편한 것도 있고, 똑같은 배우지만 다른 역할로 만나는 재미가 있다. ‘내부자들’에서 봤던 이병헌과 ‘남산의 부장들’에서의 이병헌은 완전히 다르다. ‘마약왕’ 김소진과 ‘남산의 부장들’ 김소진 또한 완전히 다르다.

Q. ‘내부자들’부터 ‘마약왕’,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남산의 부장들’까지 스토리도 결도 다르지만, ‘고발’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볼 수 있을까?

A. (고발적인 영화 부문에서) 아직 성에 안 찬다. 성에 빨리 찼으면 좋겠다.(웃음) 그래서 휴먼드라마처럼 다른 분야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고발적이기도 하지만 욕망을 쫓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는 거 같다. 그것도 헛된 욕망 말이다. 욕망 이야기는 ‘남산의 부장들’까지만 하겠다. 욕망은 그만 쫓는 걸로 해야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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