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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자전차왕 엄복동’, 불필요했던 블록버스터
입력 2019-02-25 16:52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역사물에 스포츠까지 합쳐졌다. 게다가 한일전이다. 더 이상 어떤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시종일관 오버스럽고 불필요한 이야기로 영화를 불편하게 만든다. 감정은 올라오기도 전에 식는다.

‘자전차왕 엄복동’(제작ㆍ배급: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은 100억이 들어간 대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작품이 먼저 있고 예산이 책정된 것이 아니라 먼저 예산이 준비된 후 그에 맞춰 영화를 만든 듯하다. 첫 시작은 매가 날아가는 장면, 필요 없는 장면인 것은 물론, 과거 처음으로 영화에 CG가 사용됐던 시절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여기에 맞물리는 과한 배경음악과 효과음까지, 뭔가를 더할수록 점점 더 촌스러워진다. 돈은 돈 대로 썼으나 영화의 깊이감은 살리지 못했다.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일제강점기, 물장수 엄복동(정지훈 분)은 신문물인 자전차에 반한다. 동생(신수항 분)은 아버지(이경영 분)가 자신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안의 전재산을 판 돈으로 형의 자전거를 사준다. 하지만 엄복동은 자전차를 잃어버리고, 돈을 벌기 위해 출가한다. 스포츠에 빠져 일본인을 환호하는 노래가 불리는 가운데, 애국단 출신 황재호(이범수 분)는 조선 사람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겠다며 엄복동을 선택해 자전차 대회 1등을 꿈꾼다.

자신에게 사기를 친 친구(이시언 분)을 쫓다가 자전차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클리셰부터 ‘아줌마’가 아닌 ‘아가씨’라고 불러주는 엄복동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자(민효린 분)의 집요한 대사라든가 복동이 형신(강소라 분)의 신체 부위를 실수로 만지고 당황하는 장면, 그리고 “조선인의 적은 조선인이라더니”라는 알 수 없는 대사까지 2019년의 영화라고 할 수 없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중간쯤 캉캉댄스 역시 왜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돈은 많이 들어간 듯하다.

여기에 알몸에 피칠갑을 한 포로 또한 등장한다. 독립운동으로 인해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은 것은 맞지만, 이 영화의 톤과 어울리지 않기에 굳이 이런 이미지를 사용해야 했을까 싶다. 해당 요소는 영화를 설명해주는 서사라기보다 자극적인 이미지로밖에 쓰이지 않는다. 일본인 상대역인 키츠라(정석원 분)가 훈도시만 입은 채 등장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앞서 김유성 감독이 하차를 했다가 복귀를 했기 때문일까. 영화는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언론시사회에서 김유성 감독은 “블록버스터라는 야심이 있었고, 스포츠드라마라는 역동성을 그리고 싶었다. 주인공인 엄복동의 로드무비의 정서, 그리고 형신과의 관계를 통해 로맨스까지 이야기하려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드라마로서 엄복동이 자전차를 왜 타는지, 로드무비로서 그가 왜 집을 떠나왔는지가 바탕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엄복동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자전차 대회에 참여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영화에서 이내 잊힌다. 엄복동은 갑자기 시련을 겪는데, 영화의 위기 부분에서 엄복동은 “자전차만 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빈다. 그저 자전차를 타고 싶은 개인적인 욕구인 건지 돈을 벌기 위해서인 건지 모호하다. 마지막쯤 가족이 다시 등장하지만 그들은 주변 사람들처럼 응원하는 역으로만 그친다. 동생 역을 맡은 박진주가 이전에 맡은 적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분했고, 신수항의 신선한 얼굴이 극에 활력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것뿐이다.

모두 실패한 가운데 그나마 강소라가 맡은 형신이라는 캐릭터가 극중 큰 역할을 한다. 혼란스러운 엄복동 캐릭터는 형신에 의해 드디어 당위를 부여받고 관객들을 고개 끄덕이게 만든다. 강소라를 비롯해 이범수 등 주연배우들 모두 차분하게 극을 잘 이끌어냈고, 정지훈은 스크린 안에서 자전차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많이 애썼다. 오는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