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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더 원하게 될’ 태민의 ‘TMI’
입력 2019-03-17 19:48    수정 2019-03-17 20:19

(사진=SM엔터테인먼트)

태민의 두 번째 콘서트 타이틀인 ‘T1001101’은 어린왕자가 사는 행성 B612에서 착안, 태민(TAEMIN)의 이니셜을 활용해 ‘T’에 ‘M’을 이진법으로 표현한 ‘1001101’을 더해 완성한 이름이다. 태민이 ‘T1001101’의 부제를 ‘TMI’(태민의 아이덴티티)라고 밝힌 만큼, 팬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태민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17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는 태민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T1001101(티일공공일일공일)’가 개최됐다. 지난 15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태민은 매 회 120분 동안 25곡을 세트리스트에 올렸다.

이번 공연은 2017년 첫 번째 단독 콘서트 ‘OFF-SICK’에 이어 태민이 약 1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국내 단독 콘서트로, 최근 2주 간 2번째 미니앨범 ‘원트’ 활동을 마무리 한 후 진행한 공연이었다.

오프닝 곡은 솔로 가수로 거듭난 태민의 포부가 담긴 곡이자 2번째 미니앨범의 아웃트로인 ‘아이덴티티’였다. 태민은 “지금의 나를 담아낸 노래”라면서 해맑은 환영 인사와 함께 ‘드립 드랍’ ‘아티스틱 그루브’ ‘소나타’ ‘에이스’ ‘원 바이 원’ 등의 무대까지 이어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번 태민의 공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무대 공간이었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기 위한 공간을 뛰어넘어 35도로 기울어지는 대형 슬로프를 활용해 여타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무대를 연출했던 것.

먼저 사막의 모래를 걸어가는 태민의 모습이 담긴 VCR은 본 무대의 슬로프로 이어졌다. 태민은 자신의 별처럼 보이는 그곳의 열기로부터 미끄러져 내려왔고, 무대 위에 안착했다. 붉은 조명 아래 속에서 그는 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노래 ‘원트’를 열창하며 혼자서 무대를 꽉 채웠다.

평면 공연장에서도 2시간 동안 홀로 무대를 꾸미는 건 충분히 힘든 일일 터. 하지만 태민은 35도의 경사에서 마치 중력을 이겨낸 듯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힘썼다. 태민은 “슬로프 연습을 많이 했다. 처음 해보는 무대 장치라 기술적인 연습이 많이 필요해서 따로 공연장을 빌려서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여러분들 앞에 이런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설렌다”라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2부에서는 다크(dark)해진 태민을 만나볼 수 있었다. 둔탁한 박자와 함께 록스타가 되어 등장한 태민은 ‘홀리 워터’를 통해 팬들을 천국으로 데려가겠다는 뜻을 펼쳐냈고, ‘해븐’에서는 군무를 선보이며 아름다운 선율을 몸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섀도우’ ‘게스 후’ ‘섹슈얼리티’ 등, 때로는 현대무용처럼, 때로는 연극 무대처럼 태민은 손짓 하나 하나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마지막 핀조명을 통해 아름다운 미장센을 연출했다.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태민의 무대에 대한 애정은 댄서들의 댄스 브레이크 시간에도 드러났다. 그는 댄서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스크린에 띄워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또한 본인이 소화한 모든 곡을 매번 설명하면서 자신이 이번 무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비하인드를 털어놓아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어린왕자’를 콘셉트로 한 태민의 이번 콘서트 주제도 무대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태민은 “어린왕자는 나고, 여러분은 내 행성에 놀러 오신 손님들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무대에 등장한 장미, VCR의 깃털 의상뿐만 아니라 오래 전에 만들어졌던 ‘원트’ 뮤직비디오에 나온 뱀까지 모두 이번 콘서트를 위한 ‘복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리드미컬한 ‘인투 더 리듬’ ‘프리티 보이’, 미디엄 템포 곡인 ‘네버 포에버’ ‘낮과 밤’ ‘프레스 유어 넘버’ ‘굿바이’, 퍼포머가 아닌 보컬리스트 태민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최면’ ‘혼잣말’ ‘솔저’ 등이 이어졌고, 태민은 “16세 태민이가 27세의 태민이가 됐다. 나는 식물인 것 같다. 여러분이 예쁜 말 해주니까 잘 자라게 되었다. 12년 동안 샤이니, 그리고 이태민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신 분들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앞으로 여러분들과 걸어갈 예정이다”라고 약속하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대표곡 ‘무브’, 샤이니의 ‘셜록’을 매시업한 ‘괴도’를 선보이며 공연을 마무리 했다. 샤이니의 막내이자 솔로 가수 이태민이 그려나갈 앞으로의 모습을 예고하는, 복선이 될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