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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뮤직] “박지훈 하성운 윤지성”...워너원이 불러온 가요계 솔로 러시
입력 2019-03-28 08:24   

▲워너원(사진=고아라 기자 iknow@)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가요계에 영향을 끼친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고무적인 일은 솔로 아이돌을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요계는 솔로보다 그룹의 비중이 훨씬 컸다. 하나의 앨범을 만드는데 많은 투자가 필요한 탓에 소속사들은 한 그룹 내에 모든 사람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멤버들을 모으고자 했다. 일명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멤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데뷔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1990년대 초창기 아이돌 그룹이 5명 정도로 이뤄졌다면, 요즘에는 10명이 넘는 그룹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솔로로 데뷔하는 것도, 그들이 성공하는 것도 드물지만, 그룹 내 가장 실력이 뛰어나거나 인기 많은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내는 경우도 성공하기 어렵다. 솔로로 나선 멤버가 소속된 그룹이 내는 성과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룹보다 솔로 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로도 볼 수 있을 터.

하지만 ‘신인은 무조건 그룹으로 데뷔해야 한다’는 업계 불문율을 깨트린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자기 자신을 대중에게 충분히 소개할 수 있었던 덕분에 자신 있게 처음부터 솔로로 데뷔할 수 있는 신인들이 생긴 것이다.

특히나 ‘프로듀스’ 시리즈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솔로 아이돌’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컬이나 자작곡 위주로 평가했기 때문에 보컬리스트나 싱어송라이터들을 배출했다면, ‘프로듀스’ 시리즈는 아이돌을 만드는 프로그램인 만큼 팬덤이 기본이 되는 아이돌이 데뷔하기 쉬워진 것이다.

우선 ‘프로듀스 101’ 시즌1 출신 중 현재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멤버는 청하(MNH엔터테인먼트)다. 청하 외에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 멤버들이 활동을 종료한 후 각 소속사로 돌아가 각자의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인기를 이어가지 못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솔로로 나선 청하는 그룹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보컬 실력까지 인정받으며 ‘음원 퀸’으로 거듭났다. 남자 버전인 시즌2에서는 데뷔조에 안타깝게 들지 못했던 사무엘(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과 정세운(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 프로그램 종료 후 바로 솔로로 데뷔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윤지성(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인 워너원(Wanna One)은 대부분 솔로로 제2의 활동의 포문을 열게 되었다. 혼자만으로도 거대한 팬덤을 모으고 있는 멤버들이기 때문에 솔로로 활동하는 것이 그룹보다 더 이득이라는 게 업계와 대중의 공통적인 평가다.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시작한 멤버는 워너원의 리더였던 윤지성이었다. 그는 지난 2월 첫 번째 솔로앨범 ‘어사이드(Aside)’로 데뷔곡 ‘인 더 레인(In the Rain)’을 발매했다. 윤지성은 워너원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로 나선 것에 대해 “사실 부담이 많이 된다. 멤버들 중 처음으로 나오는 거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런 내 모습이 동생들에게 영향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부담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너무 벅차고 설레기도 하는데 걱정도 되고 복합적인 감정이다. 열심히 잘해 보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하성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그룹(핫샷) 활동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하성운 역시 앞으로는 그룹보다 솔로 활동으로 팬들을 자주 찾을 것이라는 소식을 알렸다. 첫 솔로 앨범 ‘마이 모먼트(My moment)’ 쇼케이스 당시 핫샷 완전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하성운은 “핫샷 멤버 각자 오디션으로 경험을 쌓고 성장을 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나는 아무래도 (내) 팬분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귀띔을 한 것이다.

다른 워너원 멤버들과 달리 하성운의 솔로 앨범은 데뷔 5년 만에 얻은 소중한 결실이다. 그는 “예전부터 내 솔로 앨범이 나올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제 나온다니까 긴장이 되고 설렌다. 이전에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성향의 음악인데,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 몰라서 긴장이 된다. 그래도 첫 솔로 앨범을 낼 수 있게 된 건 기분이 좋다”라며 오랫동안 솔로 앨범을 기다려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지훈(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세 번째 주자는 ‘내 마음 속에 저장’이란 문구로 방송을 타자마자 대중에게 자신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박지훈이다. 그는 지난 26일 솔로 앨범 ‘O'CLOCK’을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L.O.V.E’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 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모습을 모두 보여드려야 하는 작업들이라 예전보다 더 많은 연구를 했다. 나 또한 숨겨진 나를 찾은 것 같다”라고 설레는 감정을 전했다.

박지훈은 그룹이 아닌 솔로로 나선 것에 대해 “팬들 입장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얼굴이 나오고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다만 그룹 활동과 달리 나 혼자 노래하고 춤을 추다보니까 퍼포먼스적으로 빈 곳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안무에 더 치중해서 무대를 꽉 채우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하며 솔로 활동의 장ㆍ단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우석X관린 관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또한 라이관린은 최근 같은 소속사(큐브엔터테인먼트) 선배인 펜타곤 우석과 함께 유닛으로 첫 앨범을 발표했다. 유닛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앨범에 개인 곡들로 채워져 있기에 라이관린의 솔로 행보로 보아도 무방하다. 라이관린은 오는 4월 단독 팬미팅을 개최하며 다양한 솔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물론, 아무리 개인 팬덤이 크더라도 솔로 활동만으로 워너원이 세운 기록적인 성적을 넘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다만 개인이 그룹 활동으로 보여주지 못한 역량을 드러내고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솔로 활동은 가요계에 큰 반향을 예고한다.

특히 “솔로앨범의 성적을 기대하진 않는다. 혼자서 내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걱정도 있지만 내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 하는 팬들을 빨리 만나 뵙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발매하게 된 앨범”이라고 말하는 박지훈이나 “감사하게도 일찍 데뷔해서 많은 경험을 했다. 내가 잘 해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노력과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것을 알고 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매 순간 매 순간 (실력이) 더 늘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말한 라이관린과 같은 태도라면, 이들의 성장은 앞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