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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영화] 영화 ‘생일’은 진짜 세월호 소재를 이용했을까
입력 2019-03-29 10:24   

(사진=NEW)

실제로 일어났던 잔인한 범죄는 스릴러나 법정 드라마로, 재난은 휴먼 가족극으로 포장되어 상업영화로 재탄생 될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를 소재로 상업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 돈을 벌기 위해 소재를 빌린 건지, 의심을 하는 건 어쩌면 관객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 영화’란 잘못되었던 그간의 부패한 권력을 까발리는데 목표를 두기에 관객은 강자에겐 분노하고 약자의 억울함을 이해하게 된다. 반면 영화 ‘생일’에는 이런 목적이 없다. 분노나 억울함보다는 아프다.

알려진 대로,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및 일반인들이 사망한 사건 이후,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동안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나 문학작품 등은 있었지만, 영화는 가장 상업적인 매체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 소재를 표현할 만한 그릇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설경구는 “이 참사가 있은 후에 시인은 시를 썼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고, 가수는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영화를 찍었다”라고 말했다. 표현하는 매체는 다르지만 ‘그 날’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런 마음은 신예 이종언 감독이 첫 장편 영화로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되면 더 와닿게 된다. 그는 지난 2015년 극에 등장하는 생일 모임을 알게 된 후 직접 참여해 유가족들과 아픔을 나눴다. 치유 공간 ‘이웃’에서는 ‘그 날’ 이후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생일 모임을 열고 아이들을 추억했다. 이종언 감독은 당시에도 ‘그만 슬퍼하자’며 세월호 피로도에 대해 이야기 하던 일부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했고, 그들에게 ‘생일’과 같은 영화를 보여주면 오해가 없어질 것 같아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에 이어 장편영화 ‘생일’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작게 만들든 크게 만들든 만들고자 하는 의지만은 확실히 있었다”는 이종언 감독의 진심이 전달되어 투자ㆍ배급사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상업영화로까지 커진 것일 뿐이다.

이런 마음이 담겼기 때문에 ‘생일’에는 세월호 소재를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어 있지 않다. ‘생일’은 극영화답지 않게, 다큐멘터리와 같은 결로 흘러간다. 억지 눈물을 짜내는 장면 역시 없다. 다만 속상한 상황들이 이리저리 이어지며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선사하는데, 그 감정을 견딜 수 없을 때 관객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연기 또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특히 50여명의 배우들이 단체로 생일 모임을 갖는 영화의 핵심 신은 3대의 카메라와 30분의 롱테이크로 완성됐다.

(사진=NEW)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도연에게 여전히 ‘생일’을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전도연은 “나 역시도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고민은 감독님이 대본을 쓰기 전부터 시작된 것일 거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안고서라도 해야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님이 만드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를 결정할 때 우리 모두 ‘좋아요’ 하지 않고, ‘괜찮을까요?’ 물어보면서 하나 하나 타진하면서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제작보고회 때도 손에 땀을 쥐고 앉아 있었다. 대중의 댓글도 무서웠지만 기자들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받을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우리만큼 조심스러워 하는 기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 우리만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모두의 어려움이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시사회도 일찍 했다. 다만 리스크를 안고 가는 건 이 영화의 숙명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할 순 없다. 단지 그런 분들 외에 너무나 큰 아픔을 대면하기 어려워서 우리 영화를 보는 게 무섭다는 분들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감독ㆍ배우ㆍ스태프 모두가 용기를 내서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는 우리 모두 아프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아팠지만 다시 살아가야할 사람들에게 응원이 되기 위해서였음을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 했다.

세월호 참사가 5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는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이야기해야 될 것이라면, 참사를 제대로 위로할 줄 아는 전도연과 설경구, 이종언 감독이 해줘서 다행이다. 오는 4월 3일 개봉하며, 전체관람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