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고된 삶 속에서도 고유의 빛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의 동네 대림동을 찾아 화려한 중국의 맛이 주는 즐거움과 대림동만의 유쾌한 설맞이 이야기를 들어본다.
네 발 달린 건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중국. 중국 먹거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선 다채롭고 이색적인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배우 김영철의 눈길을 끈 것은 냉면구이. 90년대 중국 헤이룽장에서 시작된 냉면구이는 구운 면에 계란 옷을 입히고 설탕, 고추장, 흑식초 등의 양념을 발라 쫄깃한 식감과 오묘한 맛이 매력적이다. 반대편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발견한 배우 김영철. 성인 남자가 두 팔로도 다 못 안을 정도로 큰 항아리 안은 뜨끈한 열기로 찜질한 군고구마가 가득한데. 화덕 안에 숯불을 피워 최대 500도까지 달군 후 뚜껑을 닫고 열기로 40분간 익히는 군고구마. 직화로 구운 것과는 달리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배우 김영철, 명절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이는 대림중앙시장으로 향한다. 대림중앙시장은 중국식 밑반찬과 식자재들이 총망라한 동포들의 부엌으로, 그들의 삶을 가장 밀접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가게에서 발길이 멈춘 배우 김영철. 우리에게 익숙한 모두부는 물론, 튀긴 두부, 훈제 두부, 건두부, 두부 반찬 등 그 종류만 해도 10가지! 그중에서도 헝겊처럼 생긴 건두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볶아먹고 무쳐 먹고 탕에 넣어 먹기도 하는 건두부는 중국 요리에 빠져선 안 될 팔방미인. 얇은 건두부를 빨래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모습은 손수 두부를 만들어 파는 이곳 중국 동포 가게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대림동의 주택가로 들어선 배우 김영철, 집마다 홍등을 달고 있는 어머니들을 만난다. 설이면 부와 행복의 상징인 홍등을 대문에 달아 복이 들어오길 기원하는 것은 중국의 오래된 풍습. 대림동에서도 복이 필요한 이웃 동포의 집에 직접 만든 홍등을 달아 주며, 고향에서 지냈던 그 예전의 설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신명 나게 들리는 음악 소리를 따라간 배우 김영철은 장고춤을 추는 어머니들을 만난다. 대림동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인 장고춤에 어깨가 들썩인다. 다시 차이나타운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가게 앞 화덕에 큼직한 고기를 굽는 사람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사람 팔뚝보다 더 큰 이 고기는 바로 통 양다리! 한눈에 들어오는 ‘대륙의 스케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SNS를 보고 찾아왔다는 젊은 손님들과 합석한 배우 김영철. 젊은이들도 열광하는 요즘 ‘핫’한 대림동 먹거리를 즐겨 본다.
대림동의 대로변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신기한 장면에 걸음을 멈춘다. 배드민턴을 치는 것 같은데, 셔틀콕이 아닌 제기로 경기하고 있는 사람들! 공원에서 예사로 제기차기를 하는 중국 동포들은 남녀가 섞였으며 심지어 여자 동포들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 머리나 가슴으로 제기를 트래핑하는 것은 물론, 상대 진영에 스파이크도 꽂으며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흥미진진한데. 왕년에 제기 좀 차 본 배우 김영철도 동포들과 함께 제기차기 경기를 해 본다.
대림동에 오면 꼭 놓쳐선 안 될 음식이 있다. 바로 마라 요리. 혀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하고 맵다는 뜻의 마라는 중국 쓰촨성 지방의 향신료로 민물 가재를 튀겨 마라 소스에 볶아 만드는 마라룽샤가 특히 인기다. 얼얼한 매운맛 뒤에 찾아오는 가재의 고소함으로 대림동 차이나타운 마성의 맛으로 등극한 마라룽샤! 처음으로 마라에 도전한 배우 김영철, 중독적인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차이나타운에서 한길만 접어들어도 담벼락 위 장독대, 낡은 자전거 등 익숙한 골목 풍경이 펼쳐진다. 주택가 골목을 걷던 김영철, 한 채소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채소가게 안은 어머니들이 모여 북적북적. 알고 보니 이 채소가게는 참새 방앗간처럼 누구나 들렀다 가는 동네 어머니들의 사랑방이다.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어머니는 누구든 그냥 보내는 법이 없을 정도로 인심이 좋아, 차 한 잔, 밥 한 끼 대접하다 보니 어느새 동네 사랑방이 됐다는데. 매일 아침, 채소가게는 설거지 끝내고 모인 동네 어머니들의 하하 호호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채소가게에서 우연히 중국 동포 어머니를 만난 배우 김영철은 뜻밖에 초대를 받아 함께 집으로 향한다. 집에선 작은딸과 손자들이 설에 먹을 물만두를 빚고 있다. 어머니 가족에게 이번 설은 온 가족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함께 맞는 특별한 설이라는데. 12년 전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어머니. 남편은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어머니는 남의 집 보모로 열심히 돈을 벌어 중국에 있는 두 딸을 키웠다. 결혼한 딸이 아이를 낳았을 때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 못 끓여 준 것이 평생 한으로 남았다는 어머니. 작년에 오랜 바람이었던 둘째 딸 가족을 한국으로 불렀다고 한다. 중국에 있는 첫째 딸까지 오면 온 가족이 설날에 모이게 된다는데. 식구들이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수 있는 설. 어머니 가족에게 이번 설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풍성한 설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