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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구출과 추격, 본능만 남은 남자들의 용호상박
입력 2020-08-05 15:00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국의 느와르를 이야기할 때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영화 '신세계'를 빼놓을 수 없다. '신세계'의 콤비 황정민, 이정재가 7년 만에 다시 만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이제 그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암살 임무인 일본 야쿠자 암살을 마친 인남(황정민)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그는 킬러로서의 삶을 손 씻고, 파나마로 떠날 계획을 세우던 중 태국에서 유아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이 자신과 관련됐다는 것을 알게된 인남은 곧장 태국으로 향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런데 그런 인남을 '인간백정' 레이(이정재)가 뒤쫓는다. 인남의 마지막 타깃이었던 야쿠자의 형제였던 것이다. 레이는 자신의 형제를 죽인 인남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인남을 찾아 태국으로 향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피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두 남자의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뼈대는 '구출'이다. 리암 니슨의 영화 '테이큰'처럼 납치된 딸을 구출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주된 플롯이다. 여기에 그 아버지를 쫓는 킬러 레이가 추가되며 '구출'에 '추격'을 더했다. '구출'과 '추격', 서로 다른 두 가지 목표를 지닌 두 남자의 감정 없는 충돌은 이 영화만의 색다른 이야기를 완성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두 배우의 7년 전 영화 '신세계'는 조직에 잠입한 경찰 이자성(이정재)이 정청(황정민)에게 정체를 들킬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서스펜스가 묘미였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그런 묘미보다 황정민, 이정재의 거칠고 강렬한 액션에 집중한다. 태국의 한 허름한 건물, 좁은 복도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인남과 레이의 정면 승부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신의 백미다.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스톱모션' 촬영 기법으로 인남과 레이의 액션은 더욱 빛이 난다.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겐 힘든 영화일 수도 있다. '인간백정' 레이가 서사 없이 오로지 캐릭터로만 승부하는 인물인 탓에 '저렇게까지 인남을 쫓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레이는 "이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이제 기억도 안 나네"라고 말한다. 레이의 대사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감정선과 인물의 서사보단 캐릭터와 액션에 집중했으며, 포기할 건 포기한 대신 그만큼 장르의 특성을 살렸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예고편에선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박정민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히든 카드다. 파격적인 모습으로 인남을 도우면서, 느와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정민의 놀라운 연기 스펙스럼을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외에도 최희서, 박명훈, 오대환 등이 출연한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