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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X웨이브 리뷰] '유 레이즈 미 업' 청춘, 아무 것도 없어도 자존감은 '세우자고'
입력 2021-09-08 18:00   

▲'유 레이즈 미 업' 안희연(EXID 하니)(사진제공=웨이브)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등 기존 미디어들이 제작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수의 해외 드라마들까지 안방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콘텐츠 대홍수 속에서 좋은 콘텐츠의 정보를 미리 접하는 건 필수가 됐다.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다. 놓치기 아쉬운 고퀄리티 콘텐츠들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편집자 주]

남들보다 앞서는 건 고사하고 뒤처지지 않고 사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든다. 언젠가부터 나는 앞서가기보다는 앞서간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선택했다면 불안해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나는 눈에 띄게 불안해하는 채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윤시윤(사진제공=웨이브)

'어쩌면 불안해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 누군가의 수상한 음모가 아닐까?'라며 혼자만의 철학에 빠져 일기장에 이런 소리나 끄적거렸다. 많은 사람의 장래 희망이 '건물주'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서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무엇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진 게 없는 이 시대의 흔한 '불안한 청춘1'이 됐다.

도용식(윤시윤)은 30대지만 여전히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름만 보면 용이 날아다니는 태몽을 가지고 장원급제를 진작 했을 것 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남자 이름에서 주는 비범함과 달리, 명절 때 친척 집에 가면 구박받기 딱 좋은 상태다.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끊긴 지 오래. 자기 밥줄도 없다. 몇 년째 공무원을 준비한다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제대로 된 직장 하나 갖지 못했다.

▲'유 레이즈 미 업' 윤시윤(사진제공=웨이브)

이런 자신이 부끄러워 동창회도 가지 않았지만, 그에게 운명은 가혹하게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 동창들을 불러 모은다. 서른이 넘어서도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모습이, 돈이 없어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이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이 견딜 수 있는 최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은 무진무궁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동창들에게 '핑크'로 가득한 가방 속을 들키고 만다. 외롭고 부끄러움의 연속인 하루 끝에 고된 하루를 보낸 자신을 위로하려 시도하지만, 갑자기 서야 할 것도 안 선다.

▲'유 레이즈 미 업' 안희연(EXID 하니)(사진제공=웨이브)

용기를 내서 간 비뇨기과에서는 자신을 멋진 첫사랑으로 여기던 이루다(안희연)를 만난다. 첫사랑과 하필 비뇨기과에서. 많고 많은 비뇨기과 중에서 하필 여기에, 그것도 환자와 의사로 만나다니 용식은 부끄러워 죽고 싶다.

윤시윤의 찌질한 연기를 보면 과거 멋있었던 내 첫사랑이 저렇게 변해버린 것 같아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기 힘들다. '지붕 뚫고 하이킥', '제빵왕 김탁구' 윤시윤의 순박하고 착한 이미지만을 기억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드라마 속에서 윤시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윤시윤의 탁월한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찌질한 연기를 저렇게 잘하지는 말아 줘”라며 속으로 절규하게 된다. 윤시윤이 연기하는 용식이의 찌질함 속에서 나와 꼭 닮은 모습들이 보여, 그의 자존심이 우뚝 섰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박기웅(사진제공=웨이브)

그래. 건물은 못 세우겠지. 재벌은 못되겠지. 건물주는 아주아주 큰 꿈이겠지. 친구들보다 탁월하게 앞서지는 못하겠지. 지금도 가진 것이 없지만, 앞으로도 비슷하겠지.

그래도 괜찮다. 건물은 못 세워도, 당장 아무것도 없어도, 조금 뒤처져도 자존감은 세우자. 그래야 나를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나씩 나를 세우다 보면, 내 삶을 일으켜 세우다 보면, 언젠가 가지지 못한 것들보다 가진 것이 많은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김민지' 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