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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범죄의 여왕', 관객 홀릴 '촉'이 오네요
입력 2016-08-26 09:41   

▲'범죄의 여왕' 박지영(사진=콘텐츠판다 제공)

“걱정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

이토록 든든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늘 자식을 안심시키고, 대신 총대를 매는 엄마들의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영화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에 담겼다. 이 영화는 모성애 본능을 자극한다는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면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범죄의 여왕’ 미경(박지영 분)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금쪽같은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는 엄마다. 지방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불법시술도 마다하지 않지만,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곧바로 짐을 싸서 상경한다.

남다른 촉으로 폭탄수도요금이 또 다른 사건과 연관된 것을 감지한 미경은 아줌마 특유의 넉살과 친밀함으로 사건 해결에 다가선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신림동 고시촌과 수도요금 120만원을 스릴러를 가미한 기묘한 조합을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과감함을 보인다.

자식과 가족을 위한 엄마의 오지랖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듯이 미경은 “걱정마,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라는 말로 우리네 엄마의 정형성을 표현한다. 엄마의 이러한 호언장담을 든든해하는 이들과 달리, ‘범죄의 여왕’은 지나친 엄마표 오지랖에 부담을 느끼는 아들과의 마찰에 초점을 뒀다. 사법시험을 며칠 앞둔 예민한 아들은 수도요금에 부산을 떠는 엄마가 못마땅해 제지하기 일쑤다. 그런 아들의 반대에 부딪힌 엄마의 ‘몰래’ 극성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의 긴장감을 높인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고시원 세트장을 위주로 '수도요금'이란 친숙하고 일상적인 소재가 스릴을 만들어낸다. 사실적인 면을 내세우면서도 독특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평범한 엄마의 당연한 일상을 범죄 스릴러에 녹여내자 진부한 소재가 신선하게 탈바꿈했다. 화끈한 아줌마 미경이 사건을 추적해가며 범죄의 여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통쾌하기까지 하다.

자식의 성공이 자신의 신념이고, 가정의 알뜰함을 책임지는 우리네 가장 보편적인 엄마의 모습은 영화 속 미경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촉'이 좋은 아줌마 미경은 범죄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 능했고, 범죄의 여왕으로 활약하며 정통적인 모성애에 국한되지 않는 개성이 스릴러 장르와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해 선보여졌다.

'범죄의 여왕'는 장르로 따지면 느와르 영화의 색을 띄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아줌마, 고시생 등 영화의 장르와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반가운 시도가 색다른 매력을 완성했다, 25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