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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키우는 SM·YG·JYP, 아이돌 키우는 판타지오
입력 2016-09-30 13:33   

▲(출처=각 엔터테인먼트)

아이돌과 배우, 각 전문 영역을 살려 성장했던 거대 기획사들이 스스로 그 벽을 허물고 있다.

장동건, 김하늘의 소속사는 SM이다. 차승원, 강동원, 이종석은 YG, 김태훈과 최우식은 JYP 소속이다.아이돌 3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은 이제 연기자와 아이돌의 비율이 비슷해질 정도로 연기 파트의 비중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FNC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등 아이돌을 통해 상장한 거대 기획사들의 배우 영입은 이제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판타지오, 싸이더스HQ 등 연기자 매니지먼트로 유명한 엔터사에서도 아이돌들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은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101'에서 화제를 모았던 최유정, 김도연은 모두 판타지오 소속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돌 전문 회사와 연기자 전문 회사는 명확하게 나뉘어 있었다. 싸이더스HQ와 JYP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GOD를 출범시킨 일도 있었지만, 각 분야의 전문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배우는 배우, 가수는 가수로 분리해 사업을 해왔던 것.

그렇지만 아이돌의 활동 영역이 늘어나고, 연예 사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외도 아닌 외도가 시작됐다. 안정적인 수익이 있는 배우, '한방'이 있는 가수, 두 강점을 끌어안으려는 엔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 직접 영입은 물론 자회사를 차리고, 가수-배우 회사가 같은 간판을 달고 전략적 제휴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배우든 가수든 우린 직접 하겠어

최근 연예가에서 대어급 배우들은 모두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할 당시만 하더라도 소속 연기자는 구혜선, 유인나, 정혜영 정도였지만 지금은 차승원, 김희애, 강동원, 이종석, 최지우 등 대형 배우들이 즐비하다.

또한 자회사인 모델 에이전시 YG케이플러스를 통해 남주혁, 이성경 등 모델 출신 배우들도 발굴하며 탄탄한 배우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보고 일각에선 "YG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빅뱅이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YG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JYP엔터테인먼트도 김태훈, 김예원, 송하윤 등 연기파 배우들을 영입하며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있다. 또 씨엔블루, AOA 등이 속한 FNC엔터테인먼트, 비스트, 현아 등의 큐브엔터테인먼트 역시 연기자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김우빈, 장혁 등의 소속사 싸이더스HQ에선 2EYES, 홍종현, 신승환 등이 속한 위드메이에선 스누퍼, 이형철, 이인, 신지수 등의 GH엔터테인먼트에선 B.I.G 등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켰다. 이들은 각각의 팀을 꾸려 아이돌 매니지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은 달라도 같은 회사

상장사의 경우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을 이어가면서 매출은 합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다. 장동건, 김하늘 등 배우 군단과 신동엽, 전현무 등 예능인들이 속한 SM C&C는 같은 SM이지만 SM엔터테인먼트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판타지오가 아스트로, 헬로비너스를 매니지먼트하는 방식도 자회사 설립이다. 이들은 판타지오뮤직에 속해 있다. 판타지오뮤직 구성원들 역시 가요 매니지먼트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유연석, 이광수, 김지원 등이 소속된 킹콩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서류상으론 킹콩엔터테인먼트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가 됐다. 이들 역시 서로의 강점이 드러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연기+가수 "합치자, 우리"

아예 전문성을 가진 중소 기획사가 전략적으로 합쳐 하나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윤종신이 수장으로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미스틱89였다. 신치림, 에디킴 등이 속한 가수 전문 매니지먼트사였던 미스틱89와 한채아 등이 속했던 가족엑터스가 만나 미스틱엔터테인먼트란 이름을 쓰게된 것.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성시경, 빅스 소속사로 알려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엔 현재 이종원, 박정수, 박정아, 박예진 등 다수의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이는 배우 전문 소속사 더착한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덕분이다. 연기자 매니지먼트를 진행했던 전문 인력과 배우들이 고스란히 흡수되면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배우 라인업 역시 탄탄해졌다.

오랫동안 연기자 매니저를 하다 가수 소속사로 자리를 옮긴 한 매니저는 "이젠 배우 전문, 가수 전문이라는 구분 자체가 모호해지는 분위기"라면서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데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이직 이유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