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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백보람 "화제성만 있던 과거 알아…이젠 칭찬받고 싶어"
입력 2016-12-12 14:07   

▲백보람(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한 번 보고는 알아보지 못했고, 두 번 보고 놀랬다. 지난 3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속 백보람(36)의 모습이 그랬다. 백보람은 극중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는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윤기(김희원 분)에게 이혼 수임을 맡기려다 눈이 맞는 보람 역으로 활약했다. 허영과 의부증, 그리고 마지막 야반도주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연기자 백보람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Q: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보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놀랐던 것 같다.
백보람:
그런 반응을 보여주셔서 안도했다. '정말 너야?'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저인지 몰라봤다고 하더라. 제 목표가 이 작품에 폐를 끼치지 말자는 거였다. 이전까지 뭘 해도 못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고 하니 감사할 뿐이었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서운하기 보단 묻어나는 것에 성공한 거 같아 좋더라.(웃음)

Q: '백보람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라고 하는 반응도 있다.
백보람:
저, 연극영화과 나왔다.(백보람은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를 졸업했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는데, 그곳엔 워낙 에너지가 좋은 분들이 많아서 학교에 적응을 못했다. 제가 하도 웅크리고 있으니까 과대표, 교수님이 일부러 주인공도 시켜주고 해서 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MBCevry1 '무한걸스'에서 밝힌 것처럼 꾸준히 연기를 배워오기도 했다. 제 캐릭터상 톡톡 튀거나 독특한 연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아서 기회가 없었던 거 같다.

▲백보람(출처=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영상 캡처)

Q: 어떻게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는 합류하게 된 건가.
백보람:
연예계 활동은 오래해서 이곳 저곳 카메오 출연은 했지만, 제대로 된 연기는 SBS 아침 일일드라마 '사랑이 오네요'에 이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두번째다. 아직은 저에게 제안이 오기 보단 제가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도 그런 줄 알고 감독님(김석윤 PD)과 미팅을 했는데, 역할 이름도 보람이고 저를 모델로 캐릭터를 잡으셨다고 하더라. 그 얘길 듣고 울었던 거 같다.(웃음) 제가 그동안 독특하거나 센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자연스럽게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더 열심히 연습해서 갔다.

Q: 촬영은 어땠나.
백보람:
감독님이 많이 찍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제 것만 찍는다고 했다면 잘하고 싶은 맘에 더 힘을 줘서 어색했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으시더라. 카메라를 어떻게 쳐다보고, 어디에 서야 카메라에 잘 나오는지 하나도 몰랐는데, 그건 상대역인 김희원 배우가 잘 코치해 줬다. 처음 만났을 땐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라 '부족해도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는데, '그냥 편하게 하라'면서 이끌어 주시더라. 그래서 전 그냥 따라만 갔던 것 같다.

Q: 마지막 엔딩까지 강렬했다. 야반도주 후 보람은 어떻게 살았을까.
백보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를 의심하고 집착하고 있지 않을까. 일단 보람이란 여자는 모든 것을 잃은 최윤기와 단칸방에 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보람이 정신을 차렸다면 그런 상황에도 최윤기와 알콩달콩 잘 살았을 테니까.

▲백보람(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인간 백보람은 어떤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결혼관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백보람:
결혼을 한다,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신중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전엔 바람에 대해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제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보면서 제가 모르는 부부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본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Q: 실제로 배우자가 바람을 피거나, 혹은 본인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건가.
백보람:
남편이 흔들린다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복수해야지'가 아니라 그냥 생각만으로 슬픈 느낌이다. 촬영하면서도 '남자는 다 그러냐'고 묻기도 했다. 저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마음먹지 않는 한 잠깐의 외로움과 힘듦으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이 더 힘들다는 걸 드라마를 통해 알았다.

Q: 배우 백보람으로 첫단추를 뀄다. 앞으로의 활동도 배우인가.
백보람:
배우라는 타이틀은 아직도 어색해다. 뭘로 불러주셔도 난 상관없다. 그냥 인정만 받고 싶다. 예능인에서 배우가 된다고 제 인생이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10년 넘게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이슈는 많았지만 '잘한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던 거 같다. 지금은 튀는 것보단 뭘 하든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