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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로그] 조권 “또 여장이냐고요? 그냥 여장이 아닌걸요”
입력 2017-02-24 15:29   

▲가수 조권(사진=Mnet '골든탬버린')
가수 조권은 11회 분량으로 방송된 Mnet ‘골든탬버린’에서 총 일곱 번에 걸쳐 여성 가수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일곱 번 여장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씨스타의 ‘터치 마이 보디(Touch my body)’나 가인의 ‘피어나’를 부를 때에는 핫팬츠 차림으로 등장했고, 비욘세의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무대에서는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매회 옷차림과 메이크업이 몰라볼 정도로 바뀌는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조권의 진정성이다.

조권이 아이비로 분장해 무대를 꾸민 ‘골든탬버린’ 1회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그룹 지오디는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를 불렀다. 하지만 지오디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췄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주목한 포인트는 지오디의 남성성과 여장의 부조화에서 오는 웃음이었다.

그리고 이는 많은 미디어들이 드래그퀸(여장 남자)을 조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댄스 전문 경연 대회를 표방한 ‘힛 더 스테이지’는 남성 안무가가 걸리쉬 댄스를 추자 이를 희화화하는 듯한 자막을 내걸었다. ‘골든탬버린’은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를 부르는 조권의 모습과 함께 ‘뜨헉’이라는 문구를 붙였고, 씨스타의 ‘터치 마이 보디’ 무대에서는 고개를 돌리는 관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못 보겠다’는 자막을 달았다.

▲'골든탬버린'에 출연한 가수 가인(왼쪽)과 조권(사진=Mnet)

미디어의 무례한 시각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고정적인 성 관념을 벗어난 이들에게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성적 지향에 대한 의심이다. 조권의 여장이나 에프엑스 엠버의 톰보이룩은 종종 그들의 성적 지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인 양 작용한다. 어쩌다 조권이 근육질 몸매를 보여주거나 엠버가 바느질을 할 때에는 ‘상남자’, ‘천생여자’ 같은 표현으로 그들을 칭찬한다. 마치 그들이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서서 안심이 된다는 듯이.

‘골든탬버린’ 마지막 회에서 조권이 보여준 무대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다. 그가 고른 노래는 레이디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관을 찢으며 무대에 등장한 조권은 처음 두 소절을 마친 뒤 머리에 쓴 황금색 가발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이어진 가사. “나는 내 방식대로 아름다워. 신은 실수를 하지 않으니까. 나는 제대로 가고 있어. 나는 이렇게 태어났으니까(I'm beautiful in my way. 'Cause god makes no mistakes. I'm on the right track baby. I was born this way)”

조권이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여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또 여장이냐고요? 아니요. 그냥 여장이 아닌걸요. 마이크를 잡고 춤을 추고 라이브를 하죠. 조권의 퍼포먼스를 또 만들었어요.” (지난 9일 조권이 SNS에 올린 글) 그러니까 그는 하나의 ‘쇼’를 보여줬을 뿐이다. 자신의 내면에 담긴 무한한 모습을 토해내면서, 하고 싶은 노래와 퍼포먼스, 무엇보다 제 안의 감정을 모두 표출하면서 말이다.

지난 11주 간의 여정에서, 조권은 가장 우아한 방법으로 자신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고 성에 대한 통념을 깨부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조권은 춤추고 노래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세요. 그게 제일 아름답고 행복한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