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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호 “내 뿌리는 2PM, 연기는 더 공격적으로”
입력 2017-04-06 18:23   

▲이준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자신감은 넘쳤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연예계 10년차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준호(27)는 2008년 보이그룹 2PM으로 데뷔했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을 시작으로, ‘스물’, ‘협녀, 칼의 기억’, 드라마 ‘기억’ 등의 작품에서 연기 내공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3월 31일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서 비리 검사 서율 역을 맡아, 배우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김과장’을 통해 2PM이 아닌 배우 이준호의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준호와 만났다. ‘김과장’ 촬영을 끝낸 지 불과 일주일, 그동안 밀린 일정을 소화하면서 바쁘게 지냈다는 이준호는 아끼던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슬픔도 맛봤다. 이준호는 “‘김과장’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도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해, 향후 배우로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다음은 이준호의 일문일답

Q: ‘김과장’이 끝난지 일주일, 어떻게 지냈나.
이준호:
그러니까. 원래 오늘이 방송이다. 이렇게 끝나니까 신기하다. 섭섭하고 촬영해야할 것 같고, 마지막 회를 집에서 보는데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자막이 떠서 이상했다. 다음 주에도 방송할 것 같고, 시원섭섭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Q:‘김과장’으로 아이돌 타이틀을 지웠다는 말이 많았다. 연기 잘하는 신인배우인줄 알았다는 반응도 이어졌고. 본인은 이런 반응이 어떻던가.
이준호:
칭찬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가능성을 봤다’, ‘아이돌에서 연기돌로’ 이런 기사가 4년 전 연기 데뷔작 ‘감시자들’을 했을 때에도 났다.(웃음) 그런데 4년 동안 같은 말이 나온 건, 연기를 꾸준히 못한 게 한 몫 한 것 같고, 2PM으로 많이 사랑해주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몰랐는데 2PM이었냐’는 말은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잘 녹아들었다는 직접적인 평가니까.

Q:종영 소감을 보니 ‘김과장’이 연기자로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이준호:
이번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는데,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은 마음에 도전했다. 시작할 때 ‘악역에 도전하는 것 자체는 힘들지만, 이걸 어떻게 깨 부수냐에 따라 앞으로 내 연기 생활에 큰 지침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촬영하다보니 코믹적인 요소가 많은데 저는 중간에서 무게감을 잡긴 해야 했다. 한없이 짝사랑에 빠진 여자에겐 여린 모습도 보여줘야 했고. 한 드라마 안에서 여러 장르를 한 거 같다. 상대역에 따라 휙휙 바뀌었다. 그래서 이젠 용기가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으니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겠다.

Q:사실 매 작품마다 연기력으로 호평 받았는데, 많은 작품을 하진 못했다.
이준호:
2PM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 활동이 뜸할 뿐이지 한국, 일본을 오가며 솔로 활동도 하고, 저 개인적으로는 쉼 없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시간 안에 작품을 하는 거라서 여러 작품을 할 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거 같다. 이전까지 연기를 안한 것에 아쉬움은 없지만 앞으론 더 공격적으로 연기를 하겠다.

▲이준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김과장’ 촬영 중 힘들었던 건 없었나.
이준호:
서율은 끊임없이 행동하는 캐릭터였다.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았다. 외우는 게 좀 힘들긴 했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니까. 모든 배우들이 똑같았고. 모든 스태프도 그런 생활을 했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레벨업을 할 수 있겠다. 단 정신만 잘 차리면’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동시에 무서웠다. 드라마가 2번째고 지상파는 처음이라 ‘정신 못 차리면 연기생활이 끝이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했다. 어쨌든 표현해야하는 건 나고. 그걸 표현 못했을 때 수치스러움은 다 제가 겪는 거니까. 연기를 잘하고 싶은 이유도 제 스스로 부끄럽기 싫어서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Q:힘들었던 것들에 비해 애드리브도 잘나온 거 같다.
이준호:
다행인건 모두가 만들어 가는 현장이었다는 점이다. 제가 이렇게 주도적으로 극에 동참을 하고, 의견을 전할 수 있었던 것 처음이었다. 이전보다 역할이 커져서 어느 정도 제 의견도 수렴이 될 수 있었던 거 같다. 감독님들도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선배들도 거리낌이 없었다. ‘뽀뽀 한번 해볼까’해서 했는데 웃겼고, 방송이 됐다. 연말 연기대상 애드리브도 ‘연초라서 힘든데’ 이렇게 받아치긴 했지만, 웃겨도 방송으로는 살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이거 괜찮다’고 하더라. 재밌었다.

Q:매주 먹방도 화제였다.
이준호:
연기를 하면서 먹는 것은 저에겐 처음하는 도전이라 숙제 같았다. 성격상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먹는다는 설정 주셨을 때 ‘잘할 수 있다’고 답하고, 정말 잘하기 위해 집에가 치킨을 시키고 먹으면서 대사를 했다. 다행히 대사 전달이 잘 됐다고 해서 뿌듯했고, ‘먹소’라는 애칭도 얻어서 좋다.

▲이준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먹는 것에 비해 살이 안찐 거 같다.
이준호:
방송 시작 전부터 경리부 해체 할 때까지 안 먹었다. 2달 정도 1인1식을 했다. 그런데 그 이상이 되니 몸에 무리가 왔다. 그래서 그냥 다 먹었다. 서율이 예민한 성격도 있고, 검사로서 악인으로서 날카로움도 필요해서 다이어트를 한 거다. 아직 연기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그 캐릭터가 돼 집중하려 하는 방법을 택했다. 원래는 진짜 많이 먹고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운동을 한다. 촬영하면서도 1시간씩 런닝을 뛰었다.

Q:매회 피자, 핫도그 등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1인1식 한 것에 비해 트러블 하나 없는 백옥 같던 피부다.
이준호:
전 피부 트러블이 없는 편이다. 연습생 때,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땐 여드름도 올라오곤 했는데 그 이후론 별로 관리를 않했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로션도 안 발랐다. 주변에서 ‘그러다 훅간다’고 해서 여성 화장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게 관리의 전부다. 조명팀께 감사하고,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에게 감사하다.(웃음)

Q: 정장도 인상적이었다. 나중엔 김성룡과 의상도 맞춘 느낌이다.
이준호:
마지막에 서율이 변화하고 나선 그런 부분도 있었다. 정장은 맞춤복도 하고, 협찬 받은 것들도 저에게 맞게 조절해서 입었다. 3개월 내내 정장을 입으려니 몸이 굳는 느낌이 들긴 했다. 목이 쓸리고. 엉덩이가 튀어나와 보이는 거 같고(웃음)

Q:일단 ‘된다’, ‘하겠다’ 하고 질러놓고 하는 스타일인가.
이준호:
자신은 일단 항상 있다. 아무 것도 없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2PM으로 데뷔하면서 제가 주목 받기 쉽지 않았다. 저에게 스포트라이트도 오지 않았고, 저도 부족했고. 우리 멤버들이 워낙 잘났고. 그러면서 스스로 단단해 진 거 같다. 연예인인데 예능도 드라마도 못나오고 해서 아쉽긴 했지만 ‘지금은 아닌가 보다’하고 살았다. 그리고 ‘기회가 안온다고 슬퍼하지 말고, 올 때 무조건 기회를 잡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마음을 다스렸다. 그런데 팀 내에서 제가 아크로바틱을 담당했는데, 크게 다쳐서 수술을 받아야 할 때가 있었다. 내가 잘하는 거까지 못해서 그때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그때 기회가 찾아온 게 ‘감시자들’이었다. 무조건 한다고 했다. 퇴원하고 이틀있다가 팔에 깁스를 하고 오디션을 보러 간 거다. 3번 오디션 통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뽑았을까 싶은데,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그렇게 다듬어온 마음이 자신감이 된 거 같다. 그래서 지금은 뭘 해도 잘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갖고 산다.

Q:그 용기를 바탕으로 뭔가를 했을 때, 들었던 평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준호:
이건 정말 말을 잘하고 싶다. (잠시 생각하더니) 가수로서 활동했을 때 튀지 않는 얼굴이 연기를 할 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같이 작업한 감독님들, 스태프들이 그런 말을 해주더라. 칠하는 대로 먹는 얼굴이라고. 처음엔 ‘용기를 주시려나 보다’라고 했다. 그러다가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용기를 갖고 하고 있다.

▲이준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데뷔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을 땐 비를 닮은 외모로 주목받지 않았나. 연기자와 가수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비와 같은 길을 걷고도 있다. 이전엔 롤모델이라고도 했는데.
이준호:
이젠 아니다. 비 선배님은 출중하시고, 완전 톱이고 성공하지 않았나. 정말 본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 비 선배, 진영이 형 모두 누군가의 롤모델이고 누군가의 롤모델 아닌가. 그런데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그렇게 봐준 덕분에 주목 받고, 열심히 프로그램에서 우승도 했지만 ‘난 비를 닮았어’라고 살진 않았다. 닮은꼴로 기사화 되는 게, 비 선배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Q: 남궁민은 어떤가. 악역으로 주목받은 남궁민 앞에서 악역을 연기하는 부담은 없었나.
이준호:
‘김과장’ 촬영에 앞서 1인1식을 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패쇄적으로 살면서 서율이라는 인물에 빙의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그런 부담은 없었다. 성룡과 서율로 만나는 거라. 남규만과 서율이라면 의식했지만, 그런 거에 대한 생각은 안했다.

Q: 서율은 처음부터 개화되는 캐릭터였던가.
이준호:
감독님은 작가님은 그렇게 서율을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다. 전 ‘완전 나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고, ‘(서율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은 ‘되돌아 서는 계기는 만들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래서 대놓고 악역이 아닌 악인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돌아설 때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줄타기를 해야할 지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을 한 게, 등장인물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 거다. 박회장에겐 강단 있게, 성룡에겐 하인 부리듯이, 고본부장과 조상무 만날 땐 하대하고, 하경을 만날 땐 사랑에 서툰 남자를 연기해보자 싶었다. 그런 다차원적인 모습이 있어야 어떻게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Q:복잡하고 어려웠겠다.
이준호:
그래서 늘 그랬다. ‘도대체 어떻게 되냐’고.(웃음) 그래서 ‘서율은 그런 놈이다’하고 연기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서율은 살인은 저지르지 않더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쁜 짓만 하더라. 그게 서율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쁜 짓도 법 안에서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Q: 시즌2 얘기가 나오더라. 참여할 의사 있나.
이준호:
재밌게 보겠다. 특별출연 정도라면 노페이로 무조건 하겠다. 애정이 있으니까. 서율이 착해진 이상 시즌2 출연은 힘들 거 같다. 우리 드라마가 사랑 받은 가장 큰 이유가 주인공들이 마냥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인거 같다. 김과장이 반강제적으로 의인이 되면서 신선하다 생각한 거 같다. 그래서 착해진 서율은 잠깐잠깐 조력자 정도로 나오지 않을까.

▲이준호(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차기작 계획은?
이준호:
진짜 정해진 게 없다. 아직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되서 검토도 못했다. 잠시만 보류한 상태다. 서율에 도전했던 것처럼 더 넓힐 수 있는 배역을 할 지, 서율로 재미를 봤으니까 이런 걸로 더 할지 아직 모르겠다. 아마 안 해본 느낌을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Q:음악 활동과 연기 활동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을 거 같다.
이준호:
제 뿌리는 2PM이라 팀 활동이 우선이다. 솔로도 2PM으로서 준호로서 하는 거다. 2PM 앨범은 완전체로 올해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멤버들이 군대를 다 다녀온 이후에 완전체로 계속 하기로 합의했다. 군 생활 중에는 유닛이든 여러 방향으로 활동할 거 같다.

Q:2PM은 계속 될 거라는 의미인가.
이준호:
멤버들과 그런 얘기를 참 많이 했다. 누군가 꿈이 바뀌어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응원하자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를 나가게 되더라도, 나빠서 나가게 되는 건 아닐 거다. 어디에 있든, 뭐가 됐든, 2PM 활동은 계속하기로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본인이 부담하고 감내하는 걸로 하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멤버들끼린 그렇게 얘기했다. 서로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