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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th칸] 홍상수, ‘왜 사느냐’를 묻고 답하다
입력 2017-05-25 15:52   

“왜 사세요?”

출판사 직원 아름(김민희)은 출근 첫날, 사장 봉완에게 뜬금없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사는가. ‘그 후’의 아름을 빌어 홍상수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22일(현지시각) 오후 2시 칸 뤼미에르 극장 내 프레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그 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에 대해 홍상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해를 통해 혼란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혼란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은 아니죠. 저는 오래전부터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제 진실을 찾기보단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작은 것과 춤추고 싶습니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이 내 놓은 21번째 장편영화다. 영화는 출판사 대표인 유부남 봉완이 그의 회사에서 일했던 여자 창숙(김새벽)과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하는 과정 속에서 또 한 명의 여자 아름(김민희)과 얽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상수 감독은 올해 ‘그 후’ 외에도 ‘클레어의 카메라’를 칸에서 첫 선을 보였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 한 해 두 편이나 상영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홍상수 감독에 대한 칸영화제의 높은 지지를 읽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그 후’에 대한 프랑스 매체와 영미권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영미권이 ‘홍상수의 자기 복제’라고 ‘그 후’를 평가한 반면, 프랑스 언론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놀랍게 변주하는 홍상수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를 잇는 연결고리는 김민희다. 홍상수 감독은 연이어 김민희와 작업을 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겐 배우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 어떤 감독보다 배우와 장소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영화를 만드는 편입니다. 한국 기자회견에서도 밝혔지만, 김민희는 제 연인(Lover)입니다. 그렇기에 김민희는 나에게 더 중요한 사람이고 더 많은 영감을 줍니다”라고 말했다.

김민희 역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반복적으로 해도 항상 감독님의 영화는 작업방식이 새롭기 때문에 나에게 자극이 되고 재미있어요. 가능만 하다면 계속 함께 같이 하고 싶습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서로를 향한 스스럼없는 고백 때문일까. 프랑스 현지에서의 반응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전히 ‘홍상수-김민희 열애’라는 작품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높은 분위기다. 이는 영화가 다루는 소재, 그러니까 불륜-어긋난 사랑 등의 테마와 맞물려 대중의 적개심을 키우는 아이러니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왜 사세요”라는 질문을 불러 세우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작은 것과 춤추고 싶다’는 홍상수의 말을 말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인연을 맺었고, 이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 ‘그 후’를 연달아 함께 작업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에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