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Z시선] 섹션TV의 ‘팩트 체크’를 ‘체크’해보자
입력 2017-06-27 16:20   

열기는 과했고 사과는 모자랐다. 수단이 정당하지 못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목적의 당위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MBC 연예 정보 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이하 섹션TV)’의 이야기다.

‘섹션TV’는 지난 25일 배우 송혜교, 송중기의 동반 발리 여행설을 집중 취재했다. 제작진은 송혜교가 개인 SNS에 게재한 사진을 바탕으로 현지 숙소를 추적했고 숙소 내부 모습과 직원들의 인터뷰를 허가 없이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서 ‘팩트 체크’를 꼼꼼히 하다가 발생한 이번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에 대한 해명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는다. ‘섹션TV’의 ‘팩트 체크’는 얼마나 정당한 것이며 이들의 해명은 얼마나 설득력 있는 것일까. ‘팩트 체크’를 ‘체크’해본다.

(사진=MBC '섹션TV 연예통신')

“송혜교 SNS, 비공개 아닌 지인 공개”→ 전 국민이 송혜교의 지인?

상황 제작진은 앞선 방송에서 송혜교가 묵은 발리 빌라를 추적하기 위해 그가 비공개로 운영 중인 SNS 계정을 들쑤셨…아니, 참고했다. 해당 계정에 게재된 송혜교의 ‘사적인’ 사진들은 방송을 통해 전국 안방으로 송출됐다. 제작진은 빌라 추적 과정을 꽤 상세하게 보도하며 자신들이 빌라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강조했다.

해명 “해당 게시물은 완전한 비공개 게시물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공개된 게시물이었다. 네티즌들도 알고 있던 게시물로, 은밀히 숨겨져 있는 사진을 빼낸 것이 아니다. 지인 공개라도 오픈된 SNS에 올라온 사진이었고, 사진은 이 숙소가 맞는지 팩트체크 용도로 쓰인 것이었지만 취재가 과도하게 느껴졌다면 죄송하다”

체크 ‘지인에게만 공개된 게시물’은 달리 말하자면 ‘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게시물’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것은 당사자가 원치 않는 인물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공개 게시물’로 통용된다. 그러니까 “완전한 비공개 게시물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공개된 게시물이었다”는 제작진의 해명은 말장난에 가깝다.

또한 해당 사진이 네티즌도 알고 있던 게시물이며 제작진이 은밀하게 사진을 빼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을 방송에 송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송혜교의 ‘지인 한정 공개’ 게시물이 방송 프로그램에 ‘정당하게’ 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송혜교가 전국 시청자들을 자신의 지인으로 인정하는 것밖에 없다.

(사진=MBC '섹션TV 연예통신')

“발리 빌라, 현지 교민이 촬영한 것”→ ‘섹션TV’는 1인 방송?

상황 제작진은 송혜교가 묵은 것으로 알려진 발리 현지 빌라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빌라 직원 인터뷰를 함께 내보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보도된 후 빌라 측은 ‘섹션TV’ 측이 스스로를 한국 여행사라고 속인 채 목적과 신분을 밝히지 않고 불법적으로 취재를 했다고 주장했다. 직원 인터뷰 역시 허가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명 “장기간 깊게 취재할 만한 인력을 갖추지 못해 현지 교민에게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를 드렸다. 제작진은 비공개 취재를 부탁하지 않았는데 (교민이) 그렇게 촬영을 해왔다. 해당 내용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촬영됐는지는 제작진도 몰랐다.”

체크 “장기간 깊게 취재할 만한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취재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 제작진은 무슨 근거로 현지 교민의 취재가 정당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했나. 설령 현지 교민이 취재진으로서의 역량과 의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제작진이 그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취재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 제작진은 교민에게 취재를 부탁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한 충분한 고민을 한 것이 분명한가.

MBC라는 지상파 방송국, 그리고 ‘섹션TV’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권위는 리포팅 내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그래서 그만큼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제작진이 비공개 취재를 부탁하지 않았는데 교민이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은 흡사 책임을 교민에게 전가시키려는 행태처럼 보인다. 게다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촬영된 줄 몰랐다”라니, 직장에선 때로 모르는 게 잘못이다. 제작진은 그것도 모르나?

(사진=MBC '섹션TV 연예통신')

“현지에서 전달된 내용의 팩트를 체크하기 위함”→ 무슨 권리로?

사건 과잉 취재 논란이 점화된 뒤 제작진은 비난 여론을 맞닥뜨렸다. 당사자 모두,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들인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 제작진은 오는 7월 2일 방송분에서 해당 리포팅 2부 송출을 강행할 예정이며 보도 스탠스에 대해서는 회의를 거치고 있다.

해명 “(방송 강행이) 열애설을 집중 추적한다는 의도는 아니다. 현지에서 전달된 내용의 팩트를 체크하고 ‘섹션TV’에서 정리를 하자는 차원이다.”

체크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속 변혜영(이유리 분)의 대사로 체크를 대신한다. “국민의 알권리요? 국민의 알권리는 공적인 영역에 한해서인 것 모르시나?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고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되는 사안에 한한다.” 궁금하다. 송혜교와 송중기가 발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지 여부가,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져도 용인될 만큼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