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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리얼’ 김수현, 재능 탕진
입력 2017-06-27 18:04   

▲영화 ‘리얼’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시작부터 말이 많은 영화이긴 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인 알리바바 픽쳐스가 투자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관광 산업이 핵심인 파라다이스그룹(영화는 파라다이스그룹이 인천 영종도에 건립한 한류형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배경으로 촬영됐다)이 80억원 규모의 후원 및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리얼’은 김수현이라는 한류스타를 앞세운 하나의 거대 이벤트적인 프로젝트로 다가오는 느낌이 컸다.

촬영 도중 감독 교체도 있었다. 단순한 감독교체가 아니었다. 사령탑에 대신 앉은 이가 연출 경험이 없는 제작사 대표(이사랑). 게다가 그가 김수현의 이종사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말들이 또 오갔다. 그렇게 공개된 ‘리얼’은 혹시나 했던 우려들은 모두 껴안은, 오래 회자될 문제작이다.

영화는 카지노 시에스타를 오픈한 성공한 암흑가 보스 장태영(김수현) 앞에 그와 이름 뿐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사실 줄거리를 소개해서 ‘무엇하랴’ 싶기도 하다. 대략의 줄거리를 알아도 몰라도 ‘리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만약 영화가 품은 이야기를 모두 이해했다고 한다면 당신은 천재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구멍 난 플롯과, 개연성 잃은 전개 속에서 영화는 내내 비틀거린다.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답게 휘황찬란한 시각적 이미지는 확실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내내 흐르는 건 스타일이 아니라 겉멋이고 과시다. ‘리얼’은 결국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돈의 크기’가 아니라, ‘돈의 효율적 쓰임’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러 영화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결국 남는 건 김수현이다. 조우진의 말대로 “김수현의 김수현을 위한” 영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김수현 캐릭터를 제외한 인물 대다수가 납작하게 압축되거나, 갑작스럽게 퇴장하거나, 무개성으로 몰락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여성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악취미는 특히나 고약하다. 나름 고군분투한 김수현의 연기는 그래서 재능 탕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군대 가기 전에 한 작품 더 하고 싶다”는 김수현의 바람이 제발 성사되길 바란다. 군에 간 부재의 시간, 이 영화로 기억되는 건 그의 팬들에겐 고통일 수 있으니.

“이전에 본적 없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는 이사랑 감독의 말은 믿는다. 그러나 ‘예술적 태도’가 ‘예술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예술적 태도’는 자의에 의해서도 가능하나, ‘예술성’은 타의에 의한 인정이 있어야만 성립된다. ‘리얼’에 있는 건 예술적 태도이고, 없는 건 예술성이다. 아무리 “도전이었다” 외쳐봤자, 돌아올 말은 “이 무슨 괴이한 영화인가”라는 한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