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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7' 첫방②] 과도한 설정 속 김세정 연기는 살았다
입력 2017-07-18 10:41   

(사진=KBS2 ‘학교 2017’ 캡처)

세기말 인터넷 소설을 연상케 하는 지루한 삼각관계,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미스터리, 비현실적 설정 속에서도 주인공 김세정의 연기는 살았다.

지난 17일 KBS2 ‘학교 2017’이 첫 방송됐다. 앞서 진행된 ‘학교 2017’의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박진석PD는 김세정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것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김세정에 대한 KBS의 기대는 대단했고, 외부의 반응은 ‘글쎄’에 가까웠다.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아이돌 멤버가 덜컥 월화극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 고운 눈길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을 터다.

그러나 첫 방송에서 만난 김세정은 전교 꼴찌지만 해맑은 라은호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갖은 우려들을 불식시켰다. 특유의 상큼함이 교복과 만나 빛을 발했다. 짝사랑하는 선배 종근(강민혁 분) 앞에서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소녀의 모습이나 이사장 아들 현태운(김정현 분)에게 천연덕스럽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 등은 라은호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한 대목들이었다.

김세정이 예능에서 보여 준 털털한 이미지와 드라마 속 라은호가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캐릭터를 잘 만났다는 인상도 든다. 라은호라는 인물 자체에 입체성이 부족한 탓에, 아직은 능청스러움 밖에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리다가 선생님에게 노트를 뺏기고는 돌려 달라고 애원하는 부분은 라은호 이전에 김세정이 가여워지는 장면이었다. “학교 안에서 너희의 계급을 결정하는 것은 성적”이라며 “어리석거나 게으른 사람은 차별받고 불행하고 고통받을 것”이라 말하는 선생님 앞에서 갑자기 정의의 투사가 돼서 “살벌한 현실이지만 모두에게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피 토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라은호를 김세정은 그럭저럭 잘 견뎌냈다.

‘학교 2017’ 첫 방송, 김세정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김세정이 이 드라마와 캐릭터의 평면성을 딛고 살아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