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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태연이 불러온 ‘공항사진 보이콧’, 사생활 소비 막을까
입력 2017-08-18 15:03   

▲태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소녀시대의 공항사진을 촬영하거나 소비하지 않겠습니다.”

걸그룹 소녀시대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태연을 지키자”는 자성의 목소리는 이내 “보여주기로 합의된 것만 보겠다”는 약속으로, 다시 “아티스트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감정 노동 강요를 거부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태연이 올린 호소문이었다.

태연은 18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수많은 인파에 몰려 발이 엉키고 몸도 엉켜서 많이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실제로 바닥에 넘어진 채 벌벌 떨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모두들 다치지 않게 질서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흥미로운 것은 팬들의 반응이다. 비슷한 사태를 겪었던 많은 아이돌 팬덤이 소속사 측의 미흡한 경호 인력을 비난하는 수준에서 반응이 그쳤던 것과 달리, 소녀시대 팬들은 스스로 달라질 것을 약속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비공식’ 행사에서, 태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심지어 ‘만지고자’ 했던 스스로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하고 공항 사진을 촬영하거나 소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다짐은 “소녀시대 공항사진 보이콧”이라는 선언으로 SNS를 뜨겁게 달궜다.

보이콧의 규모는 실시간으로 커지고 있다. 외국인 팬들이 자국 언어로 보이콧 운동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각종 아이돌 팬덤에서 소녀시대 팬들의 보이콧 선언에 지지와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 저변에는 같은 고충을 겪었던 이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는 불안과 안타까움, 문제 의식이 있으리라.

이번 보이콧은 팬들이 혹은 대중이 연예인의 ‘인권’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연예인의 안전 문제에서 시작된 논의는 그들의 사생활과 감정 노동의 영역에 대한 재고로 확장됐다. ‘팬심’으로 포장돼 행해지던 사생활 침해와 ‘팬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강요된 감정 노동에 대해 팬덤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줍시다.” 짧고 간결한,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이 한 아이돌 멤버의 실제적인 피해 사례를 목도한 뒤에야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과연 태연이 쏘아 올린 이 공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연예인 사생활에 대한 오락적 소비를 멈추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보이콧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