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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영 칼럼] 홍상수 감독을 통해 알아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입력 2017-09-27 09:00   

(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한국 법제상 혼인을 해소하는 방법, 즉 이혼 방법은 당사자들의 합의로 진행하는 협의 이혼과 재판을 통해 이혼하는 재판상 이혼, 두 가지로 나뉜다.

마음이 맞아서 혼인했던 것처럼 헤어질 때도 마음이 맞으면 좋겠지만,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이혼 절차와 합의가 난항일 수 밖에 없다.

한사람은 이혼을 원하지만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경우, “이혼을 시켜 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후 재산 분할, 위자료, 친권, 양육권 등 수 많은 문제들이 산적하다. 이럴 때면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유책주의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귀책사유는 따지지 않고 객관적인 혼인파탄의 사실만 있으면 이혼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유책주의의 판례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등 혼인관계 파탄의 결정적 사유를 제공한 경우에는 아무리 그 자가 이혼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이혼이 인정되지 않는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한참 이슈가 되었던 홍상수 감독의 이혼청구가 이러하다. 공개적으로 배우 김민희와 사랑을 인정했기 때문에 부정행위라는 유책이 인정된다. 홍상수감독의 아내는 이혼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소송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때로 한국의 이혼법제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이 같이 살기 싫다고 하는데 법이 이혼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진정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서부터, “해당 혼인관계에 관하여 비디오를 찍듯 모든 장면을 살펴보지 않았는데, 과연 그 혼인관계의 유지, 해소여부, 파탄여부를 제출된 증거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당사자에게 혼인관계가 유지됨이 가혹함에도 이를 외면한 건 아닌지” 등 파탄주의 관점에서 문제 제기도 있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의 이혼청구를 거부하는 아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록 남편이 괘씸하지만,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분할에 있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전으로 모든 복잡하고도 억울한 심정이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또한 당사자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말이 될 수 있다.

본인은 유책주의자의 입장에서 이혼을 구하는 사건도 다수 진행했고, 그 배우자의 입장에서 기각을 구하는 사건도 맡아봤다. 변호사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이 안쓰럽게 여겨질 때도 있고 의뢰인의 사정이 딱해 법을 떠나 반드시 인용되기를 바란 경우도 있다.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엇이 옳은지 의견이 분분하고, 부부가 살아온만큼 다양한 사연과 시간들이 존재하는 만큼, 대법원 판례의 원칙과 예외가 각각의 사연에 탄력적으로 적용되어 부부와 자녀가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고, 새로운 인생의 막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