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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세종의 모든 순간
입력 2017-12-02 08:30   

▲양세종(사진=굳피플)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단언컨대 배우 양세종이다. 온정선으로 완벽히 분한 그는 부드러운 매력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인기의 중심에 섰다. 데뷔 2년차의 신예지만 다채로운 필모그래피와 주연배우로 발돋움한 그의 성장세는 가히 우러러봄직하다. 무엇이든 그 순간 자체에 집중하는, 그래서 더욱 솔직한 매력을 가진 양세종은, 단언컨대 볼수록 더 매력적인 사람이다.

Q. 쉴 새 없이 들어간 ‘사랑의 온도’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온정선은 잘 떠나보냈나요.
양세종:
전 작품인 ‘듀얼’을 마치자마자 ‘사랑의 온도’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촬영을 끝낸 뒤에는 모든 걸 다 털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왜냐면, 털어낼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온정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계속 생각이 나네요(웃음).

Q. 바쁜 일정의 연속이었지만 온정선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서 뿌듯할 것 같아요. 높아진 인기, 실감하나요?
양세종:
사실 실감을 잘 못해요. 밖으로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거든요(웃음).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부터 인터뷰 일정을 시작하기 전, 딱 4일 동안의 쉬는 날이 있었어요. 말 그대로 쉴까도 싶었지만 혼자 있으면 작품이 엄청나게 생각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4일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선배들, 회사 식구들, 작품 속 저를 예쁘게 만들어준 팀들도 만나고 먹을 것도 많이 먹었어요. 와인도 마시면서 4일을 보냈어요. 일단은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그 덕에 지금은 3kg이 찐 상태입니다. 하하.

Q. 올 초 ‘낭만닥터 김사부’로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말라보여요.
양세종:
사실 그때가 가장 체중이 적게 나갔을 때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이 더 갸름해 보이더라고요. 저는 그런 걸 안 믿었는데, 정말 카메라 마사지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봐도 ‘낭만닥터 김사부’의 도인범일 때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Q. 셰프 역할인 만큼 요리를 하는 장면이 정말 많았어요.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
양세종: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안 해먹어요(웃음).

▲양세종(사진=굳피플)

Q.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특히 굿스프 식구들과 함께 한 장면도 많았죠.
양세종:
맞아요. 심희섭 형은 정이 많아서 저희끼리 함께 하는 자리를 주도하곤 했어요. 희섭이형 주도 하에 굿스프 식구들끼리 단합할 겸 술자리를 가진 적도 있는데 저는 촬영이 있어서 가지 못한 적도 있어요. 막내였던 피오는 말도 재밌게 하고 구석에서 혼자 랩을 하기도 했어요. 분위기 메이커였죠(웃음). 그리고 굿스프 일원은 아니지만 김재욱 형도 잘 해주시고 정말 좋았어요.

Q. 극 중 온정선은 연애 감정부터 치정 싸움, 가정 내 불화로 인한 감정의 결핍 등 다양한 면을 보여야 했어요. 이로 인한 감정적인 피로가 있진 않았나요.
양세종:
그런 피로감이 있진 않았어요. 돌아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20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17회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 작품마다 집중을 하지만, ‘사랑의 온도’는 그만큼 집중을 많이 했어요.

Q. 시간의 흐름도 잊을 정도로 몰입했다면 온정선의 감정에도 어느 정도 교감을 거쳤을 것 같아요. 드라마 시작 전 간담회에서 “조금만 촬영했는데도 사랑을 해보고 싶어진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양세종:
중반부에는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요. 외로움을 느껴서라기보다는 연애 감정을 느끼고 싶었어요. 연기를 하면서 예전 연애하던 순간들과 그때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죠. 아, 이건 온전히 서현진 선배 덕분이에요. 옛날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한 연기가 아닌 현진 선배의 공이었죠. 현진 선배는 상대배우를 캐릭터로서 집중시켜주는 힘이 있거든요. 노력도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 현진 선배는 그런 부분을 타고난 것 같아요.

Q. 두 번째 호흡이다 보니 서현진과 더 잘 맞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양세종:
‘사랑의 온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낭만닥터 김사부’의 촬영을 마친 뒤 몇 개월 만에 뵀을 땐 어색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어색함이 전혀 없었죠.

▲양세종(사진=굳피플)

Q. 실제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요. 온정선처럼 저돌적인 편인가요, 아니면 신중을 기하는 편인가요?
양세종:
저는 정선이와는 조금 달라요. 정선이는 처음 본 사람에게 바로 ‘사귈래요’라고 물어보지만, 저는 그런 느낌을 받더라도 그 감정을 믿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만나서 티 타임도 갖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 해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오래 가져본 뒤, 이 감정이 진짜라고 느껴지는 확신이 오면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요. 아니면 ‘당신에게 마음은 가지만 경계심도 듭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해요.

Q. 경계심까지 언급하는 건 정말 솔직한 것 같은데요(웃음).
양세종:
저는,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치부까지 다 말해요. 꼭 연인이 아니어도 제가 좋아하는 스승님과 베스트 프렌드, 가족에게 모두 다요. 표현을 하는 편이거든요.

Q. 1년 만에 주연배우로 성장했어요.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양세종: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 같아요. ‘단지 저에게 주어진,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잘 해내자.’ 주어진 것을 잘 해내자는 신념 하나만으로 계속 해왔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그랬던 게 계속 이어져온 것 같아요.

Q. 중학생이라기엔 어른보다도 더 성숙한 마인드 같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양세종: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2년가량 하며 영화, 만화책, 소설 등 여러 가지를 꾸준히 봤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오늘 제게 주어진 본질을 생각하고 그걸 잘 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이 바탕이 돼서 지금도 ‘사랑의 온도’를 할 땐 3개월 동안 온정선으로 살겠다, ‘듀얼’을 할 땐 3~4개월 동안 이성준과 이성훈으로 살겠다고 생각하며 최대한으로 몰입할 수 있었죠.

▲양세종(사진=굳피플)

Q. 간담회 당시 온정선이 결핍있는 캐릭터라고 이야기하며 본인도 결핍이 있다고 언급했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느끼는 결핍이었나요?
양세종:
저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결핍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다 트라우마가 있고 폭발하는 지점과 ‘결여’가 있죠. 그걸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인 거예요. 그래서 저라는 인물도 결핍이 있어서 온정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도로 한 이야기였어요. 결핍이 있으니 그걸 인정하고 안고 가는 거죠. 해결하지 않고, 그냥 안고 가는.

Q. ‘무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양세종: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 때문에 다른 자극들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편이에요. 저에겐 그 생각이 가장 커요. 그래서 다른 것에 신경이 안 가는 거죠. 언제 죽을지 모르니 주어진 걸 행해야 하고, 주어진 것엔 본질이 있으니 오늘 하루 주어진 가장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부분에 집중하는 거죠. 그렇다보니 다른 자극이 비교적 크지는 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쉴 때는 쉬는 거에 집중하고 삼계탕을 먹을 땐 삼계탕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거죠.

오늘 이 인터뷰를 하면서도 저는 인터뷰에 집중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PT에 집중할 거예요. PT가 끝나면 깨끗이 샤워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 후엔 제가 좋아하는 걷기를 할 건데, 그때에는 또 걷는 데에 집중할 거고요. 단순해요. 그저 그 순간에 집중을 하는 거예요.

Q. 문득 든 생각인데, 그렇게 하면 잠은 언제 자나요(웃음).
양세종:
저는 원래 늦게 자는 편이에요. 그리고 동기가 해준 말 중 기억에 강하게 남은 말이 있는데, 잠은 죽어서도 평생 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대본 앞장에 ‘세종아, 죽어서도 잠은 평생 잔다.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자. 천천히, 조심히, 빠르게, 전력을 다해서 열심히 하자’고 항상 적어놔요.

▲양세종(사진=굳피플)

Q. 한 가지에만 꾸준히 집중하면 외로움을 느낄 여지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세종:
그런 건 있어요. 제가 작품을 할 때면 골방을 하나 구해서 거기에서만 지내거든요. 제가 맡은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서요. 한 번은 양세종과 극 중 인물을 분리해보자 싶었는데, 그렇게 한 날은 연기를 모두 망쳤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더 집중을 위해 혼자서만 지내요. 작품을 하는 동안은 부모님과 친구들의 연락도 모두 받지 않고, 작품이 끝난 뒤에 답을 보내죠.

그렇다보니 점점 연락 오는 분들이 정말 많이 줄었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나 양세종은 어디 갔지?’, ‘나 지금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게 계속 반복된다면 나는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Q. 일은 행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로써 불행해진다면 그건 그 자체로도 아이러니한데요.
양세종: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고등학교 때나 재수할 때 그리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저는 무일푼이었어요. 그렇게 살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저를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친구들과 형, 동생들이 주위에 가득했는데, 이 일을 시작한 뒤부터는 수입은 많아졌지만 대신 사람들이 없어요. 하지만 이건 제가 선택한 거긴 해요. 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신뢰가 쌓인 사람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저희 삶엔 더 많으니까, 결국에는 어쩔 수 없는 거죠. 연기자 생활을 할수록 이런 생각은 더 느껴질 것 같아요.

Q. ‘사랑의 온도’는 처음으로 양세종이라는 배우가 본격적인 로맨스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에요. 이 드라마, 양세종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양세종:
표현과 소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작품. 연기적인 걸 다 떠나서 인간 양세종으로서 표현과 소통에 대해 일깨워준 지점이에요. 친구나 부모, 연인처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그 사람을 관찰하고 그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Q. 사극과 메디컬, 복제인간을 다룬 장르물 그리고 로맨스. 필모그래피마다 특징이 도드라지는 작품들을 해왔어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고 싶다는 목표나 생각이 있나요.
양세종:
저는 계획이나 목표를 잘 세워두지 않는 편이에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오래 산다고 치더라도 전 세계에 있는 인물들을 모두 다 접해볼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니 저는 연기에 있어 절대로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해요. 주어진 것을 열심히, 잘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양세종(사진=굳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