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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 전인권은 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입력 2018-06-28 17:10   

▲사진=다산아이엔지(사진=다산아이엔지)

전인권은 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을까?

지난 24일 JTBC ‘히든 싱어 5’가 전인권 편으로 꾸며진 후 그에 대한 관심이 폭등하고 있다.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뮤지션인 것은 틀림없지만 음악인으로선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스타로선 무책임하거나 혹은 부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비난의 경계에서 부유했던 건 사실이다.

먼저 그의 가장 최근 히트곡 ‘걱정 말아요 그대’(2004)의 1971년 독일 록그룹 블랙 푀스가 발표한 ‘드링크 도후 아이네 멧’에 대한 저작권 침해, 즉 표절 논란이다. 이에 대해 그는 “표절은 안 했는데 비슷하긴 하네”라며 독일에 가서 해당 작곡가를 직접 만나겠다고 했지만 후속 내용이 없다.

법은 노래 저작물의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저작권 침해라고 규정한다. 분량에 상관없이 멜로디 화음 리듬 등 곡의 전체적인 형식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원작곡자가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해 끈질긴 법정 투쟁을 이어나가야 표절 판정을 받아낼 수 있지만 그럴 사람은 많지 않다.

여론은 표절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그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데 대한 ‘미운털’로 해석하는 골수팬들도 있다. 결국 ‘용의자’의 양심과 용기만이 표절이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평생 멍에가 되고 수입에 직결되는 일에 양심은 용기와 거리를 두기 마련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뒤늦게 들국화 3집(1995)에 수록된 ‘우리’가 1984년 발표된 CCM ‘I just want to praise you’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에 “‘걱정 말아요 그대’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김경호가 전인권 팬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해프닝이 발생한 바 있다.

전인권에게 한동안 마약은 꼬리표였다. 1987년 10월 허성욱 등과 함께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마약과 관련해 4번이나 구속됐다. 하지만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한 아내의 신고로 요양원에 강제 수용됐다 2011년 아내가 데리고 나와 재결합한 뒤 완전히 마약을 끊었다고 한다.

그는 방송에서 “마약에서 손을 완전히 떼고 가족들의 사랑을 먹으며 살고 있고 건강을 위해 금주와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큰 위기는 2005년 이은주 사망 당시 한 인터뷰에서 “이은주와 나는 레옹과 마틸다 같은 사이였다”라며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때 찾아왔다.

고인의 한 지인은 “전인권 씨는 이은주에게 하루에 20여 차례씩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새벽에 전화를 받지 않으면 폭언을 녹음하는 등 스토커 수준의 행동을 일삼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전인권은 “이은주를 위한 노래를 부르겠다"라며 상황 파악을 못하는 바람에 데뷔 이후 가장 밉보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으로서의 값어치가 엄청나다는 것은 인정돼야 할 것이다. 수많은 후배들의 존경심 표현이 ‘연예인으로서의 생존의 방식’이라고 폄훼할지라도 그가 발표한 주옥같은 노래와,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생태계의 광합성에 공헌한 서광 등은 만만치 않다.

배보다는 목의 발성과 두성을 적절히 믹스한 유니크한 벨팅의 고음을 내는 창법은 단연 빛난다. 전성기 그는 고 김현식과 고음대결을 벌여 이겼다는 일화를 남겼을 정도다. 클래식이나 뮤지컬의 잘 정제된 창법과는 확연히 다르고, 록의 샤우팅 창법과도 차별화되는 그만의 개성은 여전히 전설로 남는다.

무엇보다 포크를 접목한 한국적 록 음악의 안정된 기반을 마련하는 초석이 됐다는 점, 콘서트 문화의 활성화에 견인차가 됐다는 점 등은 대중문화계에서 큰 상은 아니어도 큰상 정도는 하사해야 마땅할 정도다. 들국화는 1980년대 중후반 장기 공연을 펼쳐 공연문화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했다.

이는 또한 헤비메탈 밴드의 중흥에 큰 영향을 끼쳤고, 결국 한국 시장에선 그리 크게 환영받지 못하던 록과 밴드 형태의 뮤지션이란 발전적인 흐름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전까진 포크 성향의 싱어 송 라이터 아니면 전적으로 작곡자에게 기대는 솔로나 중창단 형태가 주류였다.

전인권의 히트곡 중 미국 어덜트 컨템퍼러리 가수 알 스튜어트의 ‘The Palace of Versailles’의 번안곡 ‘사랑한 후에’를 빼면 섭섭하다. 원곡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재창조할 수 있었던 건 예전에 레드 제플린이나 스틱스 등의 커버 버전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경력이 큰 도움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토록 음악적으로 뛰어나지만 연예인으로서의 ‘포장’ 능력은 미비하고,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지만 막상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포용력보다는 에고가 강했기에 자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건 아닐까? 표절은 명백한 의도를 갖고 저지르기도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긴 하다.

평소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특정 멜로디나 편곡이 잠재의식 속에 깊게 남을 수 있고, 곡을 만들다 보면 무의식중에 그 일부가 악보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다. 문제는 그걸 스스로 인정하고 대중에게 양심적 선언을 하는 것과 끝까지 그걸 부정하는 차이일 것이다.

유명 뮤지션 중 다수가 표절 논란에 올랐지만 멀쩡하게 활동 중이다. 이제는 대중에게서 문제를 찾을 필요도 있다. 표절 의혹이 있건 말건 대중이 해당 곡을 구매하고 애창한다면 창작자나 가수는 문제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대중의 여론만이 저작권법의 보다 더 촘촘한 그물을 만들 수 있다.

이전의 논란에 대해 전인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의 ‘가족과 음악만 생각한다’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미 변화했을 것이다. 예전과 달리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믿음은 간다. 그렇게 연예인으로 살기로 결심했다면 대중 앞에서 고개를 세우기보단 조아릴 줄 알아야 한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