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①] ‘내안의 그놈’ 진영 “어려운 것 해봐야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력 2019-01-10 13:52   

(사진=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이제는 ‘배우’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드라마 ‘우와한 녀’ ‘칠전팔기 구해라’ ‘맨도롱 또똣’ ‘구르미 그린 달빛’,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조연으로 차근차근 성장해오던 가수 겸 배우 진영이 당당하게 영화 단독 주연으로 나섰다.

처음으로 진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내안의 그놈’은 우연한 사고로 40대 아재와 고딩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진영과 박성웅은 각각 고등학생 동현과 40대 아저씨 판수 역을 맡아, 초반 몸이 바뀐 후부터 서로를 연기한다.

베테랑 배우도 어려워하는 1인 2역, 특히 극중 아버지뻘인 판수와 몸이 바뀐 탓에 진영은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연기로 소화했다. 극중 동갑 친구인 배우 이수민에게는 부성애를 표현하고, 자신보다 실제 16세 많은 배우 라미란과는 로맨스를 연기한다.

예상치 못한 관계들이나 밑도 끝도 없는 상황 설정과 대사들이 ‘내안의 그놈’의 웃음 포인트인 가운데, 단독 주연을 맡은 진영의 활약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50회차 중 45회차 분량을 촬영한 진영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을 버리고 오롯이 ‘내안의 그놈’의 동현이 됐다.

말투나 행동 모두 평소 진영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외모 역시 진영이라고 떠올리기 어렵다. 중반까지 특수분장을 통해 100kg에 육박하는 무거운 몸으로 연기하는 진영에게 ‘내안의 그놈’은 분명 그의 연기 인생의 분기점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하 진영과 일문일답이다>

Q. 일반 시사뿐만 아니라 기자 시사까지 영화에 대한 반응이 정말 좋다. 기분이 어떤가?

A. 다들 재미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기분이 정말 좋다. 최근에 몰래 일반 시사 때 구경 간 적이 있는데, 다들 많이 웃으시더라. 뿌듯했던 거 같다. 많이 웃으셔서 너무 좋았다.

Q. 일반 시사회는 왜 몰래 다녀왔나? 평소 호기심이 많은 편인가?

A. 내가 궁금증이 많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미리 반응을 보고 싶었다.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볼 때와 일반 관객들이 볼 때의 반응이 다르지 않겠나. 리얼 반응을 보려고 했다. 평소에도 내 기사는 다 찾아보고, 리뷰도 다 본다.(웃음)

Q. 주위 반응도 좋을 것 같다.

A.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다들 좋다고 하시더라. 솔직히 코미디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신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웃음인데, 그 포인트를 많이 가져갔다는 것을 높게 사주시더라.

(사진=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Q. 첫 단독 주연이다. 어떤 마음으로 개봉을 맞이하고 있나?

A. 정말 감격스럽다. 다들 잘 모르시겠지만 나는 시작이 연기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정말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학원도 다니고, 주말마다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보조출연이나 단역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당시에 대사 하나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끝까지 대사가 없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대사 하나씩 얻게 되었고, 이번에 운 좋게 단독 주연까지 하게 되었다. 대사 하나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이제 주연으로서 이끌어가는 게 감격스럽다. 행복하다.

Q. 반응이 좋지만 흥행 부담감은 있을 것이다. 최종 관객수는 어느 정도 예상하나?

A. 내 바람은 100만 관객이다. 나 같은 경우엔 이 영화가 첫 주연이기 때문에 100만 명이 봤다고 하면 정말 신기할 거 같다. 더 잘되면 좋겠지만 말이다.(웃음) 사실 우리 영화가 대작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개봉 했을 때 관객들이 보시고 ‘웃기다’는 입소문이 났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로 인해 코미디 장르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Q. 동현 캐릭터를 위해 소화해야할 부분이 많았다. 단독 주연에다 1인 2역인 탓에 분량도 많았다. 힘들 것을 알면서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시나리오 선택할 때부터 부담감이 많았다. 우선 부딪쳐보자 싶었다. ‘바디 체인지’ 소재는 베테랑 연기자들도 잘 안 하려고 한다는데 나는 오히려 잘 모르니까 도전하게 된 것 같다. ‘나도 이런 걸 해보면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려운 걸 해봐야지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너무 어려워서 후회할 때도 있었다.(웃음) 하지만 돌이켜보면 많은 것을 배웠다.

Q.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나?

A. 솔직히 다 어려웠다. 바디 체인지도 어려운데, 딸 이수민과의 상황, 라미란 선배님과의 로맨스, 부하로 나오는 이준혁 선배님과의 상황 모두 영역이 완전히 달라서 힘들었다. 심지어 내가 겪어본 적도 없는 감정들이었지 않나. 전체적으로 다 어려웠다.

Q. 보통 배우들이 분장을 해도 알아보기 어렵지 않은데, 동현은 정말 누군지 모르겠더라. 처음 동현의 특수분장은 어떻게 디자인 잡았나? 처음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나?

A. 중간까지 동현이 난 줄 모른다는 사람도 있었다. 포스터만 보고 들어오신 분들이 ‘진영이는 언제 나온대?’라고 물어보시기도 한다더라.(웃음) 사실 초반엔 더 심하게 분장 했었다. 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사이즈를 많이 줄인 거다. 처음 딱 봤을 때 나름 귀엽다고 생각했다.(웃음) 정말 나 같지가 않아서 세상 많이 좋아졌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에 셀카도 많이 찍었다.

Q. 그렇게 어려웠던 특수분장이 촬영분의 절반이나 된다. 많이 힘들었겠지만, 좋았던 점은 없나?

A. 분장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첫 신이 7시면 2시에 일어나서 3시에 분장해야 한다. 그래도 겨울에 하니까 따뜻하더라. 온몸을 다 감싸고 있으니까. 25회차 끝나고 나서는 이제 분장을 안 해도 됐는데 되게 홀가분했다. 그런데 확실히 추워져서 분장이 그립기까지 하더라. 그리고 몸이 무거우니까 땀을 많이 흘려서 살이 빠지더라. 후반부 탈의신이 있어서 따로 운동을 해야 했는데 도움이 됐다.

(사진=TCO더콘텐츠온-메리크리스마스)

Q. 동현 캐릭터는 ‘아싸’(아웃사이더)에서 ‘인싸’(아웃사이더의 반대말)가 된다. 두 연기 중 뭐가 더 어려웠나?

A. 인싸 연기가 더 어려웠다. 더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 바뀌기 전엔 일반 학생인데, 내가 이미 겪어본 나이대라 덜 어려웠다. 바뀐 후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40대가 되어야 했다. 심지어 그냥 여유 있는 게 아니라 ‘아저씨의 여유’를 보여줘야 했다.

Q. 40대 아저씨 역할도 제대로 소화했다. 여유로움이 어디서 나오나?

A. 원래 성격은 아니다. 박성웅 선배님의 평소 모습과 연기 모습을 많이 관찰했다. 그때 나이의 여유로움이 있으시더라. 능청이 아니라 여유로움이다. 농담을 해도 여유롭다. 천천히 걷고 말도 느리다. 평소 내가 말이 빠른 편이라 실제 말도 천천히 하고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Q. 도전적인 영화인 만큼 배운 점이 많았겠다.

A. 여유에 대해서도, 연기적인 것도 배웠다. 특히 상대방의 리액션 받아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한으로 어려운 것을 해보니까 다른 것들이 조금 덜 어렵게 다가오는 것도 같다.

Q.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약 10년이 됐다. 학생 연기는 이수민이 도와줬다고 하던데.

A. 맞다.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요즘 용어라고 생각한 건 실제 요즘 용어가 아니었다.(웃음) 수민이가 실제 쓰는 용어들을 알려줬다. 우리 팀 중에서 ‘인싸’ ‘아싸’ 개념을 아는 사람은 수민이 말고 없었을 거다.(웃음)

Q. 이 작품이 흥행한다면 학원물의 부활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안의 그놈’이 가진 매력을 더 소개해 보자면?

A. 생각보다 가벼워보이는데 교훈이 많다. ‘학교 폭력’ ‘부성애’라는 큰 메시지가 있다. 판수는 부성애가 없던 사람이라 딸에게 어떻게 잘 해줘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동현의 아버지로 나오는 김광규 선배님이 굉장히 헌신적인 아버지로 나오는데, 거기서 부성애를 느끼면서 아빠 수업을 받는 거다.

Q. 학원물, 사극 등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A. 전쟁 영화를 하고 싶다. 극한으로 감정이 치닫고 몸도 많이 써야 하는 작품이 좋을 것 같다.

Q. 가수로서 진영의 색은 확실했다. 배우로서 앞으로의 진영의 모습은 어떨까?

A. 연기로서 어떤 색깔의 배우가 될 거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다. 갑자기 색깔이 확 바뀔 수도 있다. 우선 어떤 역할을 해도 잘 흡수되는 배우가 되는 게 맞는 거 같다. 다만 이 부분은 당연한 것이고, 요새는 ‘호감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를 떠나서 호감인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나를 딱 봤을 때 ‘괜찮은 애다’라고 불릴 수 있도록 살고 싶다.

Q. 호감인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A. 나도 아직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게 먼저인 거 같다. 그래야지 나도 스트레스 안 받고 상대방도 안 받는다. 내가 부정적이면 상대방도 스트레스 받는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