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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X웨이브 리뷰] '웨이코' 86명 사망 대참사, 광신도의 발악인가 공권력의 폭력인가
입력 2021-01-07 11:41   

▲'웨이코'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네트워크)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등 기존 미디어들이 제작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수의 해외 드라마들까지 안방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콘텐츠 대홍수 속에서 좋은 콘텐츠의 정보를 미리 접하는 건 필수가 됐다.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다. 놓치기 아쉬운 고퀄리티 콘텐츠들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편집자 주]

'웨이코 참사'를 검색해 본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다윗교 신도들의 집단 사망. 마치 1987년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을 뉴스에서 접했던 것처럼 공포감이 들었다.

1993년 4월,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WACO) 시 인근 목장 건물에서 거대한 화염이 피어올랐다. 이 건물은 신흥종교 집단 '다윗교' 공동체를 위한 그들만의 왕국이다. 폭발과 화재 속에 다윗교 교주를 비롯한 신도 76명이 사망했다. 많은 여성과 아이들, 노인, 갓난아기까지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웨이코'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네트워크)

이 끔찍한 사건은 '웨이코 포위전(Waco siege)'이라 불리며 아직까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사건 후 미국 정부는 참사 원인을 신도들의 방화로 발표했다. 하지만 진압 과정에서 대량으로 쓰인 최루가스가 폭발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종말론 광신도의 발악'으로 여겨진 사건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으로도 해석되기 시작했다.

다윗교는 불법 총기 매매 등 혐의로 ATF(주류ㆍ담배ㆍ화기ㆍ폭발물 단속국)의 타깃이 됐다. ATF의 급습으로 총격전이 벌어져 다윗교도 6명과 단속요원 4명이 사망한다.

ATF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젠 FBI(연방수사국)가 개입한다. 하지만 다윗교 신도들은 51일에 걸쳐 농성을 이어갔다. 지속적인 협상으로 일부 신도들이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장기 대치에 FBI는 결국 인내심을 버리고 강경 진압에 나섰다. 그렇게 참극으로 끝이 난다.

이 드라마는 2018년 초 파라마운트 네트워크에서 초연했다. 시대 배경(1993년)과 텍사스의 황량한 사막이 전체적으로 빛바랜 풍경 사진의 느낌을 준다. 몸을 숨길 수풀도 없는 덩그러니 놓인 건물 하나가 영상의 주된 배경이다. 단조로운 구조 속에서도 긴박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든다.

▲'웨이코'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네트워크)

◆ 다윗파, 해체된 그들의 낙원

다윗파 지도자인 데이비드 코레쉬(테일러 키치)는 사이비 교주라는 점을 빼면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성경에 대한 완벽한 독해력과 설득력으로 무장한 화술로 무력 없이 신도들을 지배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설교시간 외의 일상은 매우 따뜻한 인물로 그려진다.

다만, 그는 남성 신도들의 성관계를 금지하고, 본인만이 신의 계시에 따라 신도들과 관계를 갖는다. 심지어 14살 미성년자와 남편이 있는 부인도 자신의 아이를 임신케 한다.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 교리임에도 신도들은 전적으로 그를 신뢰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간다. 코레시의 말을 듣다 보면 사람들은 어느새 그에게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신도 중에는 성경공부 중 코레시와 토론하다 그에게 매료되어 다윗교에 가담한 신학과 교수도 있다. 오죽하면 ATF 요원 제이콥(존 레귀자모)도 정찰하던 중 코레쉬와의 몇 차례 대화에서 마음이 흔들릴 정도다.

밖에서 보기엔 사이비 집단이지만, 다윗교는 그들만의 낙원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실제로는 어땠을지 모르나 드라마 내용상으로 다윗교는 내부 폭력이 없고,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래서 다윗교의 부적절한 교리에도 불구하고, 신도 대부분 희생당한 웨이코 참사는 큰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대치 과정에서 그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웨이코'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네트워크)

◆ 수사도 쇼다? 참사 부른 진압 작전의 비밀

진압 작전을 시작한 ATF는 이전 작전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다윗파를 지목한다. 많은 진압인력과 화기, 잠입 요원과 홍보팀까지 배치한다. 멋지게 작전을 성공시켜 조직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기획이었다.

생각보다 극렬한 저항에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 ATF는 물러서고 FBI가 수습에 나선다. FBI는 작전 총 지휘자와 함께 수석 협상요원 게리(마이클 섀넌)와 진압 책임자 미치(셰이 위검)를 파견한다.

▲'웨이코'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네트워크)

결국 다윗교와 FBI의 대치, 온건파 게리와 강경파 미치의 갈등, 일부 투항하고 싶은 신도들로 인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다윗교의 모습 등 복합적인 갈등구조가 형성된다. 협상 전문가 게리는 코레쉬와의 협상으로 일부 신도들을 빼내는데 성공하지만, 대치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며 점차 입지를 잃고 결국 작전 현장에서 쫓겨난다.

FBI는 건물에 최루가스를 투입하며 신도들의 투항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웨이코 대참사'라는 흑역사를 만들어 낸다.

▲'웨이코' 스틸컷(사진=파라마운트네트워크)

◆ 테일러 키치와 마이클 섀넌

코레쉬를 연기한 테일러 키치는 캐나다 출생(1981년생) 배우다. 폭스에서 주관하는 '초이스 어워드 섹시스타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특히 교주를 연기하는 그의 대사를 듣다 보면 묘한 끌림이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코레쉬와 막판까지 협상을 벌이며 두뇌 싸움을 주도한 마이클 섀넌(게리역)은 고담어워즈, 새트라이트어워즈, 팜스크링 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 이력을 보유한 뼈 굵은 연기자다.

그가 연기한 게리는 코레쉬와 함께 극을 이끈다. 수석 협상 요원답게 무력충돌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는다. 심리전에도 능해서 성전을 선포하는 코레쉬에 반해 공동체의 안위를 걱정하는 신도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극단적 상황을 풀어가고자 고뇌하고, 행동하는 그의 연기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김용배'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