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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머드맥스’ 뜨거운 하루 살아가는 어르신들(다큐멘터리 3일)
입력 2021-10-17 22:45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이 서산 ‘머드맥스’ 오지리를 찾아간다.

17일 방송되는 KBS1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서산 오지리에서 치열하고 뜨거운 하루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만나본다.

영상 공개 약 한 달 만에 3,0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한국관광공사의 서산 소개 영상 ‘머드맥스’. 경운기를 타고 갯벌을 달리는 어르신들의 형형한 눈빛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호미 하나로 서산의 갯벌을 평정한 그들을 만나러 간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갯벌은 지금 전쟁터

이른 아침, 오지리 앞 갯벌엔 약 20대의 경운기가 줄지어 서 있다. 호미와 갈퀴를 들고, 그물망을 허리에 묶은 채 출동한 오지리 사람들. 대기 중엔 서로 근황을 나누며 해맑게 웃더니, 갯벌에 들어가니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들의 목표는 바지락 50kg. 물이 차오르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작업 시간은 2~3시간이 전부. 짧은 작업 시간 탓에 갯벌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한 달에 약 10일, 호미 하나를 들고 갯벌에 들어가면 하루에 10만 원은 받는다. 정년퇴임도 없이 노력한 만큼 돈을 받아 가는 곳, 그래서 오지리 주민들에게 가로림만 갯벌은 주인 없는 예금통장이자 든든한 노후대책이다.

◆물 건너온 새내기

오지리 주민들은 대부분이 갯벌과 함께한 지 50년은 훌쩍 넘은 베테랑들이다. 그 사이에서 어설픈 호미질 중인 새내기가 있다. 미국에서 왔다는 이명숙(67) 씨다. 바다가 좋다는 이유로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왔다는 그녀는 올 해초 생에 처음으로 바지락을 캐봤단다. 새내기의 요령 없는 호미질에 바지락은 쉽게 잡혀주지 않는다. 바지락을 쓸어 담는 주위 선수들과 달리 그녀의 호미질에는 펄만이 가득하다. 김종선(66) 씨는 곁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누군가는 다 채우지 못한 그녀의 그물망에 자신의 남은 바지락을 넣어주기도 한다. 바지락이 넘치는 갯벌과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3일'(사진제공=KBS 2TV)
◆가로림만의 수호신

오지1리 이장 지윤근 씨는 오늘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반가운 손님, 물범을 만나기 위해서다. 약 10년 전, 이곳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설치 여부로 시끄러웠다. 그때 조력발전소가 취소되고, 오늘날 살아있는 갯벌을 만날 수 있는 게 바로 점박이물범 덕이란다.

이후로 물범을 ‘물범 님’이라고 부르며, 언제나 물범의 행동에 귀 기울이는 지윤근 씨. 공공연한 마을의 물범 할아버지다. 조력발전소 문제는 완전히 끝이 났지만, 그때 이후로 물범과 사랑에 빠진 지윤근 씨. 바닷일이 없는 날에도 그의 물범을 향한 항해는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