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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의 온 더 스테이지] 뮤지컬 '레미제라블',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잶발장'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입력 2024-01-01 13:00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주)레미제라블코리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손 꼽히는 '레미제라블'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무대 위에 올린 작품으로, 파리 초연 후 영국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의 손을 거쳤다.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 '레미제라블'은 1980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최장기간 공연된 뮤지컬이다. 또 토니상, 그래미상 등 세계 주요 뮤지컬 상을 휩쓴 저력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선 2013년 첫 라이센스 공연 이후 2015년 재연을 거쳐, 오랜 기다림 끝에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초연 이후 10주년 공연으로 '레미제라블'에 대한 뮤지컬 팬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장발장, 그를 쫓는 자베르 경감, 가난 속에서 딸 코제트를 키우는 판틴, 프랑스 혁명을 꿈꾸는 마리우스가 '레미제라블'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공연은 "김문정 음악 감독과 함께 오늘의 공연이 시작된다"라는 안내 멘트로 막을 올린다. '김문정'이라는 세 글자가 가지는 무게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주)레미제라블코리아)

김문정 음악 감독의 연주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모두 함께 1830년대 프랑스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김문정 음악 감독은 공연 내내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중심을 지켰다.

'레미제라블'은 부산에서 공연을 이미 마치고, 서울에서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레미제라블'은 러닝타임 내내 굉장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 전체가 송스루(song-through)로 진행돼 대사 없이 노래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스토리는 그 어떤 작품보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지난달 관람한 '레미제라블'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사랑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대작이 가지는 강점들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역사 속으로 뛰어들어간 듯한 배우들의 열연은 '레미제라블'을 더욱더 인상 깊게 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시즌 처음 '레미제라블'에 합류한 최재림은 장발장의 삶을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그의 깊은 내면 연기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인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장발장의 모습을 통해 최재림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객석으로 강하게 전달한다. '잶발장'만의 독보적인 성량과 가창력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레미제라블'의 서사를 완성시킨다.

자베르 경감 역의 카이 역시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냉소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더했다.

최재림, 카이 모두 지난 시즌의 장발장, 자베르 경감에 비해 다소 젊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두 사람은 완벽한 연기와 넘버 소화력으로 이러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판틴 역할의 조정은과 코제트 역할의 류인아, 에포닌 역할의 루미나의 연기 역시 '레미제라블'을 빛나게 했다. 특히 앙상블의 열연은 그 어느 작품보다 인상 깊은 모습을 선보였다. 앙상블과 함께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웅장함이 전해졌고, 그 여운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됐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주)레미제라블코리아)

역대급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레미제라블' 서울 공연의 옥에 티는 어두운 조명과 아쉬운 음향이다. 몇몇 넘버에서는 가사가 객석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또 '레미제라블'은 다른 뮤지컬 공연들에 비해 비교적 어두운 조명을 사용하는데, 극의 스토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연출이었겠다고 이해가 되면서도,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을 보는 걸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뛰어넘은 위대한 명작으로 평가받는 '레미제라블'은 클래식한 뮤지컬의 정수를 선보인다.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작품이 선사하는 감동과 완벽한 연출, 무엇보다 긴 서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익숙한 넘버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공연은 오는 3월 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