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동네한바퀴' 경기도 광주 (사진제공=KBS 1TV)

28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288번째 여정은 경기도 광주에서 청정 자연을 양분 삼아 다양한 사람들이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러 떠난다.

◆수도권의 젖줄 팔당호 따라 걷는 길

팔당호는 1973년 남한강과 북한강, 경안천 세 물길이 모이는 합류부에 팔당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수도권 사람들의 식수와 상수원을 담당하며 호수 주변으로 빼어난 주변 경관은 뭇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사계마다 계절의 색이 흠뻑 물든 팔당호를 끌어안고 걷는 팔당호반둘레길과 광주 남종면과 양평을 잇던 수청나루의 풍경 또한 광주의 호반을 느끼기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한강의 푸른 물이 여울져 있다는 뜻인 수청리 나루터의 수령 300년 이상의 느티나무를 만나 광주시민을 지켜온 오랜 세월을 눈에 담아본다.

▲'동네한바퀴' 경기도 광주 (사진제공=KBS 1TV)

능평동의 주택가 사이 작은 공방에는 큰 꿈을 품고 한복을 짓는 두 여성이 있다. 누군가는 전통을 이어야 한다고, 기꺼이 집에서 나와 바늘을 잡은 3남매의 어머니들이다.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 단절된 이영림, 오연옥 씨는 3남매를 키운다는 공통점과 한복에 대한 열의로 11살 나이 차를 극복하며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인형 한복부터 생활 한복까지,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복을 재해석하며 기발한 한복 소품들에 도전. 코로나19 팬데믹에 만든 페이스 베일과 시스루 홑버선, 도포 코트 등 참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한복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감각적인 한복을 만들고 있는 오늘날의 한복과 슈퍼우먼들을 만나본다.

◆이민 1세대의 인생 음식, 멕시칸 타코집

퇴촌면 한적한 거리에 한옥을 멕시코 소품들로 꾸민 이색 타코 전문점이 있다. 1976년 아버지를 따라 LA로 떠난 이민 1세대 문로스코 씨가 5년 전 차린 곳이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타코까지 손수 만들며 타코는 로스코 씨의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소울푸드가 되었다. 타코 가게를 여는 게 마지막 꿈이었던 로스코 씨는 결국 10년 전 고향 한국으로 돌아와 꿈을 펼쳤다. 그 열정이 타코에 녹아있어서일까? 평생 농사만 짓던 동네 어르신부터 멀리 타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가게를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멕시코 여행의 느낌을 선물하고 싶다는 로스코 씨의 타코로 멕시코 여행을 떠나본다.

▲'동네한바퀴' 경기도 광주 (사진제공=KBS 1TV)

마을에 재해가 생길 때마다 거북이가 나와 점쳐줬다는 오래된 전설을 품은 거먹골 마을에 귀촌 목수의 목공방이 있다. 15년간 패션계에서 일했던 이진호 씨는 2003년 퇴촌으로 귀촌.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운 목공의 매력에 푹 빠진 후 목수로 전업했다. 패션계에서 오래 일했던 만큼 예민한 예술적 감각을 살려 시그니처 의자들을 만들고 다양한 가구들을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진호 씨의 가구가 특별한 건 고객 맞춤형 가구를 만들고 있다는 것. 구매자의 공간, 사연, 직업, 노래 취향까지 고려해 만든다는 맞춤 가구는 모두 못과 접착제 없이 짜맞춤 가구로 만들어진다. 오로지 미세한 신경으로 톱과 끌로 만들어 견고하게 짜맞춘 가구들이 오랜 시간 고객들의 반려 가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목수의 진심을 만난다.

◆토마토의 변신은 끝이 없다! 토마토 요리 전문점

팔당호를 품고 있는 광주 퇴촌은 1970년대부터 개발 제한과 상수원 보호를 위해 화학 농약 사용이 금지되었다. 때문에 인공수정이 아닌 벌을 이용한 자연수정을 통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팔당호 앞에는 이 명품 토마토를 더 맛있고 건강하게 만드는 토마토 요리 전문점이 있다. 수분이 많은 토마토로 밥을 짓고 칼국수, 묵사발까지 만든다. 요리의 응용과 기술이 남다른 김응요 씨는 원래 20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개발자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 PC의 개발로 인해 미래 비전이 없다고 판단, 불혹의 나이에 요리로 인생의 변화구를 던졌다. 그의 곁에서 항상 응원하고 돕는 아내와 함께 만드는 탐스럽고 달큼한 토마토 요리 한 상을 맛본다.

◆1,000여 가지의 미소를 만난 얼굴박물관

광주 남종면에는 천여 점의 얼굴을 모은 세계 유일 얼굴박물관이 있다. 모두 개인이 모은 작품으로 해방 후 1세대 연극 연출가인 김정옥 관장이 40년 넘게 모아 2004년 개관한 박물관이다. 마당에 들어서면서부터 문ㆍ무관석, 동자석, 장승 등 다양한 석인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배우들의 얼굴부터 목각, 도자, 탈, 꼭두 등의 다양한 얼굴도 관람할 수 있다. 김정옥 관장이 일부러 미소를 띠는 얼굴들로 모았다는 수집품들은 한평생을 원로 연극 연출가로 살아온 메시지가 담겨있다. 얼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미소를 짓는 순간이기에 짧은 인생, 언제나 미소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김정옥 관장의 얼굴을 만나본다.

▲'동네한바퀴' 경기도 광주 (사진제공=KBS 1TV)

곤지암 노곡천변 옆 한옥 마당에는 100여 개의 발효 장독대가 있다. 된장, 간장, 효소, 식초 등 발효에 푹 빠져 10년 넘게 발효를 공부 중인 김진필 씨의 보물단지다. 24년 전 피자집으로 요식업을 시작한 진필 씨는 피자 사업 흥행을 끝으로 시작한 사업마다 실패, 인생의 내리막을 걸었다는데. 마지막 도전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동네에 버려진 한옥이었던 폐허의 풀 한 포기, 돌담에 돌 하나하나까지 직접 가꾸어 지금의 모습으로 일구어냈다. 정성으로 일군 한옥에서 15년 요식업의 내공을 발휘해 장을 이용한 한정식과 식초와 효소를 이용해 만든 미국식 바비큐 등 색다른 메뉴를 시작했다고. 컴컴한 항아리 속에서 시간이 지나야만 완성되는 장맛처럼 캄캄한 실패의 터널을 지나 웅숭깊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의 발효 밥상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