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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썰] ‘미운우리새끼’ 육소영 강승희 작가, 세대차를 웃음으로 끌어내다
입력 2017-02-14 08:04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사진=SBS)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 · 문화 이야기.

근래에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SBS ‘미운우리새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동엽 서장훈 등 MC들과 김건모 박수홍 허지웅 토니안 등의 어머니들의 만담이 독자적인 재미를 형성하고 있다. 아들들의 ‘기행’을 볼 때마다 나오는 어머니들의 순도 100% 진심 어린 리액션은 웃음은 물론 은근한 공감마저 불러온다.

이 때문일까. ‘미운우리새끼’는 금요일 오후 11시 20분이라는 다소 늦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24회는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 15.0%를 돌파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0%대 가까이 치솟는 저력을 과시했다.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운우리새끼’. 출연진은 물론이고 PD, 스태프, 작가까지 수많은 이들의 시너지가 똘똘 뭉쳐 프로그램의 개성을 살리고 있다. 그 중에서 육소영·강승희 작가는 빼놓을 수 없는 ‘미우새’(미운우리새끼) 팀의 일등공신이다. ‘2016 SBS 연예대상’에서 수상의 기쁨을 안은 육소영 작가를 필두로 ‘미우새’ 팀은 더 재미난 방송을 위해 매순간을 달리고 있다. 육소영·강승희 작가와 만나 ‘미운우리새끼’의 숨어있는 ‘1인치’를 엿봤다.

Q. 정규 편성되고 시청률 1위를 쭉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대박날 거라고 예상했나.
육소영 작가(이하 육소영):
처음에 기획할 때 곽승영 PD, 후배 강승희 작가와 셋이서 회의를 했었다. 그렇게 첫 방송을 준비하는데 시뮬레이션을 할 때마다 재밌더라.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거라곤 예상 못했다.

Q. 인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강승희 작가(이하 강승희):
공감대 형성이 가장 큰 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어머니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게 공감되니까.

Q.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육소영:
나도 김건모처럼 술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우리 집에서 ‘미운우리새끼’인 셈이다(웃음). 사우나도 좋아하는데, 사우나만 가면 어머니들이 모여서 결혼 안 한 자식들의 험담을 많이 하시더라. 그런데, 험담 잘 하시다가 옆에 계신 다른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험담하면 갑자기 자식 편을 드셨다. 그 모습이 참 재밌었고, ‘우리 엄마도 저러시겠구나’ 싶었다. 그게 ‘미운우리새끼’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강승희: 서로 너무 잘 알 것 같지만 예상 외로 부모님은 자식을 모르고 자식은 부모님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자식간이지만 몰랐던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녹화 현장(사진=SBS)

Q.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하는 아들만큼이나 어머니들도 개성이 가득하다. 첫 만남 당시가 궁금하다. 김건모 어머니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기인데.
육소영:
김건모 어머님은 처음 미팅 때 3-4시간 정도를 함께 보냈다. 근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입담이 좋으시고 재미있으셨다. 솔직하고 개성이 강하셔서 주위사람들이 ‘김건모 어머니 무섭냐’고 가끔 물어보는데, 진짜 따뜻하고 정이 많으시다. 방송 모습처럼 시원시원하시면서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정말 유쾌하신 분이다.
강승희: 그런 것도 있다. 김건모 냉장고엔 정말 먹을 게 많은데, 어머님이 김건모의 친구, 후배, 매니저들이 와서 밥 먹으라고 늘 채워놓으시더라. 손도 크시고 음식도 정말 잘 하신다. 베푸는 것도 정말 좋아하신다.

Q. 박수홍 어머님은 특유의 애교 가득한 말투가 본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웃음).
육소영:
박수홍 어머님은 첫인상부터 수줍음 많은 소녀 같으셨다. 본인이 말주변이 없고 박수홍이 너무 착한 아들이어서 방송에서 보여줄 게 없을 거라고, 방송을 할지 말지 걱정도 많으셨다. 그래서인지 어머님이 영상 속 아들 모습을 보고 제일 신기해하시고 놀라시곤 한다. 아시다시피 유행어도 제일 먼저 만드셨다(웃음).
강승희: 어머님은 자신에 대한 반응을 어색하신다. “내 나이가 몇인데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냐”고 하신다. 스튜디오에도 부끄럽다고 제일 먼저 들어가려고 하시질 않는다. 정말 귀여우신 분이다. 인자하시면서도 주위 분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배려도 정말 많이 해주신다.

Q. 토니 어머님은 ‘소(小)공주’ 캐릭터가 확실히 잡혔다.
육소영:
토니 어머님은 평창에서 처음 만났다.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다며 닭백숙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첫인상이 그냥 친한 친구의 엄마 같았다. 사실 토니랑 동갑이어서 친구이긴 하다(웃음). 처음 뵙는데도 처음 같지 않은, 편한 ‘엄마’같은 분이셨다.
강승희: ‘소공주’님이면서도 여장부 스타일이시다. 유머도 있으시고, 잘 웃으면서도 가끔 엉뚱한 모습도 보여주신다. 인정도 많은 편이시다. 같이 대화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술술 나오곤 해서 친한 친구의 엄마같은 느낌이 든다.

Q. 허지웅 어머니는 조용조용하면서도 본인의 리액션을 확실히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육소영:
허지웅 어머님과는 대전에 있는 어머니 댁에서 처음 뵀다. 첫인상이 참 단아하고 조용하신 분이었다. 떨려서 방송을 못 할 것 같다고 걱정도 많으셨다.
강승희: 그때가 점심쯤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집에서 밥을 차려주셨는데 반찬이 참 맛있더라. 그래서 어머니께 ‘반찬이 너무 맛있다. 요리 잘 하시냐’고 여쭤봤는데, 어머님이 쿨하게 “그거 산 거예요”라고 하셨다. 그걸 듣고 ‘역시 허지웅 어머님이시구나!’하고 감탄했다(웃음).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어머님들. 좌측부터 김건모 모친 이선미 여사, 박수홍 모친 지인숙 여사, 허지웅 모친 김현주 여사, 토니안 모친 이옥진 여사(사진=SBS)

Q. 각양각색 개성을 가진 어머님들이지만 일반인인 만큼 방송에 나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육소영:
다들 고민을 정말 많이 하셨다. 아들을 위해서 다들 어렵게 결심하시고 출연을 결정하셨다.

Q. 어려운 결정이 결국은 좋은 선택이 된 셈이다. 제작진으로서, 작가로서 ‘미운우리새끼’의 강점은 뭐라 생각하고 있나.
강승희:
어머님들은 스튜디오 촬영 때 출연자로 오시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어머니로 오시는 것 같다. 얼마 전 촬영할 때도 김건모 어머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엄마들은 대본도 없고,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야 끝난다”고. 그 말이 정말 맞다.
육소영: 녹화 분위기도 방송이라기보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어머님들에게는 신동엽 서장훈도 MC가 아닌 내 아들의 친구고 후배다.

Q. ‘미운우리새끼’에는 세대차가 유쾌한 웃음코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육소영:
맞다. 그래서 아들의 영상을 볼 때도 어머님들이 제작진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시곤 한다. 같은 영상이어도 우리 세대와 보는 관점이 아예 다르시다.
강승희: ‘미운우리새끼’를 보면서 우리 어머니는 “내 자식도 저런가”하는 다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하신다(웃음). 나는 “우리 엄마도 저렇게 생각하시려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이 각자의 이야기와 생각을 보여주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걱정도 있었겠지만, 어머니들은 아들보다 더욱 열띤 활약을 보이고 있다. 작가로서 가장 재밌던 에피소드를 꼽아본다면.
육소영:
김건모는 석화(굴) 까는 에피소드가 정말 재밌었다(웃음). 귀뚜라미가 도망간 에피소드와 소주 냉장고(술장고) 편도 최고였다.
박수홍은 역시 클럽 에피소드가 백미다. 물고기 어항을 사서 집에 들여놨을 때에도 어머니가 정말 질색을 하셔서 재밌었다. 아버님이 직접 집을 찾아와 어머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정말 웃겼다.
강승희: 허지웅은 샤워기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가 없다. 허지웅의 깔끔함이 극에 달했던 ‘홈 파티’ 에피소드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 수영장에 가 어머님들과 함께 물장구를 친 에피소드도 정말 재밌었고, 시청자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토니안의 경우 모두를 경악케 한 냉장고 청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면 내시경 에피소드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스튜디오에서 모두가 보고 웃었지만 어머님만은 짠해하더라. 정말 우리네 어머님 모습이었다. 최근에 방송된 강아지 돌잔치도 정말 웃긴 회차 중 하나다.

▲솔직한 면모로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미운 우리 새끼’ 출연진 어머니들(사진=SBS)

Q. 노총각들의 에피소드가 다양한 재미를 낳고 있지만, 여자 출연자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여자 출연자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나.
육소영:
그렇지 않다. 출연자에 대한 제한은 전혀 없다. 어머니들의 걱정을 달고 사는 자식이라면 누구든지 ‘미운우리새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Q. 최근 MC 한혜진이 영국으로 돌아간 뒤 그 공석을 김민종 김종민 차태현 등으로 메우고 있다. 스페셜 MC로 꼽는 기준이 있다면.
육소영:
우리는 ‘미운우리새끼’가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의 장(場)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까지는 한혜진이 여성으로서, 아내와 며느리 등 기혼녀로서의 입장을 대변해줬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게스트를 모시고자 고려 중이다.
강승희: 기혼남이나 미혼남녀 등 다양한 조합도 고려 대상 중 하나다. ‘미운’ 아들이 아닌 ‘예쁜’ 아들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그 대상 중 하나다(웃음). 또, 기존 MC 및 어머님들과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

Q. ‘미운우리새끼’는 이미 상승궤도에 올랐다. 시청자들에게도 한 마디 해 달라.
육소영: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강승희: 이 프로그램이 참 좋은 게, 작가나 PD나 ‘미운우리새끼’를 하면서 각자의 어머니들과 대화가 늘었다. 우리 엄마마저도 내게 전화해서 “너는 안 그러지?”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하게 된다.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웃음).
육소영: 최근에 외부 촬영을 간 일이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많이 알아보셨다. 그러면서 “내 아들도 그런다”, “내 아들도 장가 안 갔는데 누굴 욕하냐”며 웃으시더라. 우리 프로그램 덕에 아들과 대화도 많이 한다고도 하셨다. 부모자식 간에 대화의 빌미가 생긴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다(웃음). 뿌듯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