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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칠학년 일반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주고 싶다”
입력 2017-02-24 08:52    수정 2017-02-27 09:53

▲칠학년일반(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세상은 불공평하다. 성공은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성공에는 행운이 따라야 하고 행운은 노력의 영역을 벗어난 지점에서 반짝거린다. 너도나도 ‘한 방’을 꿈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특히나 수명이 짧은 걸그룹 시장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그래. 세상은 불공평하다. 투덜거리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걸그룹 칠학년 일반은 지난 3년간의 활동으로 이 뼈아픈 진리를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방향을 재설정했다. 행운을 기다리기보다는 노력을 믿기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가수가 되기보다는 좋은 노래로 오래 가는 가수가 되자고.

Q. 지난달 발표된 ‘나를 기억해주세요’ 뮤직비디오에 여러분이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슨 사연인가.
강민주:
지난해 열린 일본 공연 영상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열린 마지막 공연이었는데, 팬 분들이 이벤트를 해줬다. 서로 다른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이벤트였다. ‘고마워’, ‘기다릴게’, ‘지켜줄게’, ‘사랑해’…. 다들 울컥했다.

▲칠학년 일반 백세희(왼쪽), 고은실(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나를 기억해주세요’, 솔직한 제목이다.
백세희:
2014년 데뷔해 3년 동안 활동했는데 인지도는 아직 낮다. 이곳(가요 시장)의 현실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잘 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멋진 음악이 밑받침돼야 오래 갈 수 있는 곳이다. 공백기동안 댄스곡을 포함해 많은 곡을 녹음해뒀는데, 우리의 상황을 담은 노래를 내는 게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다.

Q. 노력한다고 해서 다 잘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슬프게 들린다.
백세희:
그래서 다짐한 게 ‘가수’로 나아가는 길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물론 있고 우리를 귀엽고 예쁘게 봐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한계를 벗어나서, 더 좋은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오래 갈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어쩌면 욕심을 내려놨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화려한 무대를 꿈 꿨다면, 이제는 단 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노래, 단 한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Q. ‘진심’을 담은 노래이기에, 노래를 부를 때의 감정과 공개할 때의 감정 또한 남달랐을 것 같다.
유화:
멤버들끼리 다 같이 손을 잡고 부른 적 있다. 각자 말은 안 했지만 서로 뭉클한 마음이 전해졌다.
한빛나: 연습 초반에는 감정이 많이 올라왔다. 속상함 비슷한 감정도 많이 들었고. ‘제발 우리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기억해주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부르면서 많이 했다.
신이랑: 우리가 진심으로 생각했던 이야기, 경험했던 기분을 담은 노래라 더욱 깊이 와 닿았다. 우리의 마음을 노래로 전달할 수 있는 거니까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칠학년 일반 한빛나, 권소정, 유화 (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데뷔 3년째다. ‘신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를 벗어나고 있기에, ‘3’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꽤 클 것 같다.
백세희:
내가 제일 조급해 했다. 맏언니인데다가 연습생 생활도 길었다. 그런데 성공이라는 게 내가 원해서, 혹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 행운도 필요할 테고 내 부족함도 클 거고. 시간의 무게는 물론 무거운데, 그걸 알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조급하게 마음먹어서 될 일이었으면 진즉에 됐었겠단 생각도 들고. 이제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다.
강민주: 어렸을 때는 빨리 결론을 보고 싶었다. 서두르는 마음이 컸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기다림이 많아졌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백세희: 나와 민주가 한 살 차이인데(백세희가 1991년생, 강민주가 1992년생이다) 언니들만 그렇다. 동생들은 눈빛이 다들 ‘빨리 1위하고 싶은데?’ 생각하는 거 같다. 하하하.

Q. 처음 꿈꿨던 가수의 모습은 어땠나.
유화:
학생 때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될 수 있을 거야’ 생각했다. 요즘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간 꽃필 날이 오지 않을까.

Q. 그러면서 생기는 새로운 목표도 있을 테고.
유화:
작은 것부터,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서 미뤘던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헤헤헤. 노래나 춤을 10분이라도 더 연습하려고 한다든지. 조금씩 변하는 중인 것 같다.
권소정:나는 매해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내년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정확하게 1년 뒤에 과거의 내가 쓴 편지를 읽는 거다. 편지에는 항상 큰 소망을 쓰곤 했는데, 다음 해에 그 소망이 이뤄져 있지 않으면 실망이 크더라. 어느 순간부터 편지에 쓰는 꿈이 작아졌다. 이제는 정말 진정성 있게 진실하게 생각해서 적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도 연말에 읽을 편지는… 소박하게 적었다. 건강하자고.

▲칠학년 일반 신이랑(왼쪽), 강민주(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지금 여러분이 꾸는 꿈은 무엇인가. 가수로서 이뤄야한다고 느끼는 목표 말고, 여러분이 순수하게 바라는 것 말이다.
신이랑:
지금도 물론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싸우지 않고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 내 꿈이다. 사람들과 얽혀서 지내는 게 내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가족들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는 가족들에게도 잘해야겠다.
유화: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다. (Q.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 받는다고 느낄 때.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백세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가 몸이 약한 편이라 건강에 유독 예민한 편이긴 한데, 어쨌든 사람이 영원히 살 수는 없지 않나. (이 대목에서 갑자기 권소정이 눈물을 흘렸고 멤버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멤버들曰 “소정이가 원래 잘 울어요. 그런데 소정아. 지금은 울 타이밍이 아니잖아~ 하하하.”) 그리고 예전에는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안정적으로 사는 게 더욱 중요하다.
한빛나: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일하고 돈 버는 거, 다 행복하려고 하는 일 아닌가. 하하하.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일들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권소정: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건 아주 먼 미래에나 이룰 수 있는 꿈 같다. 지금은 그냥 열심히 하는, 알찬 사람이 되고 싶다.
강민주: 내 꿈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목이 메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세계 평화다. (일동 폭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봉사활동도 끝없이 많이 가고, 한비야 선생님처럼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싶다.
은실: 언니들과 비슷하다. 행복해지고 싶다. 쉽지만 어려운 얘기 아닌가.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인터뷰① 칠학년 일반을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