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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②] 강예원은 예쁘다
입력 2017-07-21 15:29    수정 2017-07-23 16:17

▲배우 강예원(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MBC 새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여주인공 이지영A(강예원 분)는 “잡초처럼 흔한 이름 때문인지 생명력 하나는 최고”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녀의 ‘생명력’은 ‘억척스러움’과 ‘든든함’의 성격으로 환원되고, 이것은 다시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으며 심지어 창피함도 느끼지 못하는 ‘무데뽀’ 행동으로 옮겨진다.

“뭐어? 아주머니? 허! 나 진짜 어이없네. 계약할 때는 ‘아가씨, 아가씨’ 했으면서 이제 와서 아주머니? 야! 너 말 다했어? 말 똑바로 해라!”

작품은 이지영A가 공항에서 여행사 직원과 다투는 모습을 통해 그녀를 처음 화면에 등장시킨다.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취소됐다, 현지 공항이 다시 열릴 때까지는 출발할 수 없다, 공항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모르고 환불은 불가하다는 직원의 태도는 분명 부당하지만 남편 강호림(한성록 분)은 수수방관이다. 오히려 직원의 편을 들며 이지영A를 타박한다. 누구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지영A는 직원과 설전을 벌이고 공항에 주저앉아 “환불해라! 책임져라!”를 선창한다.

그녀가 ‘아줌마’라는 호칭에 비분강개하고 여행사 직원에게 억지로 머리채를 들이밀며 몸싸움을 날조하는 장면은 ‘억척스러운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지영A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한다.

▲배우 강예원(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주목할 만한 것은 이지영A의 ‘시월드’다. 짐짓 이성적인 척하며 뒤로는 무리한 요구를 해대는 시어머니,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지만 이기적이고 우유부단한 남편. 이지영A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그녀 자신뿐이다. 그러니까 이지영A의 억척스러운 성격은 타고나거나 자발적으로 획득한 성격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갖추게 된 일종의 생존비책이다.

작품은 이지영A와 동명인 이지영B를 등장시키며 등장인물 간의 갈등을 예고한다. 이지영B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능력자PD이자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다. 예쁘고 화려하다. 이지영A와는 영 딴판이다. 이지영B를 자신의 친 딸로 착각한 장달구(최민수 분)는 그녀의 외모에 만족해 하고 아내를 무시하던 강호림도 이지영B에게는 꼼짝하지 못한다. 요컨대 이지영B는 드센 성격의 이지영A과 대비되며 더욱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지영A는 이지영B만큼이나 예쁘다. 이지영A의 억척은 흠이나 허물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훈장이다. 그녀 자신은 시어머니 앞에서 거짓 웃음을 짓고 속으로 화를 일지언정 딸에게는 “남자 만나서 팔자 고치는 얘기”를 멀리 하라고 교육한다. 자신을, 또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체제에 순응하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같은 체제를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친부 장달구의 막대한 재산은 이지영A를 ‘슈퍼 갑’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시가 식구들에게 억지로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을 것이고 남편 강호림은 그에게 알아서 길 테다. 하지만 이것은 오로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그래서 기적이라고 불린다. 지금 드라마 바깥 현실의 이지영A들에게 필요한 건 장달구 같은 아버지가 나타나는 마법이 아니라 그저 응원이다. 돈이 없고 가오가 없어도, 당신은 당신 자신의 방식대로 예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