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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소민, 청춘에 대하여
입력 2017-12-2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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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청춘이란 무엇일까. 혹자는 찬란히 빛나는 그 무언가를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여러 갈래로 나뉜 길 앞에 서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며, 또 다른 이들은 어려움에 놓인 작금의 현실을 논할 수도 있다. 요즘 시대에 이르러 청춘은, 참으로 복잡 미묘한 시기가 됐다.

배우 정소민에게도 청춘이란 단어는 여러 무게를 지닌다. 배우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그에게 놓인 ‘청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가 최근에 분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현실 속 청춘들의 고민을 담았는데, 정소민이 지나왔던 청춘과 현 시점에서 겪고 있는 일들 또한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단다. 작금의 청춘을 연기하며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던 정소민은, 그동안의 힘듦을 자양분 삼아, 마침내 터널을 거쳐, 새로운 길목 앞에 섰다.

Q. ‘아버지가 이상해’(이하 아이해) 이후 쉬지도 않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했어요. 이제는 숨을 좀 돌릴 수 있겠어요(웃음).
정소민:
맞아요. ‘아버지가 이상해’ 이후로 며칠 이상 쉬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7시간 이상 푹 잔 것도 간만이었고요. 잠도 참 많이 자고 책도 읽는 중이에요. 가족들과도 이야기를 한동안 나누지 못했는데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있어요.

Q. 유독 올해가, 참 바쁜 느낌이에요. 여러 작품을 선보였죠.
정소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촬영한지 2년 정도 됐던 ‘아빠는 딸’이 올해 ‘아이해’를 찍던 중에 개봉을 했고, ‘아이해’를 하면서 영화에 카메오 출연도 했죠. ‘아이해’가 끝나자마자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했고요. 올 한 해가 정말 길게 느껴져요. 한 것들만 놓고 보면 2~3년에 걸쳐서 한 기분까지 들거든요. 연말도 실감이 안날 정도예요.

▲정소민(사진=고아라 기자 iknow@)

Q. 2017년 대장정의 마무리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인 셈이에요. 끝낸 뒤 소회나 만족감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정소민:
만족은 아니에요. 지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제가 제 연기에 만족하는 것과는 별개거든요. 나름대로는 아쉬움도 많아서, 나중을 위해서라도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이떤 부분이 아쉬웠나요.
정소민:
더 잘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컸죠. 제 능력 부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게 바로 저니까요. 저는, 제가 한 노력들이 드러나는 데까지 5년 정도가 걸린다고 생각해요. 5년 전 노력이 저뿐만 아니라 보시는 분들께도 전달이 되니까 쉽게 만족할 수 없고 안주할 수도 없게 돼요. 아쉬워하며 열심히 달려야 5년 뒤의 제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아이해’를 마치고 딱 하루만 쉰 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촬영에 들어갔잖아요. 정말 쉬운 스케줄이 아니었음에도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정소민:
시놉시스가 정말 재밌었거든요. 체력적으로는 크게 지쳐서 ‘아이해’만 마치면 무조건 쉬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던 차에 너무나도 하고 싶고 끌렸던, 운명처럼 느껴진 작품이 마침 나타나서 하게 됐어요. 윤지호 캐릭터가 신기할 정도로 저와 닮은 구석이 많았거든요. 가족구성원, 경상도 집안, 고등학교 친구 3총사와 그 안에서의 포지션, 나이까지 모든 게 같았어요. 운명처럼 느껴졌죠.

Q. 이번 작품은 청춘의 아픔과 힘듦이 담겼어요. 그리고 지난번 출연한 드라마 스페셜도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고요. 그 부분에 공감하는 바가 있는 걸까요.
정소민:
힘든 시기의 제 모습과 닮아서 같아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에는 지금과 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물이 바로 나오지 않아서 조급함이 있었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 노력이 빛을 볼 수는 있을지, 언젠가는 이 노력이 돌아오게 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거든요. 막막했어요. 불안감을 떨쳐내려면 뭐라도 해야 해서 촬영에 매달렸죠. 그때의 노력이 5년 정도 지나니까 도움이 됐다고 느껴지게 됐어요. 그런 부분에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공감이 참 많이 가던 작품이었어요.

▲정소민(사진=고아라 기자 iknow@)

Q.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청춘의 현실을 공감할 여지가 충분했죠.
정소민:
사람에게는 누구나 터널같은 기간이 있잖아요. 막막하고 혼자인 것만 같은 시기가 있는데, 저는 그런 것 외에도 제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고 그 길을 묵묵히 가는 것 자체가 외로운 작업이라 생각하거든요. 지호 또한 ‘나의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하고 그걸 쫓아가던 사람이에요. 저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요. 누구나 청춘은 그렇잖아요. 고민과 걱정, 생각이 많죠. 그런 것에서 많이 공감한 것 같아요.

Q. 특히나 기억나던 대사가 있다면.
정소민:
모든 대사가 좋았어요. 그 중 생각나는 건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대사예요. ‘다른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대사도 같은 맥락으로 좋았어요. 제 자신도 온전히 아는 게 어려우니까요. 모든 대사가 공감가고 기억에 남아요. 한번 생각하고 마는 게 아니라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대사가 많아서 좋았어요.

Q. 실제로 지금 29살이에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30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서른을 앞둔 상태에선 느껴지는 바가 더 컸을 것 같은데.
정소민:
지호는 상처를 받았을 때 당당하게 그 상처를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 하거든요. 그래서 지호를 통해 대리만족과 같은 위로를 받았어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런 건 아니라는 것도 느꼈고요.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보다 앞자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임팩트는 적은 것 같아요. 오히려 소소한 설렘이 있어요. 저의 서른은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하거든요.

Q. 결혼관에 대한 변화는 없었을까요(웃음).
정소민:
아직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확실하지가 않아서 변화까지는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고민거리가 늘었죠. 결혼에 대한 시야가 생긴 정도지만요.

▲정소민(사진=고아라 기자 iknow@)

Q.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참 차분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소민: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갭이 커지는 성격이어서요(웃음). 인터뷰를 할 때에는 차분해지지만 평소에는 활발하고 방정맞은 모습도 있어요. 그래서 지호의 ‘똘끼’도 더 공감됐죠. 저도 지호처럼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경을 한 적이 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명목 하나만으로 몇 달 정도 연기를 배운 뒤에 대학교 시험을 부모님 몰래 봤었어요. 무용을 전공해서 무용과 시험을 본다고 하고 연기과 시험을 봤죠.

Q. 무용을 하다 연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정소민:
같은 예술분야였으니까요.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도 뭔가를 표출하고 표현해야 해서 연기를 배우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연기를 접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흥미를 느꼈고요. 지금도 무용은 여전히 좋아서, 몸이 굳기 전에 꼭 무용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몸이 뻣뻣해지는 것에 예민해서 지금도 여전히 혼자 스트레칭을 자주 해요. 생각도 몸도 마음도 유연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계속 해오던 무용을 그만 둔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정소민:
후회는 없어요. 지금도 여전히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고 만족스럽거든요.

Q. 연기에 비교적 늦게 발을 들인 만큼 더 큰 노력을 했을 것 같아요.
정소민:
어릴 때에는 이상한 오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장 성공적인 결과를 이끄는 것보다는 제게 너무 어렵고 잘 소화 못 할 캐릭터만 골라서 한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 걸 해야만 연기가 늘고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겁도 없이 도전의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웃음).

▲정소민(사진=고아라 기자 iknow@)

Q.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요. 작품 선택에 있어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정소민:
지금은 그때보다 좀 더 여유가 생겨서요(웃음).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지금은 그때의 저와 성장한 제가 섞여있거든요.

Q.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민의 시간들이 있었겠네요.
정소민:
맞아요. ‘내가 지금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선택하면서 나중에 얻고 싶은 부분을 기대하는 게 맞는 걸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중간에 길을 틀진 않았죠. 그러면서 지금에 와있게 된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분명히 제가 얻고 성장한 점도 있고요. 일단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거든요. 여러 캐릭터를 맡으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배우는 크기가 어마어마하니까, 역으로 보면 그동안의 연기는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죠.

Q. 이번에 했던 작품들을 통해서도 배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정소민: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어떤 건지를 느꼈어요. 제가 모자라고 부족함이 있어도 현장의 에너지로 많은 분들이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신기한 경험을 했거든요. 지호 캐릭터를 통해서는 성격적으로 내진설계가 잘된 지호의 매력과 장점을 보면서 저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해’를 통해서는 선생님들과 선배님들, 동료와 후배들을 보며 각각에게 많이 배웠어요. 선생님들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죠. 영화 카메오 출연을 통해서는 제가 하고 싶던 색다른 장르를 경험할 수 있었고요.

▲정소민(사진=고아라 기자 iknow@)

Q. 윤지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아요.
정소민:
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많이 배웠거든요. 상처받고 혼자 끙끙대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느꼈어요. 저는 그런 스타일이어서요(웃음). 저는 상처를 받거나 부당한 일이 생겨도 묻어두는 성격인데 지호는 그런 일을 겪으면 그 상황에서 바로 자신이 받은 상처를 꺼내놔요. 그게 참 멋있더라고요. 미움을 받아도 좋다는 용기를 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연기로서 그런 걸 해보니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Q. 서른을 앞두고 변화에 대한 욕심이 생긴 걸까요.
정소민:
아무래도 ‘나’라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이 제게 큰 영향을 줬다면, 지금은 제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이고 제가 진정 행복한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돼요.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고요.

Q. 말 그대로 ‘이번 생’은 처음입니다. 이번 생을 다시 산다면, 좀 더 잘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정소민:
어릴 때 여행을 더 가보고 싶어요. 그게 가장 크게 후회되거든요. 하지만 그것 말고는 지금 제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어요. 지금 다시 되돌아보니, 그때 그렇게 힘들어서 다행이다 싶거든요. 지금 그렇게 힘들었다면 제가 느끼는 힘듦이 더 컸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제가 성장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되기도 했고요. 이번 생의 저에게는, 버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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