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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양파와 정재일, 그리고 故신해철의 이야기
입력 2017-12-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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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파(사진=RBW)

17년 전, 가수 김동률은 자신의 두 번째 정규음반 녹음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이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가수 양파와 듀엣으로 부른 ‘벽’이란 곡이 수록돼 있는데, 당시 녹음실에서 양파를 만난 신해철은 그녀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너는 꼭 나 같아.” 그것이 어떤 의미였느냐고 양파에게 물으니 “나의 돌발행동을 두고 말씀하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데뷔 초 한국에서 ‘여고생 인기’로 인기를 끌던 양파는 1999년 미국 보스턴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었다.

신해철은 양파에게 “거침없이 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거침없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소속사와 몇 번의 분쟁을 겪으면서 양파는 “세상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컸다.” “안으로만 숨고 밖으로 나오지 않던” 시기, 양파에게 MBC ‘나는 가수다’가 손을 내밀었다. 소속사가 없는 그를 위해 PD와 작가가 매니저를 자청했다.

양파는 이 프로그램에서 신해철의 노래를 불렀다. 신해철이 영국 유학 시절 만든 것으로 알려진 ‘민물장어의 꿈’이다. 소속사 없이 혼자서 곡을 만들어보겠다며 고군분투하던 당시의 양파는 ‘민물장어의 꿈’ 가사를 보며 엉엉 울었다. “친구를 만나서 회포를 푸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혼자 분투하던 때의 고독함이 제 안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어요.” 한 가지 걱정은 있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가 아니다 보니 경연 프로그램에 적합할까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작가가 용기를 줬다. “고인의 이야기 가운데는 우리가 분명 조명해야할 것이 있지 않을까요?” 작가의 말에 양파는 힘을 얻었다.

▲故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으로 무대를 꾸민 가수 양파(왼쪽)와 작곡가 정재일(사진=MBC '나는 가수다')

20년간 친분을 이어온 작곡가 정재일이 편곡을 맡았다. 평소 알코올 마니아로 정평이 난 그는 노래의 편곡을 부탁받은 날 “행복하게 취해서” 양파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둘이서 힘을 모아 해철이 형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자.” 양파는 정재일의 천진한 말투를 따라하며 웃었다. “저와 재일이 둘 다 열정이 가득해졌어요. 뭔가에 복받쳐서 무대를 준비했죠.”

양파는 ‘민물장어의 꿈’ 가사 한 줄 한 줄이 자신의 얘기 같았다고 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깎고 있는 뮤지션이라면 아마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일 거예요.” 무대 직전까지도 감기 기운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양파는 절창에 대한 각오 대신 울지 않고 노래를 마치리라는 다짐으로 무대에 올랐다.

공연 전날 정재일의 꿈에는 신해철이 나왔다고 한다. “오빠가 재일이 꿈에서 너무 기쁘게 웃었대요.” 양파와 정재일에게 그날 무대는 더 이상 다른 가수와의 경연이 아니었다. “얼마나 우리의 감정을 담아서 노래를 완성해내느냐. 결국 우리 안에서의 싸움이었어요.” 노래하는 내내 양파에게는 전율이 일었다. 공연을 끝낸 양파와 정재일은 무대 위에 영혼이 내려앉은 것 같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생전 신해철이 ‘나의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노래’라고 말했던 노래다.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스스로를 깎고 자르던 뮤지션들이 그곳에도 또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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