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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목화 출신 배우 이세랑, 오태석 성추행 폭로 “묻힐까 걱정…속죄하길”
입력 2018-02-22 15:00   

▲이세랑 오태석(사진=SNS, 국립국악원)

극단 목화 출신 배우 이세랑이 오태석 연출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이윤택 연출의 문제가 커서 오태석 연출의 일들이 묻힐까 걱정이 된다. 하루 속히 속죄하길 바란다"고 했다.

21일 오후 극단 목화 출신 배우 이세랑은 자신의 SNS에 "저는 1998년에 극단 목화에서 단원으로 있었습니다"라며 '미투 운동'(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세랑은 이어진 글에서 "(극단 목화에)들어가자마자 조그만 역이라도 주셔서 그저 감사했다. 오태석 선생님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울 만큼 거대해 보였다"며 "그때 함께 했던 공연들은 독립운동,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이라 자부심 또한 가득했다"고 경험을 밝혔다.

이어 이세랑은 오태석에 대해 "그러나 회식 때 본 오 선생님은 제 눈을 의심하게 했다"며 "수십 명의 단원들과 함께 한 밝은 식당에서 여자 선배들을 옆에 앉혀놓고 아주 당연한 듯 등에 손을 넣어 맨살과 속옷을 만지고 팔 안쪽에 여린 살을 꼬집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여자 선배는 가만히 있다가 손이 배까지 들어오니까 웃으면서 뺐다. 이때 남자 선배들은 모두 다른 곳을 보고 있던가 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 선생님의 그런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장난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 후에도 회식이면 자주 목격됐다"는 그는 "어떤 때는 하지 말라는 여자 선배의 말이 묵살됐다. 극단 막내였던 저는 지적할 수도 반기를 들 수도 없으니 그저 옆자리를 피하는 게 최대한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롱구지 소극장 로비엔 선생님이 잠깐 쉴수 있는 간이침대와 책상이 있는 작은방이 있었다"며 "그 곳 청소 당번일 때 선생님이 잠깐 옆에 앉으라고 하면 싫다고 도망가며 혹시나 만질까봐 겁이 났었다. 다행히 저에게 성적인 부분을 강요하는 선배는 없었다. 오히려 뒤로 빼주고 본인이 옆에서 그 액받이를 하는 선배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저는 8개월가량 비교적 짧은 극단 생활로 더 이상 직접 목도한 사건은 없었으나 이번에 밝혀진 피해사례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며 "이윤택 연출의 문제가 워낙 커서 오태석 연출의 일들이 묻힐까 걱정이 된다. 직접적으로 당하진 않았지만 목격했던 사람으로 어렵게 피해를 세상에 알린 분들께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태석 연출은 하루속히 속죄하길 바란다"며 "피해자 분들의 용기에 깊은 응원을 보낸다. 이번 미투 운동으로 여배우에 대한 천박한 생각에서 제발 벗어나길 바란다. 여배우는 남자들의 노리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태석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예대 총학생회는 21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오태석 교수의 교수직 해임과 서울예대 퇴출,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를 총장과 대학본부에 강력히 요청한다"며 서울예대 교수인 오태석의 해임, 퇴출을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