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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쁜누나’, 시간이 흘러도 기억될 정해인의 2018년 봄
입력 2018-05-29 14:32   

(사진=FNC)

“아직 서준희에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포상휴가까지만 서준희로 다녀올게요.”

배우 정해인은 최근 진행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극중 캐릭터인 서준희 모습 그대로 취재진과 만났다.

많은 배우들이 편안한 차림으로 인터뷰 현장에 나오는 것과 달리 이날 정해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까지 착용해 취재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품 안에서도 단정한 오피스룩을 선보였던 바, 그의 모습은 극중 서준희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정해인은 “지금 서준희와 인터뷰하시는 거다. 양복은 예의를 갖추기 위해 입었다. 인터뷰를 할 때 나부터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어떤 인터뷰라도 양복을 입을 예정이다”라고 예고해 웃음을 안겼다.

극중 정해인이 맡은 서준희는 친누나의 절친한 친구인 윤진아(손예진 분)를 사랑한다. 그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많은 요소들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을 지켜내 여성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캐릭터가 사랑받은 만큼 신인에 가까웠던 배우 정해인의 인기도 수직 상승했다. 정해인은 “그동안 했던 어떤 작품보다 이번 배역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걸 느꼈다.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내 연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촬영하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작품의 종영은 아쉬울 뿐이었다. 정해인은 “마지막 촬영일을 달력을 체크해놓고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 건 처음이었다. 마음이 정말 이상했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한 마음이 생기는데 이번엔 그런 단어로 심정이 표현이 안됐다. 적절한 단어가 없었다”라고 마음을 털어놨다.

(사진=FN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마지막은 헤어졌던 준희와 윤아가 몇 년이 흐른 뒤 재회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재회한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준희가 진아를 찾아간 것이다. 다만 마지막 회가 끝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이 어떤 사이로 남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새드엔딩을 예상하는 시청자도 있었고, 오히려 새드엔딩을 현실적인 결말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정해인의 말에 따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게 맞았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새드엔딩이었지만, 작품을 시작하기 전 안판석 PD가 “이렇게 아름다운 커플을 찢어놓는 건 안 된다”라고 주장하면서 결말이 바뀌었다고. 정해인은 비하인드를 고백하면서 “감독님이 이렇게 로맨티스트다”라며 웃었다.

두 사람의 재회가 우연한 만남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준희가 진아 동생의 결혼식을 찾아간 것이기에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윤진아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서준희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았다. 정해인은 올곧았던 ‘서준희의 사랑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정해인은 후반에 갈수록 윤진아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평을 받은 것에 대해 언급하며 “윤진아를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던 이유는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서준희였는데, 서준희는 내가 생각해도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판타지적이다. 오직 사랑밖에 모른다. 10대도 아닌 30대 초반의 남자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라고 이야기 했다.

결말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론 다시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됐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아픔도 있었지만 사랑할 때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나”라며, ‘결혼’이 아니라 다시 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엔딩을 맞이한 것에 대해서는 “사랑에 있어서 결혼이 결말은 아닌 것 같다. 결혼도 하나의 과정이고, 다시 만나 사랑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사진=FNC)

서준희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실제로도 로맨티스트 이미지를 갖게 된 정해인. 실제 서준희와 비슷한 점도 있을까. 정해인은 “서준희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 없이 누나와 험난하게 살다보니 조숙하다.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했다. 그래서 애늙은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다른 점은 서준희라는 인물은 나보다 위트가 있고 유머러스하다는 것이다. 난 재미없는 사람이다. 친구들이 내게 농담을 안 한다. 내가 진담으로 받아들여서 농담인데 분위기가 심각해진다”라고 웃으며 “사랑에 관해서는 내가 한 없이 부족하다. 준희에게서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 남녀가 연애할 때는 더 많이 대화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야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특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서준희와 윤진아의 자연스러운 로맨스가 그려지며 실제 연애하는 커플을 지켜본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안판석 PD의 연출 덕분에 정해인도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할 수 있었다. 정해인은 “PD님이 디렉션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애드리브도 정해진 선을 넘지 않으면 다 OK 해주신다. 다만 만약 애드리브가 과해져서 방향이 달라지면 제재를 하셨다. NG가 나면 그 이유를 다 설명을 해줬다. ‘좋은데 다시 가볼까요’라는 말은 안 하시는 분”이라며 “그동안 내가 만나 뵀던 감독님들 모두 훌륭했지만 안판석 PD님은 정말 위대하다. 정확한 콘티가 있고 커트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다. 내게 연기를 덜 하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는데, 이미 나를 찍고 있는 화면도 소품이나 조명도 연기를 하고 있으니 내가 덜 해도 충분히 보일 거라고 하셨다. 뒤통수만 촬영하고 끝날 때도 있었는데, 내 손끝부터 발끝까지 연기하고 있으니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셔서 많이 배웠다. PD님이 정말 대단하다 느꼈다”라며 안판석 PD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안판석 PD에 대한 믿음으로 정해인은 안 PD와의 또 다른 만남, 혹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시즌 2를 기대했다. 현재 시즌2에 대해 이야기 나온 것은 없지만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상황. 정해인은 “PD님이 따로 이야기 하신 것은 없지만 불러주면 달려가서 하고 싶다고 말할 거다. 너무 행복할 거 같다”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대해서 “내 청춘이 담긴, 내가 사랑했던 작품이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우리 OST를 듣게 되면 작품을 촬영했던 2018년 봄이 떠오를 것 같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